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AP 패키지 위한 L/S 확보
미완의 FO-PLP, 부활할 수 있을까

구글이 올 가을 출시할 ‘픽셀8’ 시리즈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FO-PLP는 별도의 서브스트레이트를 쓰지 않으면서도 I/O(입출력단자)를 칩 외부까지 확장해 패키지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TSMC의 FO-WLP(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 기술에 대항하기 위해 FO-PLP 기술을 개발했으나, 그동안 스마트워치용 AP와 PMIC(전력관리칩) 정도를 패키지하는데 그쳤다.

구글 '픽셀7'. /사진=구글
구글 '픽셀7'. /사진=구글

 

텐서 G3, FO-PLP 적용할 듯

 

구글이 안드로이드OS의 레퍼런스 개념으로 선보이는 픽셀폰에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협업 설계한 ‘텐서’ AP가 들어간다. 지난해 5월 공개한 ‘픽셀7’ 시리즈에는 텐서 G2가, 올해 10월쯤 공개될 픽셀8에는 텐서 G3가 탑재된다. 일각에서는 다음 버전인 텐서 G4는 테스트칩이며, 2025년 양산할 G5는 삼성전자 대신 TSMC에 위탁생산 물량을 맡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따라서 텐서 G3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AP 설계 및 위탁생산 분야에서의 마지막 합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텐서 G3를 앞서 스마트폰용 AP에는 적용된 바 없는 FO-PLP 기술을 통해 패키지할 계획이다. FO-PLP는 삼성전자가 TSMC의 FO-WLP 기술을 뛰어넘기 위해 개발했다. 패키지 서브스트레이트를 쓰지 않는 대신, 칩 위에 절연층을 만들고 RDL(재배선층)을 직접 패터닝해 I/O를 형성한다. 덕분에 경박단소한 패키지가 가능하고, 별도의 서브스트레이트 재료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방열 특성도 기존 패키지 대비 뛰어나다.

FO-WLP와 FO-PLP 간 면적 효율성 비교. 이론적으로 FO-PLP가 높지만 성능의 지표인 L/S 측면에서 FO-WLP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FO-WLP와 FO-PLP 간 면적 효율성 비교. 이론적으로 FO-PLP가 높지만 성능의 지표인 L/S 측면에서 FO-WLP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픽셀용 AP를 FO-PLP로 패키지하기 위해 AVP사업팀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VP사업팀은 삼성전자가 첨단패키지 사업화를 위해 지난해 연말 신설한 조직이다. FO-PLP, FO-WLP,  I-Cube(2.5D 패키지), X-Cube(3D 패키지) 등 기존 패키지로 구현하기 힘든 기술들을 개발하고 양산한다.

 

미완의 기술 FO-PLP, 부활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는 FO-PLP를 처음부터 스마트폰 AP용 기술로 개발했다. 그러나 그동안 FO-PLP는 스마트워치 AP나 PMIC 등 비교적 I/O가 많지 않은 반도체를 패키지하는데 그쳤다. 

FO-PLP 공장 셋업에 사용된 구형 디스플레이 장비로는 스마트폰 AP 패키지에 필요한 L/S(라인앤드스페이스)를 구현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L/S는 금속 배선의 폭(라인)과, 배선 간의 간격(스페이스)을 뜻하는 용어다. 

L/S가 작을수록 더 미세한 배선을 만들 수 있으며, 이는 신호를 전달하는 I/O를 더 많이 배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스마트폰 AP를 패키지하려면 L/S가 5μm(마이크로미터)/5μm 정도는 나와야 하는데, FO-PLP에 쓰인 디스플레이 설비로는 10μm/10μm도 구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L/S를 축소하기 위해 장비를 새로 개발하면 감가상각비가 높아지는데,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패키지 공정을 위해 신규 장비를 개발하는 건 리스크가 크다. 

TSMC는 팹에서 사용하던 퇴역 설비들을 FO-WLP 라인에서 활용한 덕분에 L/S를 구현할 수 있었다. /사진=TSMC
TSMC는 팹에서 사용하던 퇴역 설비들을 FO-WLP 라인에서 활용한 덕분에 L/S를 구현할 수 있었다. /사진=TSMC

반대로 TSMC의 FO-WLP가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장비 수급의 용이성 덕분이다. FO-WLP는 300㎜ 웨이퍼 기반의 반도체 장비를 활용한다. 반도체 설비는 구식 설비라도 서브마이크로(1μm 이하) L/S를 구현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한해 파운드리 라인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TSMC는 퇴역 장비만 잘 모아도 FO-WLP 라인을 꾸리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FO-PLP는 싸게 만들자면 L/S가 안 나오고, L/S를 축소하자면 단가 싸움에서 지는 미완의 기술”이라며 “결국 장비 생태계의 차이가 FO-WLP와 FO-PLP의 승패를 갈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에 삼성전자가 텐서 G3에 처음 FO-PLP 기술을 적용한다고 해도 향후 생산능력 신규 투자 등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는 FO-PLP와 별개로 FO-WLP 라인에도 투자했으며, 차기 ‘엑시노스’ AP 등은 FO-WLP를 통해 패키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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