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LCD 장비 큰손이던 중국, 수요 크지 않아
삼성디스플레이도 급히 매각할 이유 없다 판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돼 오던 삼성디스플레이의 L8 내 LCD 라인 추가 매각 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8.5세대(2200㎜ X 2500㎜) 규격의 LCD 장비는 중국 신생 업체들 수요도 크지 않은데다, 중국은 8.6세대(2250㎜ X 2600㎜) 규격에 대한 선호가 높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L8 공간을 추가로 비우고 어떤 투자를 이어갈지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굳이 매각 작업을 서두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L8 라인 개략도. 1층 왼쪽 공간은 LCD 장비들이 있지만 가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자료=KIPOST
삼성디스플레이 L8 라인 개략도. 1층 왼쪽 공간은 LCD 장비들이 있지만 가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자료=KIPOST

L8 라인 추가 매각, 상반기 넘길수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3분기 말쯤부터 L8 1층 왼쪽 공간 설비들에 대한 매각 작업을 진행해왔다. 현재 L8은 2층은 모두 8.5세대 LCD를 생산 중이며, 1층 오른쪽은 QD-OLED(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를 생산하는 Q1으로 전환됐다. 매각 대상인 1층 왼쪽은 8.5세대 LCD 설비들이 가동 정지된 채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당초 지난해 11~12월쯤 중국 내 매입처가 정해지고,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봤으나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최종 유찰됐다. 올해 들어서도 새로운 업체가 L8 LCD 라인 구매 의사를 표해 현재 가계약이 맺어진 상태로 알려졌다. 다만 앞서도 가계약 상태서 매각이 최종 불발된 사례가 없지 않은 만큼, 이번에 실제 딜이 완료될 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가계약을 맺은 회사와의 딜이 최종 성사되지 않으면 L8 추가 매각 작업은 상반기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대형 LCD 패널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직원이 대형 LCD 패널 생산라인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L8 라인 추가 매각이 공회전하는 건, 그동안 디스플레이 중고 장비 시장의 큰손이던 중국 회사들의 수요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이미 중국 메이저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10.5세대(2940㎜ X 3370㎜) LCD로 이행했고, 중소 업체가 구형인 8.5세대 라인 가동으로 채산성을 확보하는 건 불가능하다. 

더욱이 중국은 8세대급 규격에서는 8.5세대 보다는 8.6세대가 주류다. 8.6세대 기판은 8.5세대 대비 가로⋅세로 길이가 5~10㎝ 더 길다. 둘의 투자비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왕이면 큰 사이즈 TV를 만들 수 있는 8.6세대 규격이 선호되는 것이다. 

CSOT가 중국 광저우(T9)에 짓고 있는 옥사이드 LCD 라인이 8.6세대 규격이며, HKC의 추저우(H2)⋅몐양(H4) 공장도 동일한 크기 기판을 사용한다. 현재는 BOE에 매각된 CEC판다의 셴양 공장도 8.6세대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서두를 이유 없다고 판단

 

이처럼 여러 조건에서 8.5세대 구형 장비를 매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 L8 1층 공간을 비운 후 단행할 신규투자가 확정됐다면, 헐값에라도 중고 장비를 넘겨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LCD 라인에서 OLED 라인으로 전환한 아산캠퍼스 L7의 경우, 중고 장비를 매각하지 않고 고철(폐기) 처리하기도 했다. 매입처를 찾고, 매각하고, 장비를 이동 설치할 시간까지 아껴가며 OLED 전환투자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충분한 시간을 써가며 중고 장비를 매각한다는 건 신규 투자 스케쥴이 촌각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임원은 “중소형 OLED는 L7-2 투자를 통해 어느 정도 생산능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에 대한 투자는 아직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한 탓에 지금 당장은 급하게 L8 공간을 비워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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