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 4자리에서 8자리로 늘어나는 효과
초음파 칩 가격 놓고 삼성전자-퀄컴 신경전

삼성전자가 상반기 선보일 ‘갤럭시S20(가칭)’에서 가장 크게 개선될 요소 중 하나는 지문인식 면적 확대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S10’ 시리즈는 지문을 읽어 내는 부분이 화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올해와 내년, 스마트폰 업계는 지문 인식 범위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지문인식 면적이 넓어지면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짐은 물론, 보안성도 크게 강화된다.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사진=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사진=삼성전자

양 손가락 동시 인증...보안성 강화

 

작년 출시된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 시리즈의 지문 인식 모듈은 인식 부위가 가로 4㎜, 세로 9㎜였다. 이는 손가락 지문 하나를 모두 커버하기도 부족한 면적이다. 지문 인식 범위가 늘어날수록 초음파칩 크기도 커지면서, 모듈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1세대 제품은 인식 범위 최소화가 불가피했다.

상반기 삼성전자가 내놓을 갤럭시S20 시리즈에는 퀄컴의 ‘3D 소닉 맥스’칩이 적용된다. 퀄컴은 3D 소닉 맥스의 지문 인식 면적을 1세대 대비 17배 넓어졌다고 소개한다. 1세대 칩 면적이 36㎜²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나올 칩의 인식면적은 600㎜²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는 가로 30㎜, 세로 20㎜ 내외의 칩이 갤럭시S20 시리즈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엄지손가락 두개를 나란히 이어붙여도 충분한 면적이다.

넓어진 지문인식 면적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터치가 쉽다. 초음파 방식은 지문 인식 위치를 따로 표시해주지 않기 때문에 주의해서 손가락을 갖다대야 한다. 지문인식 면적이 넓어지면 그만큼 직관적으로 지문을 갖다댈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편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보안성이다. 지문 인식 기술 특성상 면적이 넓어질수록 보안이 강화된다. 

지문을 스캔하고, 해상도를 높인 뒤, 정보를 읽어들이는 과정. /자료=슈프리마
지문을 스캔하고, 해상도를 높인 뒤, 정보를 읽어들이는 과정. /자료=슈프리마

지문인식 알고리즘은 지문의 끝점(Ending)⋅분기점(Bifurcation)⋅특이점(Singular points) 등을 읽어낸 뒤, 이를 사전에 등록된 지문과 대조(Matching)하는 과정으로 나뉜다. 끝점은 융선이 끝나는 부분, 분기점은 융선이 나눠지는 부분이다. 

알고리즘은 각 점의 위치⋅간격 등을 읽어낸 뒤, 기존에 저장된 사용자 지문과 대조한다. 지문 인식 면적이 넓으면 읽어낼 수 있는 끝점⋅분기점⋅특이점의 종류가 많아지기 때문에 보안성이 강화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4자리 비밀번호 조합을 사용하다가 8자리로 늘리는 것과 유사하다. 비밀번호 조합이 늘수록 해킹이나 실수로 인한 유출 가능성이 낮아진다.

특히 두 개 이상의 손가락을 동시에 인증할 경우, 보안은 한층 강화된다. 화면 잠금해제처럼 일상적 작업을 위해서는 편의상 한 손가락만 인증하다가, 금융 관련 작업을 할 때는 두 손가락을 인증하게 선택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손가락 일부만 스캔하는 것과 비교하면 두 개, 혹은 세 손가락 지문을 읽어내는 게 보안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대면적 지문인식 도입은 편의성 보다는 보안 목적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지문인식 모듈은 화면 아래 위치한다. 모듈 크기가 클수록 편의성과 보안성이 높아진다. /사진=삼성전자
지문인식 모듈은 화면 아래 위치한다. 모듈 크기가 클수록 편의성과 보안성이 높아진다. /사진=삼성전자

가격과 속도 받쳐줘야

 

관건은 가격이다. 1세대 초음파 지문인식 모듈의 가격은 약 15달러로, 광학식에 비하면 세 배 가까이 비싼 수준이다. 테크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갤럭시S10 플러스의 총 제조원가는 420달러다. 초음파 인식 모듈은 총 제조원가의 3.5% 정도를 차지하는 셈이다. 

비싼 부품에 속하는 디스플레이(86.5달러), AP(70.5달러), 메모리(50.5달러)와 비교하면 가격이 낮지만, 단일 센서로는 가장 비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와 퀄컴 간에 신경전도 적지 않았다. 최대한 가격을 낮추려는 삼성전자와 면적 확대를 통해 단가를 인상하려는 퀄컴 측이 맞선 것이다. 이번에 퀄컴은 17배 가까이 인식 면적을 넓혔음에도 칩 가격을 거의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10 플러스의 BOM. /자료=테크인사이트
갤럭시S10 플러스의 BOM. /자료=테크인사이트

퀄컴 내에서는 초음파 지문인식 칩 사업에 회의를 가질 정도라고는 하나, 딱히 묘수도 없다. 초음파 방식의 지문인식은 기술적으로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만 적용이 가능한데, 플렉서블 OLED의 ‘큰 손’이 삼성전자와 애플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직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FoD)을 도입하지 않고 있어서, 삼성전자와 사이가 틀어지면 당장 초음파 지문인식 칩을 팔 곳도 없다. 퀄컴으로서는 플렉서블 OLED와 초음파 지문인식 저변이 확대될 때까지 울며 겨자먹기로 삼성전자에 싸게 칩을 넘길 수 밖에 없다.

기술적으로는 속도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 지문 인식 면적이 넓어지고, 손가락 개수가 늘어날수록 기존에 저장된 지문 정보와의 비교가 어려워진다. 4자리 비밀번호를 사전 정보와 비교하다가, 8자리 번호를 비교하는 것처럼 복잡성이 배가되는 것이다. 이는 지문인식 알고리즘 중 매처(Matcher)가 담당하는 영역이다.

한 스마트폰 부품업체 대표는 “갤럭시S20의 지문 인식 범위 확대에도 불구하고, 인식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다”며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적으로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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