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통해 '금융업' 사업목적 추가
LX세미콘과 시너지 낼 스타트업 투자 나설듯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LX그룹이 금융업에 진출한다. 재무적 이득 외에 모기업의 사업 확장이나 기술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CVC(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를 계열사로 추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일반 지주회사도 CVC를 소유할 수 있게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시행되면서 LX그룹 외에도 많은 대기업들이 CVC를 설립했거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LX세미콘의 CVC 설립은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확보를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사진 왼쪽은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그룹
LX세미콘의 CVC 설립은 LX세미콘과의 시너지 확보를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사진 왼쪽은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그룹

LX홀딩스, 금융업 진출…CVC 설립 전망

 

LX홀딩스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목적에 금융업을 추가한다고 2일 공시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그동안 일반 지주사는 금융회사인 CVC를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20년 벤처투자 촉진을 위해 일반 지주사가 CVC를 소유할 수 있게 공정거래법이 개정됐고, 작년 12월 시행됐다. 따라서 LX홀딩스의 금융업 사업목적 추가는 CVC 설립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풀이할 수 있다.

LX홀딩스 외에도 GS그룹이 지난 1월 지주사 직속의 CVC인 GS벤처스를 설립했으며, LG⋅효성그룹도 CV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독립된 VC와 CVC의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 목적이다. VC가 주로 재무적 이득을 위해 투자한다면, CVC는 재무적 이득 외에 모기업의 전략적 이익도 고려해 투자한다. 따라서 투자 대상도 그룹 내 계열사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업종에 집중된다. 

현재 LX그룹에는 LX세미콘(팹리스)⋅LX하우시스(건축자재)⋅LX인터내셔널(종합상사)⋅LX MMA(화학소재) 등의 계열사가 포진해 있다. 이들 중 성장산업이라 할 만한 계열사는 LX세미콘이 유일하다. 

LX세미콘(구 실리콘웍스)은 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DDI, 구동칩) 설계 전문회사다. LG디스플레이와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에 DDI를 공급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스플레이 수요가 크게 늘었는데 반도체 공급량은 제한되면서 지난해 DDI 공급가격이 크게 올랐다. 

LX세미콘이 설계한 타이밍컨트롤러IC. /사진=LX세미콘
LX세미콘이 설계한 타이밍컨트롤러IC. /사진=LX세미콘

덕분에 LX세미콘의 매출은 2020년 1조1618억원에서 2021년 1조8988억원으로 63%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92% 폭증했다. 

따라서 LX홀딩스가 CVC를 설립한다면 주로 LX세미콘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반도체 업종 스타트업이 주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LX세미콘은 DDI 시장에서 대만 노바텍, 삼성전자 시스템LSI에 이어 점유율 3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제품군이 제한적이라는 게 한계다.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PMIC(전력관리반도체) 등 많은 제품군을 가진 삼성전자 시스템LSI와 비교하면 외형면에서나 다양성 면에서 위용이 뒤처진다. 

지난해 LG그룹에서의 계열분리 이후 SiC(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와 MCU(멀티컨트롤러유닛)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체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외부 업체들과의 협업 내지는 지분 투자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LX홀딩스의 CVC 설립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송치호 전 LX홀딩스 대표. 취임 8개월만에 각자대표 자리에서 사임했다. /사진=LX그룹
송치호 전 LX홀딩스 대표. 취임 8개월만에 각자대표 자리에서 사임했다. /사진=LX그룹

한편 이날 구본준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를 맡았던 송치호 LX홀딩스 대표가 사임하고, 노진서 CSO(최고전략책임자, 부사장)가 새 사내이사 후보로 올랐다. 송 전 대표가 LG상사 출신의 상사맨이라면, 노 CSO는 전형적인 전략통이다. (주)LG에서 기획팀장과 LG전자에서 CSO부문 부사장 등을 역임했다. 향후 LX CVC(가칭)의 지분 투자 전략 수립에서 노 CSO의 역할이 주목된다. 

한 AI(인공지능)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AI(인공지능) 전용 반도체 중 하나인 NPU(신경망처리장치) 분야에서 실력 있는 스타트업들이 3~4년 사이에 많이 설립됐다”며 “이들이 일반 VC 외에 CVC로부터도 많은 투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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