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흑연 대비 에너지 밀도 13배 높은 리튬금속
'S라인'에서 전고체 전지와 함께 리튬금속 음극 검증

삼성SDI가 배터리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동시에 배가 시킬 수 있는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을 구축한다. 통상 전고체 전지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변경, 배터리 내 모든 구성물질을 고체화하는 게 요체다. 삼성SDI는 여기에 음극 소재를 기존 흑연 대비 10배 이상 에너지 밀도가 높은 리튬금속으로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인조흑연에 실리콘을 소량 섞어쓰는 현재의 음극재 시장에 근원적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S라인'이 들어서는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사진=삼성SDI
'S라인'이 들어서는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사진=삼성SDI

삼성SDI, 업계 예상보다 빨리 파일럿 구축

 

삼성SDI는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삼성SDI 연구소에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인 ‘S라인’을 신설한다고 14일 밝혔다. 

파일럿 라인은 약 6500㎡(약 2000평) 규모로 구축된다.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 파일럿 라인의 이름을 Solid(고체), Sole(독보적인), Samsung SDI의 앞 글자를 따 S라인이라 명명했다.

그동안 삼성SDI는 전고체 전지 상용화 시점을 오는 2027년으로 상정해왔다. 아직 5년 이상 남은 시간을 감안하면 업계 예상보다 다소 빠른 시점에 파일럿 라인 구축에 들어간 셈이다. 

이번 삼성SDI 발표에서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음극재 변경이다. 기존에 인조흑연에 실리콘을 섞어 쓰던 구조에서 벗어나 리튬금속 구조로 전환할 것임을 공식화했다. 

인조흑연의 이론상 에너지 밀도는 1kg 당 300Wh 정도다. 이에 비해 순수 실리콘의 에너지 밀도는 3600Wh/kg에 이른다. 당연히 실리콘을 주력 음극재로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충방전에 따른 부피 팽창 문제를 제어하지 못해 현재는 5% 내외 섞어 쓰는데 그치고 있다.

각 양극재, 음극재 소재별 에너지 밀도. /자료=유튜브 채널 '엔지니어TV'
각 양극재, 음극재 소재별 에너지 밀도. /자료=유튜브 채널 '엔지니어TV'

최근 양극재 내에서 니켈 함유량이 늘면서 양극의 에너지 밀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음극의 에너지 밀도 제고도 필요한 시점이다. 만약 실리콘의 부피 팽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완전히 새로운 소재로의 전환이 필요할 수 있다. 리튬금속 음극재는 이 같은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이다.

리튬금속의 이론상 에너지 밀도는 3840Wh/kg다. 순수 실리콘 보다도 6% 정도 더 높다. 순수 실리콘이 부피 팽창 탓에 100% 상태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리튬금속은 일단 부피 팽창 문제는 없다. 다만 리튬금속이 나뭇가지 형태로 석출되는 덴드라이트(Dendrite·수지상결정)가 솟아나는 게 결점이다. 뾰족한 덴드라이트 돋아나오면서 전지 내 소재들에 물리적 압력을 가할 경우, 효율 저하나 화재 등의 사고로 발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0년대 뉴욕 주립 빙엄턴대 연구진이 처음 만들었던 리튬 배터리도 처음에는 리튬금속을 음극으로 적용했다. 앞서 지적한 덴드라이트 문제와 함께 물에 닿으면 폭발하는 리튬의 불안정성 때문에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 방식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음극재는 안정적인 흑연으로 대체됐다. 삼성SDI는 코팅 등 덴드라이트 성장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리튬금속 음극 상용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직 파일럿 단계이기는 하지만 삼성SDI의 전고체 전지 컨셉트 공개는 향후 배터리 소재 산업에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지금까지 2차전지용 음극재는 천연흑연에서 인조흑연으로, 또 여기에 실리콘을 소량 섞어쓰는 방식으로 점진적 변화를 거쳐왔다. 그러나 리튬금속 음극재로의 전환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소재를 적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고 크기는 반으로 줄이는 원천 기술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를 통해 공개했다. 왼쪽부터 해당 기술을 개발한 삼성전자 유이치 아이하라 엔지니어(교신저자), 이용건 연구원(1저자), 임동민 마스터(교신저자).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고 있는 '전고체전지'(All-Solid-State Battery)의 수명과 안전성을 높이고 크기는 반으로 줄이는 원천 기술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를 통해 공개했다. 왼쪽부터 해당 기술을 개발한 삼성전자 유이치 아이하라 엔지니어(교신저자), 이용건 연구원(1저자), 임동민 마스터(교신저자). /사진=삼성전자

이론상 리튬금속의 에너지 밀도가 13배 가량 높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13분의 1의 양으로도 현재와 동일한 성능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음극재 탑재를 위한 공간이 그 만큼 절약된다는 뜻이다. 비워진 공간을 활용해 양극재를 더 두껍게 쌓거나, 전기차 배터리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 어떤 경우든 전기차 주행거리는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난해 3월 삼성종합기술원이 학술지 ‘네이처 에너지’에 기고한 논문에는 아예 음극에 집전체(구리박)만 남기고 나머지 소재들을 제거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향후 전고체 전지 개발 방향에 따라서는 집전체와 고체 전해질 사이에 석출형 은-탄소(Ag-C) 복합 소재만 남고 모든 음극 소재가 생략될 수도 있는 셈이다.

삼성SDI측은 “음극을 리튬금속으로 할 지, 석출형 복합 소재로 할 지 등을 평가해 보기 위해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아직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상용 개발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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