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이드 확정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BOE는 LTPO까지 검토
LTPO 투자 부추기는 애플

그동안 옥사이드 방식으로 중지가 모아진 8.6세대 OLED 투자 방향에서 다소간 변화의 기미가 감지된다. 일찌감치 투자를 확정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BOE는 LTPO(저온폴리실리콘옥사이드) 기술까지 포함해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기존처럼 옥사이드 방식으로 굳어지냐, LTPO로 전환되느냐에 따라 레이저 장비 업계 희비도 엇갈릴 수 있기에 관심이 모인다. 

애플 맥북 에어. /사진=애플
애플 맥북 에어. /사진=애플

 

LG디스플레이・BOE, LTPO도 검토

 

지난 4월 8.6세대 OLED 투자를 공식화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옥사이드 타입으로 TFT(박막트랜지스터) 라인을 꾸리기로 확정했다. TFT는 디스플레이의 개별 화소를 껐다 켜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층이다. OLED에는 구조에 따라 총 3가지 갈래의 TFT가 쓰이며, 삼성디스플레이가 택한 옥사이드 TFT는 저전력 특성에 투자비는 상대적으로 낮은 게 장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BOE는 아직 투자 스케줄과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 이미 시기상 삼성디스플레이에는 늦은 만큼, 여타 기술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최근에는 LTPO 기술 적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BOE 모두 8.6세대 원판투입 기준 월 1만5000장씩의 투자를 검토 중인데, LG디스플레이는 절반인 월 7500장분에, BOE는 1만5000장분 모두에 LTPO 타입 투자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TPO는 옥사이드 대비 전자이동도가 빠른 LTPS(저온폴리실리콘)에 옥사이드 기술을 하이브리드 한 기술이다. 전자이동도가 빠를수록 고화질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LTPO는 전자이동도가 빠르면서 저전력 특성도 갖췄기에 가장 진보된 기술로 꼽힌다. 

문제는 투자비 증가다. LTPO 생산에는 옥사이드에는 쓰이지 않는 고가의 레이저 장비가 필요하며, 포토리소그래피 공정 수도 크게 증가한다. 

LTPO TFT의 단면도. 스위치 부분에는 LTPS 기술을, 구동부에는 옥사이드 기술을 차용했다. 덕분에 전자이동도가 빠르고 저전력 구동이 가능하다. /자료=USTPO
LTPO TFT의 단면도. 스위치 부분에는 LTPS 기술을, 구동부에는 옥사이드 기술을 차용했다. 덕분에 전자이동도가 빠르고 저전력 구동이 가능하다. /자료=USTPO

회사마다 빈도가 다르지만, 옥사이드 TFT 제작에는 6번 안팎의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이 사용된다. 이에 비해 LTPO는 13회 안팎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배 이상의 노광-식각 공정이 동원되는 것이다. 노광-식각이 늘어난다는 건, 장비 투자비가 많이 들어감과 동시에 패널 수율 저하가 불가피함을 뜻한다. 

IT용 8.6세대 OLED는 천문학적인 투자비 탓에 가뜩이나 BEP(손익분기점)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LTPO까지 동원된다면 최소 수천억원이 더 소요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4월 산정한 투자비 4조1000억원은 옥사이드 방식을 가정해 도출한 것이다. 

 

LTPO 투자 부추기는 애플

 

이처럼 디스플레이 업계에 유리할 게 없는 방식임에도 LTPO 투자 방식이 검토되는 건, 애플이 원하기 때문이다.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애플의 구매비중(금액기준)은 이직 지난해를 기점으로 50%를 돌파했다. 8.6세대 IT용 OLED 라인 역시 가장 큰 고객사는 애플이다. 

애플은 향후 8.6세대 라인에서 생산된 OLED를 맥북 시리즈에 탑재할 계획인데, 저전력은 물론 고화질 특성까지 요구하고 있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에도 LTPO 투자 방안을 타진했으나, 투자비 과다를 이유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굳이 LTPO까지 투자하지 않더라도 옥사이드만으로 애플이 원하는 수준의 화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노트북용 90Hz 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노트북용 90Hz OLED 패널.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통상 옥사이드 TFT의 전자이동도는 10㎝²/VS 정도로 여겨지는데, 삼성디스플레이는 물성 개선을 통해 최대 50㎝²/VS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LTPS・LTPO의 100㎝²/VS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노트북PC 크기의 화면에서 고화질을 구현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최근 디스플레이 업계 전반적으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적으로 LTPO 기술이 8.6세대에 도입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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