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E 외 후발업체 재료 구매 비중은 15%
중국서 소비되는 패널은 법적 구제 방안도 없어

중국 내 후발 OLED 패널 업체들의 유기재료 특허 무단 도용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국내외 유기재료 전문업체들이 공급하는 샘플 레시피를 가져다가 자국 OEM(주문자상표부착) 업체로 하여금 생산케 하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

BOE 패널을 제외하면 대부분 중국 내에서 소비된다는 점에서 소송 등 법적 절차로 구제받을 방안도 마땅치 않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샘플 받은 뒤 레시피 복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유기재료 업체 특허를 도용하는 문제는 이미 2020년 이전부터 일부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디스플레이 업황이 하락하고, BOE를 제외한 후발 주자들은 재무적으로 난관에 봉착하면서 정도가 더 심해지는 추세다. 

한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지난해 중국 패널 업체에 샘플 공급했던 재료가 최근 버젓이 복제돼 양산 라인에서 사용되고 있다”며 “우리가 제안했던 금액의 절반 가격에 조달하기에 더 이상 협상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카피 대상이 되는 제품은 국내 업체들 재료 뿐만 아니라 미국 UDC, 독일 머크, 노발레드(삼성SDI 자회사) 등 글로벌 업체 제품까지 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도 “원래 정품과 카피 재료를 절반씩 섞어 쓰는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100% 카피품으로 대체하는 등 극단적으로 정책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비전옥스
/사진=비전옥스

통상 스마트폰용 OLED 생산원가 중 유기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다. 유기재료 구매 금액에서 절반을 아낄 수 있다면, 전체 생산원가의 10% 안팎을 줄일 수 있다. 아직 패널 성능 면에서 열세인 후발 OLED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기에 특허 침해를 불사한다는 설명이다.

 

BOE 제외하면 법으로 구제 받기 힘들어

 

BOE를 제외한 비전옥스⋅티안마⋅EDO 등 후발주자들의 재료 카피가 더 심한 건, 이들이 글로벌 세트 업체와 거래하는 비중이 극히 적어서다. 만약 특허 소송이 개시되면 재료 업체는 패널 제조사는 물론 패널을 구매한 스마트폰 업체까지 피고로 묶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카피 재료가 쓰인 패널을 구매해 스마트폰 완제품을 판매함으로써 특허가 최종 침해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마트폰 업체가 북미⋅유럽 등에서 판매한 제품에 카피 재료가 쓰인 패널이 탑재됐다면 해당 국가 내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적어도 스마트폰 업체로 하여금 카피 재료가 쓰인 패널을 구매하지 못하게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실제 BOE 패널은 애플⋅삼성전자 등을 통해 해외로 판매되는 물량이 적지 않기에 섣불리 카피 재료를 사다 쓰지 못한다.

OLED 패널 업체별 유기재료 구매 비중. /자료=유비리서치
OLED 패널 업체별 유기재료 구매 비중. /자료=유비리서치

그러나 현재 비전옥스⋅티안마⋅EDO 등이 생산하는 패널 대부분은 중국 내 시장에서 소비된다. 샤오미⋅리얼미 등 일부 글로벌 업체에 공급되는 사례도 있지만 많지 않다. 따라서 이들 후발 OLED 업체들이 침해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중국 바깥에서 구제 받는 게 불가능하다. 

지난해 유비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기재료 시장 규모는 19억달러(약 2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에 삼성⋅LG디스플레이⋅BOE 3사 비중은 약 85%, 나머지는 후발주자들 몫이다. 금액으로 보면 최대 3억달러 정도의 시장이 잠재적인 특허 침해 위험범위에 들어가는 것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중국 내에서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디스플레이 산업협회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 대응하는 방법 정도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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