OLED 재료 재활용 사업과 양립 어렵다 판단
신규 재료는 ETL 공급 외 양산 이력 없어

솔브레인이 지난 2015년부터 전개한 OLED용 유기재료 개발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회사 솔브레인홀딩스가 지난해 씨엠디엘을 인수하면서 솔브레인의 OLED 재료 개발 사업과 이해충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솔브레인으로서는 당장 실적이 나오는 씨엠디엘을 살리는 대신 신규 재료 개발 사업은 접는 게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OLED용 유기재료. /사진=Cynora

 

“솔브레인, SDC에 신규 재료 개발 포기 확약”

 

씨엠디엘(솔브레인홀딩스가 인수)의 유기재료 재활용(리사이클) 사업과 솔브레인의 신규재료 개발 사업은 기본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유기재료를 재활용하자면 UDC⋅덕산네오룩스⋅이데미츠코산 등 신규재료 공급사의 레시피를 포함한 노하우를 습득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유기재료 재활용 업체는 신규재료 개발은 하지 않는게 관례다.

반도체 산업의 ‘퓨어 플레이 파운드리’가 시스템반도체 설계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솔브레인홀딩스의 경우, 두 개의 자회사를 통해 두 개 사업 모두(재활용, 신규재료 개발)를 영위하고 있다는 게 쟁점이다. 특히나 재활용 사업의 고객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신규재료 개발 사업의 고객사는 LG디스플레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불가피할 때를 제외하고는 서플라이체인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쪽 모두로부터 컴플레인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씨엠디엘이 솔브레인홀딩스에 인수되자 강력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OLED 유기재료 재활용 물량의 상당부분을 씨엠디엘에 몰아줬는데, 의도치 않게 LG디스플레이와 서플라이체인이 겹치게 됐다는 이유에서다(KIPOST 2022년 5월 26일자 <솔브레인의 씨엠디엘 인수가 불편한 삼성디스플레이> 참조).

/사진=솔브레인
/사진=솔브레인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솔브레인은 그룹 차원에서 유기재료 재활용 사업을 지속하는 대신 신규재료 개발 사업은 중단한다는 계획을 삼성디스플레이측에 확약했다”고 말했다. 덕산네오룩스 출신으로 솔브레인에서 OLED 신규재료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이석종 상무는 씨엠디엘 대표로 적을 옮겼다. 

현재는 솔브레인에서의 직책은 없다. 이 상무가 맡았던 신소재개발부문도 현재는 조직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솔브레인, 신규재료보다 재활용이 수익성 크다 판단

 

솔브레인이 신규재료 개발 사업을 비교적 손쉽게 내려 놓기로 한 건 7년 이상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크지 않아서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에 ETL(전자수송층) 재료를 공급한 게 거의 유일한 양산 공급 이력이다. 그나마도 일본 이데미츠코산 재료 이원화로 진입했으며, 공급량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씨엠디엘의 유기재료 재활용 사업은 견실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1년을 기준으로 매출은 272억원, 영업이익은 8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익률 32%로 웬만한 신규재료 공급사 못지 않다. 

OLED 패널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유기재료 재활용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매출 전망도 좋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원가절감 프로젝트인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향후 OLED 유기재료 재활용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OLED 패널 원가에서 유기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대 중반에 달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가급적 UDC⋅덕산네오룩스 등 원재료 업체에 재활용 일감을 맡기고 싶어하지만, 이들 회사가 거절하면 그 물량은 전량 씨엠디엘 같은 제 3의 협력사로 넘어온다. 한 유기재료 산업 전문가는 “UDC⋅덕산네오룩스는 재활용 일감을 대행해줄수록 본인들의 신규 재료 매출을 잠식하기에 재활용에 적극적이지 않다”며 “최근 몇년간 재활용 전문 업체들이 크게 성장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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