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유기재료 공급망 국산화 추진
피엔에이치테크 CPL 이어 청색 재료 공급망 진입

최근 LG디스플레이 유기재료 공급사들 중 가장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회사가 피엔에이치테크다. 유기층을 보호하는 고굴절 CPL(캡핑레이어) 재료 공급에 성공하더니, 글로벌 업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통해 청색 계통 재료 공급사로 등극했다. 

대기업 및 해외 기업으로 진용이 굳어진 최근 OLED 재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사진=LG디스플레이
/사진=LG디스플레이

 

피엔에이치테크, 듀폰 통해 LGD에 청색 재료 공급

 

피엔에이치테크는 최근 1분기 보고서에서 매출 36억원, 영업이익 3억9700만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70% 가량 늘고, 영업이익은 적자에서 흑자 전환됐다. 

이 회사 실적이 1년 만에 크게 증가한 것은 최근 새로 양산을 시작한 청색 호스트 덕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피엔에이치테크의 청색 호스트 재료는 미국 듀폰을 거쳐 LG디스플레이로 공급된다. 청색 재료는 TV용 WOLED와 스마트폰용 OLED 모두에 사용된다. 특히 TV용 OLED는 기판 면적이 넓고, 청색을 2개층으로 쌓기 때문에 유기재료 사용량이 많다.

올해 LG디스플레이의 TV용 OLED 생산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피엔에이치테크의 청색 호스트 재료 공급량도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이 회사가 올해 청색 재료만으로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연간 매출 예상치는 200억원 정도다.

지난해부터 LG디스플레이에 직납하던 CPL 역시 LG디스플레이의 가동률에 따라 공급량이 늘어날 여지가 크다. 피엔에이치테크는 기존 고굴절 CPL 외에 저굴절 CPL도 개발해 내년 LG디스플레이 양산 테스트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CPL은 OLED 유기재료층 최상단, 봉지층 바로 아래 위치한다. 굴절률을 적절하게 조정하면 디스플레이 바깥으로 나오는 빛의 양을 최대화할 수 있다. 단순히 굴절률이 높거나 낮아서 좋은 것은 아니고, CPL 바로 아래 레이어에서 방출되는 빛의 각도에 따라 저굴절⋅고굴절 재료를 골라 쓴다. 

피엔에이치테크의 유기재료 공급 현황. A사로 표시된 부분이 LG디스플레이, B사로 표시된 부분이 듀폰이다. /자료=증권신고서, 유진투자증권
피엔에이치테크의 유기재료 공급 현황. A사로 표시된 부분이 LG디스플레이, B사로 표시된 부분이 듀폰이다. /자료=증권신고서, 유진투자증권

이 같은 피엔에이치테크의 선전은 LG디스플레이 역시 크게 반기는 바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비교해 외산 유기재료 업체 의존도가 컸던 탓에 가격 협상력이 낮았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쪽에는 덕산네오룩스⋅솔루첨단소재(옛 두산전자)가 국산 유기재료 공급사로 자리를 잡았지만, LG디스플레이는 독일 머크와 일본 이데미츠코산 의존도가 높았다.

이번에 피엔에이치테크가 듀폰을 통해 진입한 청색 재료는 이데미츠코산의 독무대였는데, 호스트는 피엔에이치테크(듀폰)로, 도판트는 SK JNC로 각각 대체됐다. 완전한 형태의 국산화는 아니지만 이데미츠코산 영향력에서 벗어났다는 것 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도 피엔에이치테크를 전략적으로 ‘케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유기재료 업체 대표는 “유기재료의 퀄(양산승인) 통과 여부는 고객사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테스트하느냐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그런 측면에서 LG디스플레이와 피엔에이치테크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한 편”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향후 두 회사의 협력 수위에 따라 피엔에이치테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덕산그룹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에도 주목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 초창기부터 덕산네오룩스(당시 덕산하이메탈 OLED 재료사업부)를 적극 육성했다. 현재는 덕산네오룩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최대 유기재료 회사로 성장했다. 

피엔에이치테크 로고. /자료=피엔에이치테크
피엔에이치테크 로고. /자료=피엔에이치테크

덕산네오룩스도 삼성디스플레이 없이 성장은 불가능했겠으나, 삼성디스플레이도 덕산네오룩스 덕분에 유기재료 공급망을 비교적 손쉽게 장악했다. 

덕산네오룩스는 최근 재료 합성은 관계사인 덕산테코피아에서 외주 가공하고, 승화⋅정제 공정은 자체적으로 처리한다. 또 다른 유기재료 업체 임원은 “LG디스플레이의 의지에 따라 피엔에이치테크는 덕산네오룩스가 될 수도, 덕산테코피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SK JNC에 이어 피엔에이치테크의 존재는 LG디스플레이의 운신의 폭을 넓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