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심판관 지정
AMD에 앞서 애플⋅삼성전자⋅퀄컴 등은 합의 종결
특허 무효심판 제기는 협상력 확보 차원

미국 CPU 업체 AMD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교수 시절 등록한 핀펫(FinFET) 특허에 대해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케이아이피(KAIST IP)가 AMD와 진행 중인 특허 침해 분쟁에 대한 반격 차원이다.

이 장관의 핀펫 특허는 기존 평면 구조의 트랜지스터를 3차원 입체 구조로 전환한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는 KAIST로 특허권이 양도된 상태다. 

 /사진=AMD
 /사진=AMD

 

AMD, 무역위 과징금에 특허 무효로 대응

 

특허심판원은 AMD가 청구한 KAIST 특허(제 0458288호) 무효 심판에 대해 지난달 28일 심판관을 지정했다. 심판관 지정은 특허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에 앞서 가장 우선적으로 행해지는 절차다. 향후 특허 심판의 쟁점이 되는 진보성⋅신규성과 관련해 양측의 첨예한 공방이 오갈 예정이다. 

AMD는 특허법인 광장리앤고를, 케이아이피는 특허법인 그루를 각각 대리인으로 지정했다.

AMD가 무효를 주장한 특허 제 0458288은 이종호 장관이 지난 2001년 원광대 재직 시설 KAIST와 함께 개발한 핀펫 기술의 요체다. 종전 평면 구조 트랜지스터는 선폭 미세화에 따른 채널 길이 단축 탓에 누설 전류가 발생하는 한계에 봉착했다. 소스-드레인 간 사이가 너무 가까워 게이트에 전압을 인가하지 않아도 소스에서 드레인쪽으로 전류가 흐르게 되는 것이다. 

일반 평면형 트랜지스터 구조(왼쪽)와 핀펫 구조./자료=삼성전자
일반 평면형 트랜지스터 구조(왼쪽)와 핀펫 구조./자료=삼성전자

소위 핀펫으로 불리는 3차원 채널 구조는 짧은 채널 길이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전류 흐름을 제어한다. 게이트가 채널을 3면에서 감싸, 어류의 지느러미(Fin)처럼 생겼다고 해서 핀펫으로 불린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양산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 핀펫은 반도체 미세화를 상징하는 기술이었다.

이 장관은 국내는 2002년에 미국(US 6,885,055)에는 2004년에 해당 특허를 출원됐다. 지금은 KAIST에 특허권이 양도됐으며, KAIST 지식재산권 관리 자회사인 케이아이피가 전용실시권을 갖고 있다.

 

“특허 무효화 될 가능성은 희박”

 

AMD와 케이아이피 간 특허 분쟁은 앞서 케이아이피가 애플⋅삼성전자⋅퀄컴 등과 치렀던 분쟁의 연장선이다. 애플⋅삼성전자⋅퀄컴은 지난 2020년 이전 케이아이피와 핀펫 특허를 놓고 첨예하게 맞섰다.

케이아이피는 미국에서는 민사 소송으로, 국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특허 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애플⋅삼성전자⋅퀄컴은 처음에는 특허 제 0458288호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가 결국에는 합의 종결했다.

AMD의 경우 지난해 4월 무역위원회가 불공정 무역행위를 인정, 4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AMD는 과징금 납부 대신 우선 특허 무효 심판을 통해 시간을 벌어보려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AMD에 앞서 삼성전자⋅퀄컴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케이아이피와 특허 분쟁을 겪었고, 합의 종결했다. /사진=퀄컴
AMD에 앞서 삼성전자⋅퀄컴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업체 대부분이 케이아이피와 특허 분쟁을 겪었고, 합의 종결했다. /사진=퀄컴

다만 앞서 애플⋅삼성전자⋅퀄컴 등이 합의 종결로 끝낸 만큼, 실제 특허 무효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미국 법원에서는 2020년 삼성전자⋅퀄컴 등이 2억달러(약 2619억원)를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애플의 경우, 2017년 국내서 무역위원회 조사가 진행됐는데 2019년 합의 종결했다. 

한 특허 전문가는 “내로라라는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합의로 사안을 마무리한 만큼 AMD 역시 비슷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허 무효심판 제기는 합의에 앞서 조금이라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절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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