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 직접 송창현 사장 영입
송 사장, TaaS 본부장 및 포티투닷 대표 겸임
중고차 플랫폼 사업으로 신구 세력 갈등 표면화

최근 현대차에서 가장 촉망 받는 조직은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서비스형 수송) 본부다. 정의선 회장이 직접 네이버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의 송창현 사장을 영입해 미래형 수송 서비스 개발을 맡기면서 이후 행보에 회사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러나 보수적 조직문화가 강한 현대차에서 ‘외인구단’인 TaaS 본부와 기존 조직 간에 불협화음도 감지되고 있다. 

송창현 현대차 TaaS 본부장. /사진=현대차
송창현 현대차 TaaS 본부장. /사진=현대차

 

송창현 사장, TaaS 본부장 및 포티투닷 대표 겸임

 

송창현 사장이 이끄는 TaaS 본부는 지난해 4월 신설됐다. 글로벌 모빌리티 서비스 전략 수립부터 기획⋅개발⋅운영까지 총괄한다. TaaS는 기존 LaaS(Logistics as a Service, 서비스형 물류)와 MaaS(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형 이동수단)을 포괄한 상위 개념이다. 

특히 TaaS 본부는 현대차가 집중하고 있는 PBV(목적기반모빌리티)⋅UAM(도심항공모빌리티)⋅로봇 등 핵심 디바이스에 어떻게하면 데이터와 각종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이용자 편의를 높일 수 있을지에 집중한다.  

이동수단에서 파생되는 모든 서비스의 개발과 운영이 TaaS 본부의 설립 목적인 셈이다. 본부 인원은 250여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TaaS 본부는 이동수단에서 파생되는 모든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게 목표다. /자료=현대차
TaaS 본부는 이동수단에서 파생되는 모든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는 게 목표다. /자료=현대차

조직 리더인 송창현 사장에 대한 정의선 회장의 신뢰는 다소 어정쩡해 보이는 송 사장의 지위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송 사장은 지난해 4월 TaaS 본부장에 부임하면서 기존에 본인이 창업한 포티투닷 대표직을 사임하지 않았다. 이후 현재까지 TaaS 본부장과 포티투닷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현대차에서 이처럼 외부 회사 대표를 겸임하며 사내 고위임원을 지낸 사례는 없다. 

포티투닷은 지난 2019년 송 사장이 창업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다. 현대차는 포티투닷 창업 직후 시드 투자를 통해 이 회사 지분 9.05%를 취득했으나, 포티투닷은 여전히 송 사장이 절대 지분(36.19%)을 보유한 회사다. 현대차와는 별도의 법인이다.

포티투닷 지분 구조. /자료=금감원 공시
포티투닷 지분 구조. /자료=금감원 공시

현대차 관계자는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 대표와 사내 본부장직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없지 않다”면서도 “정의선 회장이 사내 의사소통을 통해 TaaS 조직과의 협업을 당부하는 등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차 플랫폼 사업으로 갈등 표면화

 

그러나 이처럼 정의선 회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위상과 달리 내부적으로 TaaS 본부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송창현 사장에 이어 진은숙 현대차 ICT혁신본부장(부사장) 등 외부 영입 인사들이 최근 전면에 부각된 탓에 기존 자동차 하드웨어 개발 주역들이 상대적인 소외감을 토로하고 있다. 진 부사장은 NHN CTO 출신으로, 데이터⋅클라우드⋅IT서비스플랫폼 개발 전문가다. 

올해 현대차가 진출하기로 한 중고차 판매 플랫폼 사업을 놓고 국내영업본부와 TaaS 본부 간에 벌어진 주도권 논쟁은 신구 세력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사례로 거론된다. 

현대차는 연내 중고차 판매업 사업에 진출할 예정인데, 지난해 연말 국내영업본부와 TaaS 본부는 어느 조직이 해당 사업을 전개할 것인지를 두고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진은숙 현대차 ICT혁신본부장. NHN CTO 출신으로 지난해 연말 영입됐다. /사진=현대차
진은숙 현대차 ICT혁신본부장. NHN CTO 출신으로 지난해 연말 영입됐다. /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자사 브랜드 중고차를 온라인을 통해서만 판매할 계획이다. 이에 차량 내외부를 360도 카메라로 정밀 촬영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 시켜 온라인에서 실감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원래 중고차 사업은 현대차, 특히 국내영업본부가 오랜기간 추진해 온 사업이었으나 TaaS 본부 측은 사업 성격상 TaaS 본부가 맡는 게 더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사내 교통정리를 통해 국내영업본부가 사업을 담당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TaaS 본부측이 현대차 조직간 비협조적인 문화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장재훈 사장을 제외하면 현재 현대차 내에 대부분의 고위 임원은 정몽구 명예회장이나 김용환 전 부회장이 임명한 인사들”이라며 “2020년 연말 이후 정의선 회장이 영입한 인사들과의 갈등이 표면화 되는 것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