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사 모두 낸드 중심 감산 확대
중국이 키옥시아-WD 합병 승인할까

마이크론⋅SK하이닉스에 이어 1위 삼성전자도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감산폭을 확대한다. HBM(고대역메모리)으로 돌파구를 찾은 D램과 달리, 좀처럼 활로가 보이지 않는 낸드플래시 중심으로 감산을 늘릴 예정이다. 

메모리 업계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웨스턴디지털 합병을 통해 공급사 수가 줄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단기에 해법이 나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4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4세대 V낸드.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하반기 낸드 감산 확대”

 

삼성전자는 27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을 통해 “5월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재고가 감소하고 있다”면서도 “하반기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감산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상반기 삼성전자의 감산 수준을 D램⋅낸드플래시 도합 15% 안팎으로 추정한다. 20% 이상 생산량을 줄인 SK하이닉스 보다는 폭이 작지만, 워낙 생산능력 차이가 큰 탓에 절대적인 감산량은 삼성전자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D램 생산능력은 300㎜ 웨이퍼 투입 기준 월 66만장, 낸드플래시는 64만장 정도다. 총 130만장 규모로, 65만장 수준인 SK하이닉스의 정확히 두 배다.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을 5%만 더 줄여도 월 3만2000장분이 시장에서 사라진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메모리 회사들이 낸드플래시 감산에 방점을 찍는 건, D램과 달리 시황을 반전시킬 만 한 계기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D램은 최근 IT 업체들의 AI 서버 투자가 늘면서 HBM 향 출하가 크게 늘고 있다. HBM은 D램을 수직 적층해 만드는데, GPU(그래픽처리장치)와 2.5D 패키지로 이어 붙인 뒤 AI 서버에 탑재한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 직원이 3D 낸드플래시를 검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원래 서버 투자가 늘면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 D램⋅낸드플래시 수요가 동시에 증가했지만, 최근 AI 서버 투자 국면에서 낸드플래시는 완전히 소외돼 있다. AI 서버는 정보 저장보다는 학습⋅추론을 위한 연산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탓이다. 

삼성전자측은 “하반기 D램 시황은 PC와 모바일향을 중심으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낸드플래시는 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키옥시아-WD 합병만 바라보는 업계

 

이 때문에 메모리 업계가 기대하는 것은 2위 키옥시아와 4위 웨스턴디지털의 합병이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고 해서 업계 생산능력이 당장 줄어들지는 않지만, 공급사 수는 감소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한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는 3사 외에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에 중국 YMTC까지 가세한 상태다. 그나마 인텔까지 참전했던 7개사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6개사 경쟁으로 완화됐다. 

여기에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가 합병하면 5개사, YMTC에 대한 미국 제재가 더욱 강화되면 사실상 4개사 경쟁 체제로 접어들게 된다. 과점 산업 특성상 플레이어 수가 줄면 설비투자 유인이 떨어지면서 시장 스스로 생산능력 증대를 억제하는 기능이 커진다.

키옥시아 욧카이치 공장. /사진=키옥시아
키옥시아 욧카이치 공장. /사진=키옥시아

관건은 중국 경쟁당국 승인 여부다. 미국의 중국 반도체 기술 제재와 일관되게 미국을 지지하는 일본 정부 포지션을 감안하면, 중국이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 합병을 허락할 가능성은 낮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중국 경쟁당국 승인 없이 합병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간 합병시 특정 국가의 승인 없이도 합병은 가능하다. 그러나 합병 이후 해당 국가에서의 영업활동이 정지된다. IT 제조업에서 중국이 갖는 위상을 감안했을 때 쉽사리 무시할 수 없는 제약이다. 두 회사는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시너지와 이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중국 시장에서의 매출 등을 비교해 최종 합병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겸 IDC 부사장은 “합병시 어느 회사를 존속법인으로 놓을지 등 세부적인 조건을 논의하는 단계로 파악된다”며 “합병 후 낸드플래시 시장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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