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하듯 OLED 제조
액체에 녹이지 않고 기체에 OLED 재료 섞어 분사
솔벤트 필요하지 않은 기술

미국 유니버설디스플레이(UDC)가 유기기상제트프린팅(OVJP) 전문 자회사를 설립했다. OVJP는 기존 잉크젯프린팅(IJP) 공정처럼 인쇄하듯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제조한다는 점에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기술이다. 액체인 솔벤트에 유기재료를 녹여 잉크처럼 쓰는 IJP와 달리, OVJP는 기체에 발광체를 섞어 OLED 기판에 쏴주는 원리다.

솔벤트를 경화시키는 공정이 따로 필요치 않고, 솔벤트 물성에 따라 인쇄 품질이 달라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UDC 설명이다.

UDC가 개발한 OVJP 장비. /사진=UDC 홈페이지
UDC가 개발한 OVJP 장비. /사진=UDC 홈페이지

UDC, OLED TV 겨냥한 OVJP 설립

 

UDC는 15일 100% 자회사로 OVJP 코퍼레이션을 설립하고, 최고경영자(CEO)로 제프 호손 전 포톤다이나믹스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호손 CEO는 포톤다이나믹스 등 디스플레이 장비업계서 25년 이상의 경험을 쌓았다. 이번에 OVJP 코퍼레이션 설립과 함께 OVJP 기술 상업화 역할을 부여 받았다.

UDC는 우선 OVJP를 TV용 OLED 패널 제조사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TV용 OLED가 스마트폰용 제품에 비해 화소 크기가 커 OVJP 진입이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세계서 유일하게 TV용 OLED를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는 진공증착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패널 업체들은 IJP 기술로 양산을 추진한다. OVJP는 진공증착도 IJP도 아닌 차세대 기술인 셈이다.

OVJP는 UDC가 미국 프린스턴대와 차세대 인쇄공정 기술로 오랜 기간 개발해왔다. 기존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연구개발(R&D) 해 온 IJP는 액체인 솔벤트에 유기재료를 녹여 인쇄하듯 OLED를 제조하는 기술이다. 마치 종이에 문서를 인쇄하는 것 처럼 노즐이 각 서브픽셀(적색⋅녹색⋅청색) 마다 돌아다니며 잉크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솔벤트가 액체라는 점에서 잉크를 떨어뜨린 후 자외선(UV) 광원으로 경화시켜 줘야 한다. 경화 공정이 추가되면 비용이 증가한다. 솔벤트는 굳으면서 서브픽셀 사이를 구분해주는 벽(댐)에 붙으면서 굳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화면을 멀리서 바라보면 얼룩(무라, Mura)처럼 보이기도 한다. 

솔벤트의 점성과 재료의 용해도에 따라 공정 조건이 계속 변화해 양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도 한계다. 이 때문에 IJP는 아직 서브픽셀을 형성하는 공정에는 대규모로 적용된 적이 없다. OLED 층을 보호하는 봉지 공정에서 아크릴계 모노머를 적층하는 단계에만 양산 적용됐다. 

LG디스플레이의 진공증착 방식의 OLED 제조 기술은 가장 검증됐지만, 고가의 진공장비가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높다.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의 진공증착 방식의 OLED 제조 기술은 가장 검증됐지만, 고가의 진공장비가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높다. /사진=LG디스플레이

이상적인 솔벤트리스(Solvent-less), 성공할 수 있을까

 

OVJP는 솔벤트가 아닌 기체에 유기재료를 섞어 인쇄한다는 점에서 IJP 대비 양산성이 높다는 게 UDC의 설명이다. OLED에 사용하는 유기재료는 산소와 수분에 취약하기 때문에 가열한 질소(N₂)에 섞어 미세한 노즐을 통해 뿜어내는 원리다.

난제는 기체에 섞인 유기재료를 수십 마이크로미터(μm)에 불과한 서브픽셀의 위치에 어떻게 정확하게 안착시키느냐는 점이다. UDC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기술로 제조된 특수 노즐을 통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MEMS는 실리콘이나 수정⋅유리 등을 가공해 초고밀도 집적회로, 초소형 기어 등 초미세 기계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을 말한다. MEMS로 만든 미세 기계는 μm 이하의 정밀도를 구현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IJP는 잉크를 한 방울씩 떨어뜨리는 데 비해 OVJP는 스프레이를 뿌리듯 선형으로 유기물질을 분사한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적색⋅녹색⋅청색 서브픽셀이 각각의 점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따라서 OVJP로 유기재료를 안착시킨 후 나머지 부분을 식각 공정으로 긁어내야 하는 셈이다. 

OVJP는 유기물질을 점이 아닌 선형으로 분사한다. 서브픽셀 패터닝을 위해 추가 공정이 필요할 수 있다. /자료=UDC 홈페이지
OVJP는 유기물질을 점이 아닌 선형으로 분사한다. 서브픽셀 패터닝을 위해 추가 공정이 필요할 수 있다. /자료=UDC 홈페이지

아니면 현재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양산에 적용하고 있는 것처럼 섀도마스크(FMM)를 기판에 붙여 놓고, 그 위로 OVJP가 지나다니며 인쇄할 수도 있다. 

인쇄 후 식각으로 긁어내건, 섀도마스크를 쓰건 공정 수 증가에 따른 비용 수반이 불가피하다.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OVJP를 양산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지점이다. 

한 IJP 장비 업체 대표는 “OVJP는 솔벤트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나 화소 패터닝을 할 수 없다는 게 한계”라며 “아직 패널 업체 중에 OVJP 양산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UDC는 삼성⋅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OLED 업체에 인광 도판트(Dopant)를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패널 업체들은 매년 OLED 매출의 일정 비율만큼 UDC에 지급하는 로열티 계약을 맺고 도판트를 구매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억510만달러, 영업이익은 1억5834만달러를 기록했다. 한화로 각각 4863억원, 1900억원(영업이익률 39%)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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