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랩, 대면적 저가형 지문인식 모듈 개발
유기물 TFT 공정 적용해 생산 단가 낮춰

유기물 TFT(박막트랜지스터) 공정을 이용해 스마트폰용 지문인식 모듈을 대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현재 스마트폰 화면과 일체화된 지문인식 모듈은 비싼 공정 비용 탓에 가로⋅세로 1㎝ 미만의 센서만을 장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손가락 1개의 지문만을 인식, 보안성이 낮고 특정 부위를 정확하게 터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했다.

현재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모듈은 화면 내 좁은 부위에서만 인식 가능하다. 높은 CIS(이미지센서) 가격 때문에 대면적으로 장착하기는 어렵다.
현재의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모듈은 화면 내 좁은 부위에서만 인식 가능하다. 높은 CIS(이미지센서) 가격 때문에 대면적으로 장착하기는 어렵다.

 

클랩, 면적은 넓히고 가격은 낮춘 센서 개발

 

클랩이 개발한 지문인식 모듈은 가로⋅세로 2㎝⋅4㎝ 크기(시제품 기준)다. 센서 면적으로만 따지면, 현재 스마트폰에 장착된 지문인식 모듈 대비 최소 8배 이상 넓다. 덕분에 손가락 두 개를 동시에 인식시켜 보안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 인식 범위가 넓기에 화면 특정 부위를 터치하기 위해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클랩의 지문인식 모듈은 기술 갈래로 비교하면 ‘갤럭시A’ 시리즈에 장착된 광학식 센서와 구현 원리가 동일하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서 방출된 빛이 지문의 굴곡 부위를 맞고 반사된 것을 화면 아래 숨겨진 센서가 읽어내는 것이다.

구현 원리가 비슷한데 클랩의 방식이 대면적 생산이 가능한 건, 유기물 TFT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기존 광학식 지문인식 모듈에 사용하는 센서는 스마트폰용 카메라에도 동일하게 들어가는 CIS(이미지센서)다.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만들어져 공정 비용이 비싸다. 

클랩의 지문인식 모듈 구현원리. OLED의 빛이 지문에 맞고 반사되면 유기물 포토다이오드(OPD)에 흡수돼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과정은 OPD 아래의 유기물 TFT(OTFT)가 관장한다. /자료=클랩
클랩의 지문인식 모듈 구현원리. OLED의 빛이 지문에 맞고 반사되면 유기물 포토다이오드(OPD)에 흡수돼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과정은 OPD 아래의 유기물 TFT(OTFT)가 관장한다. /자료=클랩

유기물 TFT는 말 그대로 반도체를 구성하는 물질이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로 구성된 것을 뜻한다. 유기물은 저온에서 공정을 진행할 수 있고, 재료가 잘 녹는 성질을 이용해 잉크젯 프린팅이나 롤투롤 공정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공정 비용이 싸다. 

클랩은 과거 6세대(1500㎜ X 1850㎜) 이전 LCD용 컬러필터 중고 장비 일부만 도입해도 유기물 TFT 생산라인을 구성하는데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가능하다면 CVD(화학기상증착) 등의 장비는 필요 없고 포토공정용 장비 일부만 있으면 된다. 

김성호 클랩 대표는 “2025년 양산 목표는 지문인식 모듈을 1.5달러 정도에 공급하는 것”이라며 “현재 스마트폰 업계가 사용하는 광학식 지문인식 모듈 대비 절반 이하의 단가면서 인식 면적은 훨씬 넓다”고 말했다.

유기물 TFT는 지난 2015년을 전후해 우리나라와 중국 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중심으로도 기술 도입 논의가 활발했다. 최종적으로 양산에 적용하지 못한 것은 유기물 특유의 낮은 신뢰성과 느린 전자이동도 때문이다. 유기물 TFT의 전자이동도는 가장 낮은 수준의 TFT인 a-Si(비정질실리콘)과 비슷하거나 약간 빠른 정도다. 그래도 고화질 디스플레이가 아닌 지문인식 센서 용도로는 문제될 게 없다.

클랩의 유기물 TFT용 잉크 소재. /사진=클랩
클랩의 유기물 TFT용 잉크 소재. /사진=클랩

낮은 신뢰성은 자체 개발한 유기물 TFT용 소재로 해결한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자체 생산하는 유기물 TFT 소재를 이용해 그동안 제기돼 온 유기물 TFT의 난제를 대부분 풀었다”며 “곧 양산 투자를 통해 국내외 스마트폰 업계에 대면적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랩은 식품포장용 비닐 생산업체 크린랩이 설립한 전자소재 전문업체다. 현재 크린랩이 클랩 지분 47.1%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독일 화학소재업체 바스프(BASF)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랩은 올해 초 디스플레이 편광판 내에 들어가는 위상차지연필름을 국산화 하는 등 주로 디스플레이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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