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모닝⋅레이처럼 위탁생산 후 브랜드만 부착
포티투닷 자율주행 적용하면 무인배송 가능

현대차가 새벽배송⋅택배 및 음식료 배달에 사용하는 초소형 전기차 위탁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소위 ‘라스트 마일(Last mile)’에 포함되는 최종 배송 과정은 현재 상품 유통 비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고비용 구조다. 

향후 유통 분야 혁신을 위해서는 라스트 마일 물류의 전동화와 전장화가 동시에 추진될 전망이다.

대창모터스가 생산한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3. /사진=대창모터스
대창모터스가 생산한 초소형 전기차 다니고3. /사진=대창모터스

 

현대차, 소형 전기차 업체 실사

 

현대차는 라스트 마일 배송시장을 타깃으로 초소형 전기차를 위탁생산하기 위해 최근 복수의 생산업체를 실사했다. 실사 대상에는 우정사업본부에 집배원 업무차량을 공급한 대창모터스 등 서너개 업체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초소형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되, 직접 생산보다는 위탁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전기차 생산업체 서너곳을 실사했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그룹은 앞서 경차 시장에서도 유사한 모델을 적용한 바 있다. 기아차 브랜드로 출시하는 ‘모닝’과 ‘레이’는 실제 생산은 동희오토가 담당한다.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의 사업인데, 현대차⋅기아의 국내 생산공장이 경차를 생산하기에는 높은 인건비 탓에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아서다.  동희오토는 지난 2004년부터 모닝⋅레이를 생산해오고 있으며, 연간 생산규모는 24만대 가량이다.

현대차가 초소형 전기차 위탁생산을 추진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현대차⋅기아는 ‘아이오닉5’⋅’EV6’ 등 5인승 중형급 이상 모델을 위주로 전기차 사업을 전개한다. 완성차 산업에서 5인승 중형급이 판매량이 가장 많고, 수익성도 높다. 신기술에 대한 포용력도 크다.

기아차 경차 '레이'. /사진=기아차
기아차 경차 '레이'. /사진=기아차

그러나 소형 전기차 시장의 경우, 아직은 충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데다 단가가 낮다. 이번에 실사 대상에 포함된 업체들이 생산하는 전기차는 판매가가 1000만~1500만원 안팎이 대부분이다. 대창모터스가 우정사업본부에 공급한 ‘다니고3’는 220V 충전 시스템을 갖춘 저속전기차다. 13.3Kwh 배터리를 장착해 최장 120㎞를 운행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시내에서 최종 고객으로의 배송, 즉 라스트 마일 물류를 처리하는데는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중형급 전기차를 주로 생산하는 현대차⋅기아가 직접 생산하기에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현대차 협력사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은 지속해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고 있는데, 현대차⋅기아 공장은 노조 문제가 엮이면서 다양한 생산 모델을 유동적으로 운용하기가 어렵다”며 “생산 규모가 충분히 커지기 전까지는 위탁생산 체제를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송비 53% 차지하는 라스트 마일

 

현대차가 위탁생산 모델을 앞세워 소형 초소형 전기차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것은 향후 라스트 마일 물류 시장에서 모빌리티(이동수단)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상품 1개를 배송하는데 따르는 비용에서 라스트 마일 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53%다. 실상 대부분의 거리를 운송하는 터미널간 수송은 37%를 점유하는데 그친다. 

물류 단계별 비용 구성. /자료=삼성증권
물류 단계별 비용 구성. /자료=삼성증권

그만큼 새벽배송⋅택배 등 고객과의 최종 접점에서의 물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쿠팡의 ‘로켓배송’을 시작으로 관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해당 분야를 효율화 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방면에서는 자율주행이,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초소형 전기차가 솔루션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 회사는 최근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 인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포티투닷은 저비용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는 회사다. 포티투닷의 ‘에이키트(AKIT)’는 값비싼 라이다(LiDAR)를 쓰지 않고 레이더 5대와 카메라 7대만으로 주변 시지각 정보를 모은다. 데이터베이스와 AI(인공지능) 기술을 가미해 주행 상황을 실시간 판단한다. 자율주행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고정밀지도(HD맵) 대신 경량화 지도’SDx 맵’을 사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포티투닷의 자율주행 솔루션을 위탁생산할 초소형 전기차에 적용하면 라스트 마일 분야에서 무인배송도 가능할 수 있다. 포티투닷은 국토교통부 임시운행허가를 받아 서울 상암지구에서 레벨4 자율주행 차량 3대를 운용하고 있다. 레벨4 자율주행은 일상 주행은 물론, 비상 상황에도 인간의 개입 없이 차량 스스로의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뜻한다. 

송창현 현대차 TaaS 본부장. /사진=현대차
송창현 현대차 TaaS 본부장. /사진=현대차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송창현 현대차 사장이 이끄는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서비스형 수송) 본부가 라스트 마일 물류를 위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라스트 마일은 자동차 제조사에 머물던 현대차⋅기아가 서비스 및 솔루션 회사로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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