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취급 어려운 불소 치환물질
국산화하거나 다원화해야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의 가장 큰 난제는 전송 손실을 어떻게 줄일 것이냐 하는 점이다. 5G가 기존 4G(4세대) 이동통신 대비 단파장 주파수를 이용하는 탓에 전파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물질에 흡수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5G 이동통신용 반도체나 PCB(인쇄회로기판) 등 부품류는 모두 전송 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저유전율 특성을 띄며, 접착제도 예외가 아니다.

원활한 5G 이동통신 구현을 위해 내부 소재 및 부품의 저유전 특성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원활한 5G 이동통신 구현을 위해 내부 소재 및 부품의 저유전 특성이 강화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6FDA, 대부분 일본 다이킨공업서 수입

 

유전율이란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절연체)에 전기장을 인가했을 때 내부 전하가 반응하는 정도를 뜻한다. 손실되기 쉬운 전파가 절연체를 잘 통과하기 위해서는 유전율(Dk)과 유전손실(Df)이 낮아야 한다. 이같은 절연 물질을 저(Low) Dk/Df 소재라고 부른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접착제로 사용하는 저 Dk/Df 소재는 6FDA(Hexafluoroisopropylidene)다. 세계적으로 6FDA를 만드는 곳은 일본 다이킨공업, 미국 하니웰, 중국 리안윤강과 역시 중국 회사인 차이나테크케미칼 등이 있다. 

국내 업계는 그 중에서도 대부분 다이킨공업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한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6FDA 제조사는 세계적으로 많지만, 국내는 절반 이상이 다이킨 제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장 품질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FDA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불소치환 물질이다. 지난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3개 소재 중 2개가 불소와 관련돼 있다. 바로 반도체 식각에 사용되는 불산(HF)과 플루오린폴리이미드다. 두 제품 모두 국산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당시 위기를 넘기기는 했으나, 6FDA 역시 일본 의존도가 큰 품목이다. 일본 정부가 2019년 같은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면 언제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불소는 특히 국내서는 다루기 어려운 물질로 통한다. 지난 2012년 23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 화평법⋅화관법 제정 원인을 제공한 물질이 불산인 만큼 불소가 들어간 제품은 국내서 개발⋅생산에 제약을 많이 받는다. 

일본이 소재 수출 규제와 함께 2개 제품을 불소 연관 소재를 지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불소가 국내 첨단 제조업 서플라이체인의 아킬레스건이라는 걸 잘 안다는 뜻이다.

지난 2012년 발생한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상황. 이 사고 이후 불산을 포함해 불소 관련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지난 2012년 발생한 경북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상황. 이 사고 이후 불산을 포함해 불소 관련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다. /사진=경북지방경찰청

따라서 향후 조달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6FDA 국산화 내지는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할 필요가 크다. 현재 국내서는 화학소재 업체인 엔씨켐이 PI첨단소재(옛  SKC코오롱PI)와 공동으로 저 Dk/Df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PI첨단소재가 5G용 저유전 기판 소재를 공급하고 있는 만큼, 6FDA를 개발하면 역시 공동으로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화학소재 업체 경인양행 역시 6FDA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단기간에 국산화가 쉽지 않다면 하니웰이나 중국 내 업계로의 다변화도 추진해야 할 전망이다.

한 접착제 업체 임원은 “반도체 패키지는 물론 PCB 등에도 폴리이미드와 구리를 접합하기 위한 접착제가 다수 사용된다”며 “향후 5G 네트워크 기술이 발전할수록 6FDA를 비롯한 저 Dk/Df 소재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이동통신 업계는 아직 24GHz 이상의 고주파 대역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통신사에 따라 6GHz 이하 대역은 물론 24GHz 이상의 밀리미터파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같은 고주파 대역에서 원활한 이동통신을 위해서는 전송손실을 줄일 수 있는 저유전 소재⋅부품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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