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F, CMC보다 밀도 향상에 탁월 
SBR 대체할 실리콘 음극재용 바인더 필요

최근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가 음극재 시장이다. 에너지 밀도 향상 측면에서 기술적 역량이 고점에 다다른 양극재와는 달리 아직까지 음극재의 발전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활물질·도전재 등을 잘 결합해 극판에 고루 점착시키는 바인더(Binder)는 그간 미미한 시장 규모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배터리 시장 파이가 크게 확대됨에 따라 각종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음극 바인더, 양극 바인더보다 기술적으로 더 어려워 

배터리 슬러리에는 활물질·도전재·바인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자료=SAT

바인더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들을 잘 결합하고 집전체(극판)에 고루 도포되는 것을 돕는 물질이다. 충방전을 위한 기본 소재인 활물질과 소재의 성능을 강화시키는 각종 도전재가 용매를 통해 혼합될 때, 바인더가 이들 물질의 결속력을 유지시킨다. 달라붙는 성질을 강화시키는 물질이기 때문에 '증점제'라고도 불린다. 

바인더는 결합되는 물질들에 따라 그 기능과 특징이 조금씩 달라진다. 양극재는 주요 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 등이 음극 소재 대비 부피 팽창 정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바인더 역시 기본적인 점착 기능만 유지하면 충분하다.

그러나 음극재는 양극으로부터 온 리튬이온을 최대한으로 저장한 뒤 다시 내보내야 하기 때문에 부피 변화가 큰 물질들이 주로 쓰인다. 현재 음극 소재로 가장 많이 쓰이는 흑연은 부피 팽창율이 10% 정도다. 최근 배터리 셀 업체들이 조금씩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실리콘은 최대 400%까지 부피가 늘어난다. 한국재료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주요 배터리셀 제조 업체들은 음극재에 실리콘을 5% 내외로 적용 중이다. 


핵심은 배터리 에너지 밀도 개선...CNF, CMC보다 밀도 향상에 탁월 

음극 바인더로는 SBR(styrene-butadiene rubber)과 CMC(sodium salt of carboxymethyl cellulose)가 함께 쓰이고 있다. 양극 바인더로는 기존에 쓰이던 PVdF(poly vinylidene fluoride)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CMC는 음극 주요 소재인 흑연, 음극 슬러리 용매로 쓰이는 물 모두와 친화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어 슬러리 물질 간 증점에 적합하다. 한국재료연구원 관계자는 "흑연이 용액 안에서 침전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CMC가 이를 억제하고 물질들을 고루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슬러리가 극판에 도포된 모습. /
배터리 슬러리가 극판에 도포된 모습. /사진=rheologylab

최근 배터리 업계가 차세대 바인더 소재로 주목하고 있는 물질이 CNF(셀룰로오스 나노섬유)다. CNF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이 CMC를 CNF로 대체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CNF는 CMC의 성질을 유사하게 가지고 가면서 동시에 CMC 대비 바인더 양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섬유 형태로 길게 늘어진 CNF를 사용할 경우 벌크 CMC를 사용할 때보다 더 적은 양을 사용해 결과적으로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더욱 높여준다. 다만 아직까지 배터리 셀 업체 쪽에서 적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있다. 한 CNF 업체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 CMC를 CNF로 바꾸는 것을 초기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당분간은 연구개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용 바인더, SBR로는 어려울 전망

한편 실리콘 음극재가 본격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실리콘용 바인더에 대한 연구개발도 본격화되고 있다. 실리콘의 큰 부피 팽창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바인더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SBR 소재로는 충분하지 않아 새로운 소재에 대한 필요성이 점차 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어떤 분자 구조가 가장 적합할지 탐색하는 초기 연구개발 단계다. 

이차전지 시장조사전문업체 SNE리서치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음극활물질 수요량이 2025년까지 약 136만톤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39%의 성장률이다. 특히 실리콘 음극재의 경우 70%의 고성장률로 전체 음극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수준에서 향후 11%까지 성장할 것이라 예측했다. 

국내 음극재 바인더 업체로는 한솔케미칼이 있다. 금호석유화학 또한 최근 음극재 바인더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현재 양극재 바인더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