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장비 없이 잉크젯 공정 구축 용이
유기물 적층 과정에서 회로 손상 방어하는 기술 필요

지난 2015년을 전후로 유기물 TFT(박막트랜지스터)는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막대한 설비투자 금액을 절감해줄 기술로 통했다. 끝내 양산에 도입되지 못했던 이유는 들쭉날쭉한 신뢰성과 낮은 전자이동도 등 다양했지만, 수직 적층이 쉽지 않다는 것도 큰 난제였다. 

최근 유기물 TFT의 수직 적층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유기물 사이에 보호층 소재를 덧대는 기술이 개발됐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저렴하지만 난제 많은 공정, 유기물 TFT

 

유기물 TFT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잉크젯 프린팅 공정 활용이 쉽다는 점이다. 유기 재료 특성상 액체에 잘 녹기에 값비싼 진공장비 없이도 저온에서 공정을 진행할 수 있다. 이는 디스플레이 설비 투자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TFT 라인 구축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종래의 증착-노광-식각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구태여 따르지 않아도 된다. 일부 미세 선폭을 요구하는 레이어에만 포토공정이 제한적으로 동원된다. 

반대로 액체에 잘 녹는 성질 때문에 발생하는 역효과도 있다. TFT를 만들자면 여러 소재들을 수직으로 적층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아래층과 위층의 소재간 표면장력 격차가 생기면 잉크젯 프린팅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포토공정 수가 많지는 않지만 미세 패턴을 만드는 과정에서 현상액⋅식각액에 의해 기존 유기 회로들이 손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스케치북에 물감으로 채색해 놓은 곳에 다시 붓으로 그림을 그리면, 이미 굳어 있던 물감이 녹아서 번지는 것과 유사하다. 

클랩의 지문인식 모듈 구현원리. OLED의 빛이 지문에 맞고 반사되면 유기물 포토다이오드(OPD)에 흡수돼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과정은 OPD 아래의 유기물 TFT(OTFT)가 관장한다. /자료=클랩
클랩의 지문인식 모듈 구현원리. OLED의 빛이 지문에 맞고 반사되면 유기물 포토다이오드(OPD)에 흡수돼 인식하는 방식이다. 이 모든 과정은 OPD 아래의 유기물 TFT(OTFT)가 관장한다. /자료=클랩

따라서 유기물 TFT 기술은 수직으로 소재를 쌓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수평으로 넓혀가야 한다는 게 통설이었다. 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디스플레이용 TFT도 다양한 소재의 수직 적층을 통해 셀 밀도를 높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치명적 한계다. 

유기물 TFT 기술로 스마트폰용 FoD(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모듈을 개발 중인 클랩은 이 때문에 반복된 잉크젯 프린팅 공정과 포토공정에도 각 레이어들이 상호작용하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층을 개발했다.

한개 층을 코팅한 다음 다음 층을 올릴 때 평탄화(Planarization)층을 따로 만들어 표면장력에 의한 영향을 받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또 현상액⋅식각액에 기존 레이어들이 손상받지 않게 보호(Protection)층도 개발했다. 포토레지스트를 코팅하기 전에 미리 회로 위에 100nm(나노미터) 두께의 보호층을 깔아 놓으면 이후 공정에서 기존 회로들이 데미지를 받지 않는다. 

이를 통해 수직 적층이 불가능하다는 유기물 기술로 기존 a-Si(비정질실리콘) 수준의 TFT를 구현했다. a-Si는 기존 상용화 된 TFT 중에는 전자이동도가 가장 낮지만(1㎝2/Vs), 대형 TV용 TFT나 FoD 센서용 회로를 구현하는데는 충분하다. 

클랩은 유기물 TFT 위에 유기물 PD(포토다이오드)를 형성해 FoD 모듈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FoD 모듈은 가로⋅세로 2㎝⋅4㎝ 크기(시제품 기준)로, 종전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광학식 FoD 모듈 대비 8배 이상 면적이 넓다. 공정비용이 낮은 유기물 TFT 기술을 활용한 덕분에 인식 면적을 넓혀도 FoD 모듈 가격 인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클랩의 유기물 TFT용 잉크 소재. /사진=클랩
클랩의 유기물 TFT용 잉크 소재. /사진=클랩

서강일 클랩 CTO(최고기술책임자, 전무)는 “기존 유기물 TFT 기술은 수직 적층이 어려워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평탄화층⋅보호층을 통해 디바이스를 구성하는데 충분한 수준의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클랩은 식품포장용 비닐 생산업체 크린랩이 설립한 전자소재 전문업체다. 지난 2019년 독일 화학소재업체 바스프(BASF)로부터 유기물 TFT 소재 관련 기술을 이전 받아 FoD 모듈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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