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LC 하프늄 특허, 2026년까지 유효"
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원화 위해서는 특허 문제 풀어야

그동안 솔벤더 체제를 유지해 온 하프늄 전구체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하프늄 전구체는  D램 커패시터와 메탈게이트 아래 절연막 제조에 사용하는 하이케이(High-K, 고유전) 재료 중 하나다. 중요성이 높은 재료임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단일 업체에 수급을 의존한 건 특허 권리 관계가 워낙 강고하기 때문이다. 

최근 두 회사 모두 하프늄 전구체 수급 이원화 공급 체제를 추진하면서 향후 하프늄 시장에 특허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D램 구조(왼쪽)와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가 적용된 모습. 하이케이 재료는 메탈게이트 끝 절연막을 형성하는 데 사용한다. /자료=삼성전자
기존 D램 구조(왼쪽)와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가 적용된 모습. 하이케이 재료는 메탈게이트 끝 절연막을 형성하는 데 사용한다. /자료=삼성전자

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독점 벤더

 

현재 삼성전자는 하프늄 전구체를 100% 아데카코리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아데카코리아는 지난 1991년 동부한농화학⋅정밀화학과 일본 아사히덴카공업⋅닛쇼이와이가 합작 설립한 한농아데카의 후신이다. 2000년대 초 동부측이 지분을 정리하면서 지금은 일본 아데카가 전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가 됐다. 삼성전자는 아데카와 2023년까지 하프늄 전구체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SK트리켐으로부터 하프늄 전구체를 전량 공급받고 있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016년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와 SK트리켐을 합작 설립했다. 지분율은 SK머티리얼즈가 65%(현재 SK 지주사가 지분 승계), TCLC가 35%씩이다. 

당시 SK머티리얼즈가 하프늄을 비롯한 전구체 사업 진출을 위해 TCLC와 합작사를 설립한 건 TCLC가 하프늄 전구체와 관련한 공정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특허는 오는 2026년 11월까지 효력이 유지되기에 하프늄 전구체 사업을 위해 TCLC와의 합작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아데카코리아는 삼성전자와 2023년까지 하프늄 전구체 독점 공급계약이 체결되어 있다. /사진=아데카
아데카코리아는 삼성전자와 2023년까지 하프늄 전구체 독점 공급계약이 체결되어 있다. /사진=아데카

그렇다면 삼성전자 하프늄 전구체 독점 벤더인 아데카는 특허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이는 TCLC와 아데카 간 체결된 라이선스 덕분이다. 한 반도체 소재 업체 관계자는 “과거 아데카의 삼성전자 하프늄 전구체 공급건에 대해 TCLC가 특허 침해를 주장하자 아데카가 특허 무효 소송으로 맞섰고, 아데카가 TCLC에 특허 사용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화해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둘 간의 라이선스 체결에 고객사인 삼성전자 역시 간접적으로 지원했다는 게 정설이다. TCLC는 SK머티리얼즈와 공동으로 국내에서 전구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파트너인 SK머티리얼즈는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사이기도 하다. SK머티리얼즈는 삼불화질소(NF₃)⋅모노실란(SiH₄)⋅육불화텅스텐(WF₆) 등을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한다. 

만약 TCLC가 하프늄 전구체 특허 권리를 끝까지 배타적으로 주장하면, TCLC의 파트너인 SK머티리얼즈와 삼성 간의 관계가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어차피 SK트리켐이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한다면 TCLC로서는 특허 사용료라도 챙기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512GB DDR5 모듈. HKMG 공정이 적용됐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512GB DDR5 모듈. HKMG 공정이 적용됐다. /사진=삼성전자

공급사 이원화되는 하프늄

 

아데카(삼성전자)-SK트리켐(SK하이닉스)로 굳어졌던 하프늄 전구체 시장에 다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난 건, 두 고객사가 벤더 이원화를 추진하면서다. 하프늄 재료의 중요성과 향후 물량 증가를 감안하면 언제까지나 솔벤더 체제를 유지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두 공급사 모두 지난 2019년 첨단 소재 수출 제한 조치 탓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일본 회사(SK트리켐은 합작사)라는 점에서 이원화가 절실하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하프늄 전구체 구매액은 약 1100억원, SK하이닉스가 약 9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두 회사가 모두 사용량이 늘어 도합 2500억원 안팎의 구매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공정 미세화에 따라 하이케이메탈게이트(HKMG) 공정을 적용하는 제품 수가 늘고, D램 커패시터에도 하프늄 전구체가 폭넓게 활용되면서 향후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여지가 크다. 이미 하프늄 전구체 시장 자체는 이전 세대 하이케이 재료인 지르코늄 전구체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절대적인 사용량은 지르코늄이 더 많지만, 하프늄 전구체 가격이 지르코늄 대비 3배 이상 비싸기 때문이다.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전구체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사진=SK머티리얼즈
SK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전구체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와 합작사를 설립했다. /사진=SK머티리얼즈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서는 공급망 안정과 향후 하프늄 전구체 단가 협상을 위해서라도 대안 공급사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손을 들고 나온 회사가 삼성전자쪽은 디엔에프, SK하이닉스쪽은 메카로다. 

앞선 아데카의 사례처럼 하프늄 전구체 사업을 위해서는 우선 특허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일단 메카로는 자체 특허를 통해 TCLC 특허를 회피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MAP(Mecaro Advanced Precursor) Hf’ 특허를 통해 생산한 하프늄 전구체가 성능은 TCLC 제품과 동등하면서 특허권은 침해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메카로는 앞서 지르코늄 전구체를 SK하이닉스에 독점 공급한 바 있으나, 하프늄 전구체 공급망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했다. 최근 이 회사는 SK하이닉스와 평가를 마치고 하프늄 전구체 양산 공급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엔에프의 특허 전략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209억원 규모의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디엔에프 지분율은 7%다. 단일 주주 기준으로 김명운 디엔에프 대표 다음으로 삼성전자 지분이 많다. 디엔에프는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전구체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사용할 계획이지만, 실제 유상증자의 배경에는 특허 방어 목적이 더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디엔에프의 5% 이상 주주 현황. /자료=디엔에프
디엔에프의 5% 이상 주주 현황. /자료=디엔에프

만약 TCLC가 아데카에 라이선스를 줄 수 밖에 없었던 역학 관계가 디엔에프에도 작동한다면, 삼성전자라는 존재 자체로 특허 방어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허 라이선스 여부는 전적으로 TCLC에 달려 있다. 일단 삼성전자-아데카 간의 독점 계약이 맺어져 있는 2023년까지 디엔에프는 특허 라이선스나 무효소송 등을 통해 TCLC 특허 문제 해결을 시도할 전망이다. 그래야 삼성전자에 ‘특허 프리’한 하프늄 전구체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아데카 이외에 라이선스를 또 오픈하는 건 TCLC로서도 특허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면서도 “삼성전자 지분이 섞인 디엔에프를 대상으로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쉽지 않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