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5~10% 추가 감산
HBM 및 그래픽 매출 비중 20% 도달
2Q 영업손실 2.8조원

SK하이닉스가 최근 메모리 업황을 반영해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추가 감산을 실시한다. 다만 AI(인공지능) 서버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HBM(고대역메모리), D램 최선단 제품인 10나노대 4세대 및 5세대 관련 투자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낸드플래시 가동률을 5~10% 추가 축소한다고 밝혔다(KIPOST 2023년 6월 30일자 <SK하이닉스도 8~9월 추가 감산>  참조). 최근 IT 업체들의 AI 서버 투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사실상 수혜 범위에서 벗어나 있고, 업계 재고 수준 역시 여전히 높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 생산능력은 D램이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40만장, 낸드플래시가 월 20만장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해 4분기부터 생산량을 줄여오고 있는 SK하이닉스의 현재 감산폭은 D램⋅낸드플래시를 합쳐 20% 정도다. 웨이퍼 투입 규모를 월 48만장 수준까지 줄였다는 뜻이다. 

이번에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5~10% 정도 더 감산하면 웨이퍼 투입량은 이보다 더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에 앞서 업계 3위 마이크론도 D램⋅낸드플래시 감산폭을 25%에서 30%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1위 삼성전자의 추가 감산과 관련한 입장은 확정 실적이 나오는 오는 27일에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3 D램.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HBM3 D램. /사진=SK하이닉스

메모리 업계의 이 같은 추가 감산은 올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대한 시각을 보여준다. 메모리반도체는 웨이퍼 투입 뒤 산출까지 2~3개월 정도 소요된다. 7월에 낮춰 놓은 생산량은 오는 10월 재고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적어도 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오는 10월, 길게는 연말까지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정상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4분기 시황이 정상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면 현 시점에서 감산할 이유가 없다. 

최근 대형 IT 업계가 경쟁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AI 서버향 HBM 수요는 내년까지 견조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서버는 CPU(중앙처리장치)와 D램⋅낸드플래시가 중심인 기존 데이터센터 서버와 달리, GPU(그래픽처리장치)⋅HBM이 중심이다. SK하이닉스는 HBM의 가장 최신 세대인 HBM3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SK하이닉스측은 “HBM을 포함한 그래픽 분야 매출 비중이 지난해 4분기 10%에서 올해는 20%(D램 매출 대비)까지 늘어났다”며 “TSV(실리콘관통전극) 등 관련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IT 업체들의 AI 서버 투자가 잦아들면 수주 공백이 생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다. 최근 AI 서버 투자가 ‘학습’을 위한 용도라면, 향후 서비스를 위해서는 ‘추론’을 위한 AI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IT 업체들은 AI 서비스를 위해 저마다의 ‘모델’을 만들고, 대규모 데이터를 쏟아부어 고도화⋅정교화 시킨다. 이 과정이 학습이다. 향후 학습이 마무리 되면 이 모델을 구동시키는 추론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각각의 과정에서 AI 서버가 대규모로 필요하고, 기업 수도 워낙 많기에 HBM 수주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측은 “투자 공백이 전혀 없을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HBM의 ‘캐즘’은 적거나 얕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중국 우시에 있는 SK하이닉스 D램 팹. /사진=SK하이닉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이 2조88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이익 4조1972억원)과 비교해 적자 전환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7조3059억원으로 1년 전보다 47.1%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앞서 1분기에는 3조402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작년 4분기 1조701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12년 3분기(-240억원)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낸 데 이어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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