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용 PR 등 소재 국산화 어려움
국내 소재사들 JSR·신에츠 등 견제 역할 정도

2019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업계에서는 한동안 반도체 소재 국산화 바람이 불었다. 특히 초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에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PR) 등 일본계 화학 업체들이 독점하는 소재 공급선을 다원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커졌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국내 업체들의 소재 기술력은 글로벌 업체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이에 따라 소재 국산화 시도가 기존 글로벌 메인 벤더 경계·관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삼성전자, 디램용 하이케이 전구체 벤더 다각화 시도하나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 반도체용 프리커서(전구체) 제조사인 디엔에프의 2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디엔에프는 미세패턴을 위한 패터닝용 희생막 재료인 DPT(Double Patterning Technology)와 캐패시터 유전막·메탈 게이트 절연막으로 사용되는 디램용 하이케이 전구체를 주로 생산한다. 이 업체는 삼성전자를 주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공장을 증설해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디램용 하이케이 전구체 공급 다원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디램용 전구체로는 지르코늄 계열과 하프늄 계열이 주로 쓰이는데 삼성전자는 일본의 아데카로부터 해당 소재를 주로 공급받고 있다. 특히 최근 성능·공정상 이점으로 도입을 시작하고 있는 하프늄 전구체의 경우 2023년까지 아데카와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반도체 소재에 정통한 국내 한 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소재를 공급하기까지 주로 품질 평가 등을 포함해 2~3년이 걸리기 때문에 디엔에프에서도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디엔에프는 지난 4월부터 일부 아데카 물량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독점 계약이 돼 있는 하프늄 계열이 아닌 절대량 측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지르코늄 계열 전구체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EUV용 소재 국산화 시도...아직까지 결과 미흡

ASML의 EUV 스캐너

디엔에프를 포함해 삼성전자 협력사 지분투자는 당장 소재 수급망 안정화하는 목적 외에 또 다른 전략적 목적도 있다. 기술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기존 협력사들을 적절히 긴장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는 주요 소재 공급선을 다각화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EUV 장비에 사용되는 각종 소재들 역시 일본 업체들이 독점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성이 증대했다. 

포토레지스트(PR)를 생산하는 동진쎄미켐도 대표적 사례다. 이 업체는 현재 KrF(불화크립톤)·ArF(불화아르곤)용 PR 재료를 삼성전자에 공급 중이다.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ArF이머전(i)용 PR 양산에 성공하기도 했다. 

동진쎄미켐은 현재 삼성전자와 EUV 공정용 PR을 개발하고 있다. 일본 소부장 이슈가 확산될 당시만 해도 공급이 유력할 것으로 안팎에서 전망됐으나 아직 양산 적용은 요원하다. 업계는 JSR⋅신에츠⋅TOK 등 기존 공급사 수준으로 제품력을 끌어올리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한 PR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 실무진에서 테스트 레이어를 늘리고 있으나 아직 EUV 라인에 투입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래도 국산 업체가 이원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협력사들을 긴장시키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블랭크마스크를 생산하는 에스앤에스텍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이 업체는 회로 패턴을 그리기 이전의 포토마스크인 블랭크마스크 개발을 선언했다. 최근 EUV  향 제품 투자를 늘리고 있으나 아직 삼성전자·SK하이닉스 양산 라인에 진입하지는 못했다.


국산 소재 업체들...일단은 메인 벤더 견제 역할

EUV(Extreme ultraviolet) /자료=삼성전자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국내 소재 업체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벤더 다원화는 제조사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이슈일 뿐더러 반도체 국산화 요구 또한 앞으로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동진쎄미켐의 경우 2017년 삼성전자가 유상증자를 통해 약 5%의 지분을 확보했다. 에스앤에스텍 역시 지난해 삼성전자로부터 약 66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국내 소재 업체 육성 및 품질 테스트 등을 통해 삼성전자는 EUV PR 주요 공급사인 JSR·신에츠·듀폰·TOK를 비롯해 블랭크마스크 생산을 주도하는 호야·아사히글래스·신에츠 등 일본 메인 벤더들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진쎄미켐이나 디엔에프 등 삼성전자가 국산화 비중을 높이려고 하는 것은 맞다"며 "회사만 놓고 본다면 일본 업체들과 기술적으로 비견하기는 어렵지만 삼성전자가 국산화에 대한 정책적 요구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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