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시작과 중단을 반복한 삼성디스플레이 A5 건설 공사가 이번에는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8세대급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투자에 나서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5세대(2200㎜ X2500㎜) LCD를 생산하던 아산캠퍼스 L8 절반이 가동을 멈춘 상태지만, 이 공간은 IT용 OLED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애플 아이패드 프로. /사진=애플

 

육중한 하중 탓, L8 전환투자 불가능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가 IT용 OLED를 투자한다면 최우선 위치로 L8 내 2층 공간을 꼽았다. L8은 1,2층이 각각 좌우로 나뉘어져 총 4개 공간으로 나뉜다. 현재 1층은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 등으로 채워져 있고, 2층은 기존 LCD 생산 설비들이 들어차 있다. 생산은 지난 상반기를 끝으로 종료됐다. 

따라서 2개의 LCD 생산라인을 가동하던 L8 2층을 비우면 IT용 OLED를 투자하는데 유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결과적으로는 L8 2층을 IT용 8세대급 OLED로 전환하는데는 부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T용 OLED 설비의 하중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검토하고 있는 IT용 OLED 기술 방식이 종전 LCD 생산설비에 비해 더 육중한 탓에 OLED 라인으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알박의 수직형 증착(풀컷)이나 캐논도키의 수평형 증착(하프컷) 설비 중 하나를 IT용 OLED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알박 설비는 먼저 양산 검토를 해왔다는 점에서, 캐논도키 설비는 삼성디스플레이 고객사인 애플이 선호한다는 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아직 어느 방식이 1차로 채택될 지는 불분명하다. 

L8 라인이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8 라인이 위치한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다만 어떤 방식을 택하더라도 설비 하중은 L8에 들일 정도는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알박의 수직형 설비는 기판을 90도에 가깝게 세워 공정을 진행하고 이송해 공간 효율적이다. 가로⋅세로 2m가 넘는 기판을 세로로 이동하기에 넓은 공간이 필요치 않지만, 그만큼 단위면적에 가해지는 하중은 더 크다. L8에서 운용되던 LCD 설비는 기본적으로 기판을 누인 상태로 진행해왔다.

캐논도키의 수평형 설비는 이전 6세대(1500㎜ X 1850㎜)급 설비를 기판 사이즈만 키운 것이다. 다만 IT용 패널은 발광층을 2개로 쌓는 ‘투 스택 텐덤’ 방식이라 공정 챔버 수가 두 배 가까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직형 설비에 비해 단위면적 당 하중은 크지 않더라도 전체 하중은 클 수 있다. 

한 디스플레이 설비 관련 전문가는 “LG디스플레이 역시 IT용 OLED 설비 투자를 위해 설비 무게를 줄이는 방향을 검토할 정도로 8세대급 OLED는 하중이 중요한 팩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공사 재개할 것으로 예상

 

따라서 L8이 IT용 OLED 설비투자 공간으로 활용되지 못한다면 투자를 위해 새 공간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 2017년 처음 시작된 A5 조성 공사는 2018년 플렉서블 OLED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중단됐다가 2019년 재개됐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탓에 시장 환경이 불투명해지자 다시 공사가 중단됐다. 

IT용 OLED는 애플이 아이패드⋅맥북에 OLED를 적용하기로 하면서 수요가 가시적이고, A5 신설 외에는 공간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만큼은 삼성디스플레이가 A5 건설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 A5 부지. /사진=KIPOST
삼성디스플레이 A5 부지. /사진=KIPOST

지난달 27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 설비투자 및 인프라 건설에 3조원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비 업계는 3조원 중 절반 정도는 A5 공사에 투입될 것으로 추정한다. 

IT용 OLED는 이제 시장이 개화하는 자동차용 OLED와 기술적 맥락이 유사하다. 휘도(밝기)와 수명이 더욱 강조되면서 투 스택 텐덤 구조가 양쪽 모두에서 활용된다. 대면적이 선호된다는 트렌드도 공통적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차량용 OLED 출하량은 2023년 1000만대, 2025년 2000만대, 2029년 60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태블릿⋅노트북PC용 OLED 시장을 선점하는 회사가 차량용 OLED 시장까지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공사 재개는 내년 초, 대략 1년 2개월여 기간에 걸쳐 건물을 완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