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iC를 전략 기술로 묶어
잉곳은 미국, 이후 공정은 구미로 이원화

지난 2020년 미국 듀폰으로부터 SiC(실리콘카바이드, 탄화규소) 사업을 인수한 SK실트론이 SiC 잉곳 생산 투자를 국내에 집행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iC 관련 기술이 미국의 전략기술로 묶여 있어 해외로의 반출이 불가능해서다. 

따라서 SK실트론은 SiC 잉곳 성장까지는 미국에서, 이후 웨이퍼링⋅에피택셜 공정부터만 국내 공장에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iC 웨이퍼. /사진=소이텍
SiC 웨이퍼. /사진=소이텍

 

미국, SiC를 전략기술로 묶어

 

SiC 웨이퍼를 만드는 과정은 ▲SiC 분말을 녹여 원기둥(잉곳) 형태로 만드는 성장공정 ▲이를 낱장의 웨이퍼로 만드는 웨이퍼링 공정 ▲순수 웨이퍼 위에 화학물질을 입히는 에피택셜 공정으로 나뉜다. 물론 모든 공정이 SiC 웨이퍼 생산에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공정이 SiC 순도와 생산능력을 결정한다 점에서 중요도가 가장 높다. 

이미 경상북도 구미 공장에 SiC 웨이퍼링 및 에피택셜 공정을 갖추고 있던 SK실트론이 듀폰의 SiC 사업(현 SK실트론CSS)을 인수한 이유다. SK실트론은 SK실트론CSS 인수 직후 신공장 건설을 추진,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에 SiC 잉곳 성장을 위한 2공장을 건설했다. 

다만 이처럼 높은 중요도에도 불구하고, SK실트론CSS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에 잉곳 성장로를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정부가 SiC를 전략기술로 묶어 해외 반출을 금하고 있어서다. 한 SiC 산업 전문가는 “SK실트론이 듀폰으로부터 SiC 사업을 인수할 때부터 관련 기술의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상호 양해했다”며 “앞으로도 SiC 잉곳 성장 라인은 미국에서만 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SiC 웨이퍼 및 반도체 시장 서플라이체인. /자료=업계 취합
SiC 웨이퍼 및 반도체 시장 서플라이체인. /자료=업계 취합

따라서 향후 SK실트론의 SiC 사업은 미국은 성장공정, 구미는 웨이퍼링⋅에피택셜 공정을 중심으로 이원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전체로 보면 잉곳(SK실트론CSS), 웨이퍼⋅에피택셜(SK실트론), 소자(예스파워테크닉스) 구조의 서플라이체인이 구성된다. 

 

전력반도체 회사들, 잉곳⋅웨이퍼 확보 전쟁

 

현재 SK실트론의 SiC 웨이퍼 생산능력은 SK실트론CSS를 합쳐 연 12만장(6인치 기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SK실트론은 2단계 증설 투자도 진행 중인데, 증설이 완료되면 오는 2025년까지 연 50만장 수준으로 늘어난다. 

SK실트론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SiC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는 것은 전력반도체 회사들을 중심으로 SiC 잉곳⋅웨이퍼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국내는 반도체 산업이 Si(실리콘, 규소) 웨이퍼를 기반으로 성장해 체감이 안 되지만, 유럽⋅일본 SiC 반도체 회사들은 최근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력반도체 1위 회사인 독일 인피니언은 오는 2027년까지 SiC 공정 생산능력을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늘리는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1차적으로 이 회사가 말레이시아 쿨림에 짓고 있는 신공장이 내년 양산에 들어간다. 인피니언은 팹에 투입할 SiC 웨이퍼를 수급하기 위해 미국 울프스피드⋅코히어런트와 각각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12일에는 일본 리조낵(구 쇼와덴코)과도 SiC 웨이퍼 장기공급 계약을 갱신했다. 

에피웨이퍼는 순수 웨이퍼 위에 특정 화합물질을 증착한 제품을 뜻한다. /자료=SK하이닉스
에피웨이퍼는 순수 웨이퍼 위에 특정 화합물질을 증착한 제품을 뜻한다. /자료=SK하이닉스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19년 SiC 웨이퍼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노스텔AB를 인수했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역시 울프스피드⋅코히어런트와 SiC 웨이퍼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했지만 내재화 작업까지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SiC 파운드리를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DB하이텍도 SiC 웨이퍼 수급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SK실트론CSS⋅소이텍 등과 SiC 웨이퍼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다. 

소이텍(Soitec)은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회사로, 현재 6인치 SiC 웨이퍼를 양산하고 있다. DB하이텍은 8인치 SiC 파운드리로 직행할 계획이어서 이 회사 8인치 SiC 웨이퍼 생산을 기다리고 있다. 소이텍은 2024년부터 8인치 SiC 웨이퍼를 양산할 계획이다. 현재 수립된 계획에 따르면 이 회사의 8인치 생산능력은 2025년 월 1만6000장 정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에는 월 4만1000장 수준으로 설비를 증설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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