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임원 승진자 '0'
2012년 이후 조직은 축소, 매출은 제자리
한때 경쟁사이던 크리는 SiC로 승승장구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가 차세대 TV 기술로 마이크로 LED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사내 LED 사업팀 위상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이건희 회장 시절인 지난 2010년 LED를 ‘5대 신수종사업’으로 꼽았던 게 무색할 정도다.

한때 강력한 경쟁사이던 미국 크리는 SiC(실리콘카바이드, 탄화규소) 웨이퍼 회사로 기사회생했으나, 삼성전자 LED 사업팀은 피벗(사업전환)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조명용 LED 패키지. /사진=삼성전자
조명용 LED 패키지. /사진=삼성전자

 

수년째 임원승진 ‘0’

 

매년 연말 삼성그룹 인사 시즌에는 임원 승진자를 축하하는 덕담이 오간다. 그러나 삼성전자 LED사업팀은 수년째 이 같은 분위기에서 배제됐다. 지난 2015년 마지막 임원 승진 사례가 나온 이래 올해까지 7년째 임원 승진자가 없었던 탓이다. 

인사의 기본 원칙이 ‘신상필벌(信賞必罰)’임을 감안하면 정해진 수순이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은 2012년 독립조직(삼성LED)에서 삼성전자로 흡수된 후 거의 매년 사업과 조직이 축소됐다. 2014년 LED 조명 관련 판매⋅마케팅 등 해외 사업을 중단했고, 이듬해 사업부가 사업팀으로 격하됐다. 한때 2500명 안팎이던 임직원도 상당수가 다른 사업부로 전배됐다. 현재는 최윤준 부사장이 팀을 이끌고 있다. 

매출도 2010년 1조3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최근 거의 매년 1조원 안팎을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익은 소폭 적자 내지 적자를 겨우 면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LED 사업팀의 OPI(초과이익성과금・옛 PS)도 잘해야 한 자릿수 초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년 전에는 LED 사업팀 부장급 OPI가 세금 떼고 1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며 “그나마도 독립법인이었다면 구경도 못했을 금액”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5대 신수종사업으로 육성하려 했던 LED가 이처럼 자존감이 바닥난 건 중국 발 공급과잉 탓이다. 

멀티챔버 방식의 MOCVD. /사진=비코
멀티챔버 방식의 MOCVD. /사진=비코

LED 사업 초창기 LED 제조사의 생산능력은 MOCVD(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 구매 대수에 비례했다.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GaN(질화갈륨) 층을 올리는 핵심 설비가 MOCVD다 보니 업체들이 앞다퉈 사들였다. 이 시기 삼성LED 역시 최대 180대, 금액으로 약 5000억원 안팎의 MOCVD를 구매했는데 결국은 이게 독이됐다. 

삼성LED⋅LG이노텍이 1대당 30억원에 사들이는 MOCVD를 중국 업체들은 3억원 안팎에 사들였다. 중국 정부 보조금 덕분이다. LED 같은 장치 산업에서 생산설비의 감가상각비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승부가 되지 않았다. 

설비투자비를 100% 원가에 반영해야 하는 삼성LED⋅LG이노텍으로서는 중국 업체들 단가를 따라가는 게 불가능하다. 오히려 막대한 설비투자금액이 실적을 깎아먹는 주범이 됐다. 이에 두 회사 모두 2012년 이후 관련 사업을 축소해왔고, LG이노텍은 2020년을 끝으로 LED 사업에서 철수했다. LG이노텍은 사업 막바지 UV(자외선) LED 사업으로 승부를 보려했으나 이 역시 여의치 않았다.

한 LED 사업 전문가는 “삼성전자는 2011~2012년 삼성LED에 대한 대대적인 경영진단 후 이미 사업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며 “이 때문에 크리처럼 피벗하거나 사업 자체를 매각하려 했으나 이미 적기가 지난 뒤였다”고 말했다.

 

크리, 화합물 반도체 사업으로 활기

 

삼성LED가 뒤따르려 했던 크리는 한국⋅중국에서 LED 투자에 불이 붙자 생산이 까다로운 고출력 LED 시장에 집중했다. 고출력 LED는 수십와트에서 수백와트에 이르는 제품으로, 투광등처럼 밝은 빛이 필요한 특수조명에 사용된다.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중출력⋅저출력 LED 생산에 쓰이는 사파이어 웨이퍼가 아닌 SiC 웨이퍼가 필요하다. 

크리의 경우 LED 사업 외에 RF(무선) 칩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이 RF 칩 생산에 SiC 웨이퍼가 쓰인다. 이 때문에 SiC와, 같은 화합물 웨이퍼에 속하는 GaN 웨이퍼를 일부 자체생산했고 이제는 SiC⋅GaN 웨이퍼 사업이 LED 사업 매출을 뛰어 넘었다. 

SiC 웨이퍼. /사진=ST마이크로
SiC 웨이퍼. /사진=ST마이크로

크리는 지난 2015년 SiC⋅GaN 웨이퍼 사업이 성장하자 관련 사업을 분사해 울프스피드를 설립했다. 울프스피드는 이제 시가총액 100억달러(약 13조원)의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 역시 한때 크리처럼 SiC 웨이퍼를 이용해 고출력 LED를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LED 산업 전문가는 “향후 마이크로 LED 산업이 성장하게 되면 국내는 에피-칩 수급을 위해 결국 중국업체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LED 사업팀을 되살리기에는 여건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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