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형-수평형 투 트랙 개발
독점 계약 체결되면 경쟁사 수급난 초래
캐논도키는 일단 거절 의사

IT용 8.5세대(2200㎜ X 2500㎜)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증착 장비 독점에 나선다. 일본 알박의 수직형 장비에 이어 캐논도키의 수평형 장비 역시 독점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6세대(1500㎜ X 1850㎜) 투자 당시에도 여러 요소 기술들을 선점하며 경쟁사들 추격을 지연시킨 바 있다.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증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 이 같은 IT용 OLED 수요 때문이다 /사진=ASUS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삼성디스플레이가 8.5세대 OLED 증착 기술을 개발하려는 건 이 같은 IT용 OLED 수요 때문이다 /사진=ASUS

SDC, 8.5G 증착기술 투 트랙 개발

 

삼성디스플레이가 캐논도키와 공급 계약을 논의하고 있는 설비는 8.5세대 수평형 증착 장비다. 기존 6세대와 마찬가지로 유리기판이 챔버 천장에, 소스(유기재료를 끓이는 도가니)가 챔버 바닥에 위치하는 타입이다. 8.5세대 유리기판을 절반으로 잘라 공정을 진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알박과는 8.5세대 수직 증착 공정을 개발하고 있는데, 캐논도키 설비는 수직형 설비 개발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 차원이다. ‘투 트랙’으로 설비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직형 장비는 유리기판을 챔버 벽에 세워 놓고 공정을 진행한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캐논도키측에 8.5세대 수평 증착 장비를 자사에만 독점 공급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박은 7년간 삼성디스플레이에만 수직 증착 장비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캐논도키는 일단 난색을 표했다.

한 증착장비 업계 전문가는 “캐논도키는 8.5세대 설비를 삼성 뿐만 아닌 국내외 모든 업체에 공급하는 게 목표”라며 “6세대 투자 국면에서처럼 삼성디스플레이에 전적으로 의존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인바시트, 섀도마스크, 레이저소스 등 여러 요소 기술들을 독점하며 경쟁사 추격을 지연시켰다. 사진은 인바 시트. /사진=Bloom
삼성디스플레이는 인바시트, 섀도마스크, 레이저소스 등 여러 요소 기술들을 독점하며 경쟁사 추격을 지연시켰다. 사진은 인바 시트. /사진=Bloom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7~2018년 6세대 투자 당시 DNP(다이니폰프린팅)의 섀도마스크, 히타치메탈의 20μm 이하 인바시트, 미국 코히어런트의 ELA(엑시머레이저어닐링)용 광폭 레이저 등을 독점 공급받기로 계약했다. 당시 캐논도키의 증착장비는 독점 공급계약은 아니었으나, 한번에 워낙 많은 양을 삼성이 부킹하는 바람에 LG디스플레이와 BOE가 뒤늦게 장비를 발주할 수 밖에 없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금까지 각 요소 기술에서 경쟁사와 시차를 유지하는 건 당시의 독점력 행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SDC-캐논도키 독점계약에 경쟁사 촉각

 

이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와 캐논도키의 독점 계약 여부에는 경쟁사들의 관심도 지대하다. 만약 둘 사이에 독점계약이 체결되면 한 동안 8.5세대 증착장비 수급망이 꼬일 수 있어서다. 

현재 LG디스플레이는 국내 업체인 선익시스템과 8.5세대 수평 증착 기술을 개발 중이다. 만약 삼성디스플레이-캐논도키 간에 독점 계약이 맺어지면, LG디스플레이는 어떻게든 선익시스템과의 공정 개발을 성공시켜야만 한다. 공정 개발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할 차선책이 없기 때문이다. 캐논도키 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하지 않고 있는 중국 BOE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한 OLED 소재업체 대표는 “8.5세대 IT용 OLED는 향후 OLED 시장을 정의할 새로운 투자라는 점에서 공급사들이 삼성디스플레이와 전적으로 손을 잡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지난 2016년 LG디스플레이 E5 공장에 장비가 반입되는 모습. LG디스플레이는 당시 캐논도키가 아닌 선익시스템 증착장비를 구매했다. /사진=LG디스플레이

실제 OLED 시장의 구도는 지난 6세대 투자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만 놓고 보면 2017년 이전 삼성디스플레이의 시장점유율은 95%를 훌쩍 뛰어 넘는 사실상 독주 체제였다. 

지난 1분기 기준 동일한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은 56.5%(스톤파트너스 조사)에 그쳤다. 과거 삼성디스플레이는 소재⋅부품⋅장비 공급사들에게 유일한 고객사였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다. 독점 공급계약 체결에 따르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알박과 수직증착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인 캐논도키가 삼성에만 전적으로 장비를 공급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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