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중소기업에 배터리 생산장비를 발주할 때 지급하는 선수금 비중을 10%에서 30%로 높였다. 장비 반입 후 잔금 형태로 1년 이상 남겨두던 AT(Acceptance Test) 비중은 기존 30%에서 최저 10%로 낮췄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장비 결제 관행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대비 중소기업에 불리하다는 점에서 원성이 컸는데, 이제 대부분 시정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선수금 30% 지급, AT는 최저 10%만 남기기로

 

지난해까지 배터리 장비 업체들이 LG에너지솔루션에 제기하는 가장 큰 불만은 지나치게 적은 선수금과 반대로 과중한 AT 부담이었다. 

업체별로 계약 조건은 다르지만, 대부분 선수금은 없거나 10% 남짓에 불과했다. 100억원어치 장비를 수주하면, 최대 10억원 정도로 장비 생산에 들어가는 자재를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AT는 일률적으로 30%를 적용해왔다. AT는 장비 반입 후 실제 가동해 보고, 성능에 문제가 없으면 지급하는 잔금이다. 통상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서 5~10%의 AT가 룰처럼 적용된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30%까지 확대 적용해 중소기업 자금 부담이 컸다(KIPOST 3월 22일자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에 불리한 결제 관행 고수에 장비업체 몸살> 참조).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이처럼 중소기업에 불리했던 결제관행을 개선했다. 장비 발주시 협력사에 지급하는 선수금은 30%로 높이고, AT는 최저 10%로 낮춘 것이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선수금을 이용해 자재를 구매하고, 직원 인건비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거래하는 한 장비업체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들어 선수금 30%를 지급하고 있다”며 “AT도 10%로 줄여 앞으로 수주에 따른 자금난이 덜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협력사들과의 결제관행을 개선한 것은 지난 1월 IPO(기업공개)를 통해 10조원 이상의 공모자금을 끌어들인 덕분이다. 미국⋅유럽⋅중국을 중심으로 매년 수조원의 자금을 투자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도 재원 부담이 컸는데 IPO로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특히 아직 LG에너지솔루션의 국내외 투자 프로젝트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결제 관행 개선은 협력사들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사 얼티엄셀즈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사 얼티엄셀즈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에 각각 1⋅2공장을 건설 중이며, 조만간 3번째 북미 공장 투자도 확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장비 업계서는 애리조나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시가 차기 후보로 거론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현대차그룹과 합작으로 투자하는 인도네시아 공장도 상반기 안에 장비 발주가 나올 예정이다.

또 다른 장비업체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라인은 투자된 것보다 앞으로 나올 투자분이 더 크다”며 “이제라도 결제 관행이 개선된 것은 장비 업체로서는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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