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호야 의존도 낮출 듯
"2025년까지 EUV 블랭크마스크 인프라 크게 개선"

일본 아사히글래스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용 블랭크마스크를 공급한다. 그동안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본 호야 제품을 100% 사용했으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블랭크마스크 공급사 이원화를 추진해왔다. 

호야가 독점력을 유지하던 품목이 이원화되면서 요지부동이던 EUV 블랭크마스크 단가 역시 하락할 여지가 커졌다.

EUV 노광장비 내부. 빛을 반사하는 부위가 블랭크마스크다. /사진=칼짜이즈
EUV 노광장비 내부. 빛을 반사하는 부위가 블랭크마스크다. /사진=칼짜이즈

 

삼성전자⋅SK하이닉스, 블랭크마스크 이원화

 

3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최근 EUV 노광 공정에 아사히글래스의 블랭크마스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며 “아직 양은 많지 않지만 EUV를 쓰는 D램 제품 비중이 커질수록 호야의 점유율을 대체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랭크마스크는 노광 공정에서 사용하는 포토마스크의 원판이다. 블랭크마스크 위로 반도체 패턴을 그려서 빛을 반사⋅투과시키면 웨이퍼 위에 상이 맺힌다.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일본 호야로부터 블랭크마스크를 수급했다. 호야는 세계 1위 EUV 블랭크마스크 제조사로, 시장점유율은 70%에 이른다. 아사히글래스는 호야에 이은 2위로 점유율은 20% 정도로 추정되며, 그동안 인텔을 중심으로 EUV 블랭크마스크를 공급해왔다. 

EUV 블랭크마스크는 제조 난이도가 높은데다, 특정 고객사 향 제품을 호야가 독점하다 보니 단가 협상도 쉽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EUV 공정 도입수가 많은 삼성전자가 1장당 7000만~8000만원, SK하이닉스가 약 1억원에 호야로부터 블랭크마스크를 구매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첫 적용한 경기도 이천 본사 M16 라인/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을 첫 적용한 경기도 이천 본사 M16 라인/사진=SK하이닉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SK하이닉스가 한 달에 사용하는 EUV용 블랭크마스크 비용만 약 200억~300억원 정도”라며 “향후 10나노급 D램 5세대 제품으로 넘어가면 EUV 레이어 수가 늘면서 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와 D램 모두에서 EUV 공정을 사용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한 달에 EUV용 블랭크마스크 구매비용만 1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에 호야에 이어 아사히글래스가 블랭크마스크 이원화에 성공하면서 향후 국내 반도체 업계의 단가 협상력이 제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사히글래스는 지난해 1월 EUV 블랭크마스크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기 위해 위해 후쿠시마현 고리야마시 공장에 신규 생산설비를 도입키로 했다. 이 설비의 양산 목표가 올해 1분기 중이다. 아사히글래스는 설비 증축을 통해 현재 20% 정도인 시장점유율을 오는 2025년 5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비싼 EUV 공정 단가 내려가는 계기될 듯

 

그동안 EUV 공정은 지나치게 비싼 공정 비용 탓에 반도체 업계가 최대한 도입 시기를 늦추고 싶어하는 기술이었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한 노광장비 가격부터 2000억원 이상으로 높은데, 공정 중에 사용하는 포토레지스트⋅블랭크마스크 가격까지 기존 ArF(불화아르곤) 공정 대비 훨씬 비싸다.

이 때문에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위해 EUV를 도입할 수 밖에 없었던 삼성전자가 D램 공정에 가장 먼저(10나노급 D램 3세대) EUV를 도입했다. 이후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4세대부터 EUV 기술을 쓰고 있다. 3위 마이크론의 경우 아직 EUV를 도입하지 않았는데, 공식적으로는 10나노급 6세대부터 EUV를 양산 도입하겠다고 밝혀 놓은 상태다. 

테크인사이트 등 시장조사업체 등에서는 마이크론이 EUV를 끝내 쓰지 않고 3D D램 기술로 점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하는데, 현실성은 높지 않다. 

반도체 제품별 EUV 도입 로드맵. D램은 10나노급 3세대 제품(삼성전자)부터 EUV가 쓰이기 시작했다. /자료=ASML
반도체 제품별 EUV 도입 로드맵. D램은 10나노급 3세대 제품(삼성전자)부터 EUV가 쓰이기 시작했다. /자료=ASML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마이크론은 아직 EUV를 도입함으로써 절감되는 비용보다 EUV 투자비와 운영비 증가분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면서도 “3D D램이 상용화 될 2029년까지 기존 ArF 기술만으로 버티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서 삼성전자가 EUV를 양산 도입한 지 4년이 되어가면서 각종 소재 인프라 역시 개선되고 있다. 1갤런 당 2000만원에 달했던 포토레지스트 가격(JSR 제품 기준)은 최근에는 1200만원 이하로 내려왔다. 4년만에 제품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진 셈이다(KIPOST 2023년 2월 27일자 <EUV 양산 4년...포토레지스트 단가,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참조). 

이번에 아사히글래스 사례처럼 블랭크마스크 역시 이원화에 성공하면서 EUV 운영비용 역시 낮아질 여지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글래스 외에 일본 센트럴글래스 역시 EUV용 블랭크마스크 양산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포토마스크 산업 전문가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가 EUV용 블랭크마스크 공급사와 생산능력이 크게 증가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공급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는 지속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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