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인더스트리] 애플 '에어파워' 포기, 기술적 이유는
[이지인더스트리] 애플 '에어파워' 포기, 기술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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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4.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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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기자: 

스마트 기기, 얼마나 사용하시나요? 저는 스마트폰과 에어팟을 쓰고 있는데요. 매일 집에 가서 이 두 개를 다 충전하는데, 콘센트도 부족하고 케이블도 자주 고장나서 정말 불편한데요. 이럴 때 하나로 여러 개의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을 한 게 저 뿐만은 아닌데요. 애플은 지난 2017년 아이폰부터 애플워치, 에어팟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에어파워'를 출시하겠다고 했었죠. 하지만 지난달 결국 애플은 기술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며 출시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애플 '에어파워'의 기술적 한계

이번 시간에는 애플이 말한 기술적인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일대다 무선충전을 구현하기가 정말 불가능한건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현재 스마트폰에 쓰이는 무선충전 기술의 표준은 치(Qi)입니다. 세계무선충전컨소시엄, WPC에서 만든 Qi 표준은 이 그림처럼 충전이 되는데요. 전류가 흐르는 코일에 같은 크기의 코일을 갖다 대면 자기장이 변하면서 전력이 다른 기기로 유도되는 현상을 이용합니다. 패러데이 법칙이라고 하죠.

그림을 보시면 아래 무선충전 패드가 있고, 위에 스마트폰이 있죠? 둘 다 똑같은 크기의 코일이 들어가 있구요. 이 코일이 서로 딱 만나면! 무선충전 패드의 전력이 회색 선 모양으로 스마트폰으로 유도되면서 충전이 되는 겁니다. 이 때 코일이 많이 감겨있을 수록, 코일의 자성이 셀수록 전력이 많이 흐릅니다.

이 그림에서는 패드와 스마트폰이 조금 떨어져 있지만, 실제로는 패드와 스마트폰을 딱 붙여서 코일을 완전히 겹쳐지게 해야 충전 효율이 나옵니다. 조금만 틀어져도, 스마트폰이 반만 올라가있어도 충전이 안돼요. 또 코일 하나 당 하나의 코일에만 전력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애플이 어려움을 겪었던 건 이 점입니다. Qi 표준은 일대일 충전만 되는데, 여러 개의 기기를, 그것도 패드 위에 아무렇게나 둬도 충전이 되게 하기가 어려웠겠죠. 애플은 패드에 여러 개의 코일을 겹치지 않게 넣거나, 여러 개의 코일을 겹쳐서 빈틈없이 채우는 방법 등을 고안했습니다. 그런데 여러 개의 코일을 겹치지 않게 하면, 두 코일의 중간에 스마트폰이 있을 때는 어떻게 충전을 할 것인지, 겹쳐서 넣으면 겹친 부분에 스마트폰이 위치할 때 어떤 코일에서 전력을 유도할지, 이런 계산을 해야해요. 그만큼 설계가 복잡해지고, 코일도 많이 들어가야해서 원가도 올라가는 문제가 있었겠죠.

 

일대다 충전을 위한 무선충전 표준, '에어퓨얼(Air fuel)'

결국 이같은 이유로 애플은 에어파워 출시를 포기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일대다 무선충전기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자기 공명 원리에 기반을 둔 에어퓨엘(AirFuel) 표준입니다.

에어퓨엘 표준은 같은 공진 주파수를 가진 두 코일을 가까이 대면 두 자기장 사이에 공명 현상이 일어나서 전력이 전달되는 자기 공명 현상을 활용합니다. 충전 패드와 기기의 코일 크기가 같지 않아도 되고, 한 코일로 여러 개의 코일에 전력을 전송할 수 있어요. 여러 개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무선충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죠.

또 무선충전패드 근처 어느 곳에, 어떤 식으로 기기를 두든 충전이 됩니다. 충전 패드와 단말기 사이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충전 효율이 떨어져서 보통은 3cm 이내를 권장하지만, MIT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최대 6m에서도 무선충전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기기를 딱 붙이는 모양의 패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동그란 그릇 모양이나 벽면에 설치하는 식으로도 무선 충전기를 만들 수 있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에어퓨엘 표준은 자기장으로 인한 인체 유해성, 기기내 다른 부품에 발열이 나는 문제 등으로 상용화되지 못했었는데요. 물론 자기장의 공진 주파수가 높으면 인체에 유해하지만, 에어퓨엘의 무선충전은 그 정도는 아닙니다. 에어퓨엘은 6.78메가헤르츠(MHz) 공진 주파수를 쓰는데, 이미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중국의 SRCC 인증을 받았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다른 부품에 악영향을 주는 문제도 해결했고요.

 

상용화 되는 일대다 무선충전

올해부터 에어퓨엘 기술이 적용된 기기가 출시될 전망입니다. 바로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워치입니다.

무선 이어폰이나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저마다 모양도 다르고, 크기도 작기 때문에 기존 Qi 방식으로 무선충전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시계만 해도 이걸 세워서 충전하거나 눕혀서 하거나,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했습니다. 때문에 애플도 에어팟 본체가 아니라 에어팟 케이스에 무선충전 기능을 넣었어요. 자기 공명 기술을 웨어러블 기기 본체에 적용하면 이같은 문제점을 말끔하게 해결할 수 있었던 거죠.

에어퓨엘 표준이 적용되는 곳은 웨어러블 기기의 본체입니다. 스마트 워치에서는 스트랩이 아닌 시계 부분이 되겠고, 무선 이어폰에서는 귀에 꽂는 이 이어폰이 되겠죠.

업계에서는 이번 상용화가 자기 공명 무선 충전 기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입증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집에서 부모님 따로, 자녀 따로, 스마트폰 따로, 무선 이어폰 따로 유선충전기를 쓸 필요 없이 무선충전패드 하나만 있어도 여러 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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