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할수록 공개 반발하는 화웨이와 대조적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탓에 Low-Key 전략

SMIC가 홈페이지에서 14nm 파운드리 서비스 제공한다는 사실을 삭제했다. /자료=SMIC 홈페이지
SMIC가 홈페이지에서 14nm 파운드리 서비스 제공한다는 사실을 삭제했다. /자료=SMIC 홈페이지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서비스 목록에서 14nm(나노미터) 품목을 삭제했다고 디지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SMIC는 지난 2019년부터 14nm 펜펫 공정을 제공해왔으며, 이후 전사 매출에서 10% 미만의 비중을 차지해왔다. 지난해에는 ArF(불화아르곤) 이머전 공정을 여러번 반복해서 노광하는 방식(멀티패터닝)으로 7nm 칩을 출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공격적이었던 SMIC의 행보는 미국 상무부 제재 수위가 높아질수록 자세를 낮추는, ‘로키(Low-Key)’ 전략을 띄고 있다. 2020년 2분기부터는 14nm 핀펫 매출을 따로 집계하지 않는 한편, 최근 들어서는 아예 홈페이지에서 14nm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실제 SMIC는 중국 로컬 회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14nm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SMIC의 로키 전략은 미국이 제재할수록 드러내놓고 반발하는 화웨이와 차별화된다. 화웨이는 최근 14nm 반도체 설계를 위한 EDA(설계자동화) 툴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EDA는 반도체를 전자적으로 설계하고, 직접 생산하기 전에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세계적으로 미국 케이던스⋅시높시스, 독일 지멘스가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로컬 업체들 점유율은 5% 정도에 그치며, 그나마도 반도체 후공정과 디스플레이용 TFT(박막트랜지스터) 설계 시장에 한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화웨이가 14nm 반도체 설계용 EDA 툴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은 이처럼 공고한 미국 기업들 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화웨이는 미국이 스마트폰 사업에 제재를 가하자 5G(5세대) 이동통신 특허를 해외에 라이선스 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역시 미국 제재를 피해 자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SMIC는 14nm 이전, 즉 28nm 보다 오래된 레거시 공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미국과 미국 동맹국들의 장비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16/14nm 이하 로직칩에 미국 행정부 제재가 선을 긋고 있지만 언제든지 28nm 이전 공정까지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이에 화웨이 대비 상대적으로 SMIC가 자세를 낮출 수 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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