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원정밀-현대비앤지스틸 겨냥한 듯
신생 FMM 제조사, 히타치메탈 외 대안 찾아야

일본 DNP(다이니폰프린팅)가 재압연을 통해 FMM(파인메탈마스크)을 생산하는 제조사에는 인바(Invar) 시트를 공급하지 말 것을 히타치메탈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DNP는 히타치메탈이 생산하는 20μm(마이크로미터) 이하 인바 시트에 대해 독점 사용권을 갖는데, 경쟁사가 두꺼운 인바 시트를 재압연해서 쓴다면 독점권이 사실상 무력화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히타치메탈의 20μm 이하 인바 시트를 구매하지 못한 일부 신생 FMM 제조사들은 두꺼운 제품을 사다가 재압연하는 방법으로 독점권을 극복해왔다. 

FMM은 인바 시트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생산한다. 인바 두께가 얇을수록 고화질의 OLED를 만들 수 있다. /사진=풍원정밀
FMM은 인바 시트에 무수한 구멍을 뚫어 생산한다. 인바 두께가 얇을수록 고화질의 OLED를 만들 수 있다. /사진=풍원정밀

 

DNP, 풍원정밀-현대비앤지스틸 겨냥한 듯

 

20μm 이하 두께의 인바 시트와 FMM은 고화질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만드는 핵심 소재다. 인바 시트에 십수μm 크기의 무수한 홀을 뚫은 게 FMM이다. 유기재료를 고열로 끓여 화소를 형성하는 증착(Evaporation) 공정은 얇은 인바 시트와 FMM을 쓸수록 고화질 화면을 만들 수 있다. 

현재 20μm 이하 인바 시트를 제조하는 회사는 일본 히타치메탈⋅신일철주금, 독일 잽(Zapp) 3사 뿐이다. 이 중에 삼성디스플레이 품질 승인을 통과한 회사는 히타치메탈이 유일한데, DNP는 이에 대한 독점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다.

간추리자면 히타치메탈의 20μm 인바 시트, 이를 가공한 DNP의 FMM은 삼성디스플레이와 상호간 독점권으로 묶여 있는 것이다.

만약 신생 FMM 제조사가 삼성디스플레이에 FMM을 공급하려 한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신일철주금⋅잽에서 20μm 이하 인바 시트를 구매하거나 ▲히타치메탈에서 두꺼운 인바 시트를 사서 얇게 재가공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후자가 더 용이하다. 히타치메탈이 생산한 인바 시트는 이미 삼성디스플레이 품질 승인을 득했으므로, FMM에 대한 품질 승인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이다. 

히타치메탈은 FMM용이 아닌 OMM(오픈메탈마스크)용으로 100~150μm 두께의 인바 시트를 판매한다. 이 제품을 구매해 재압연하면 두께 20μm 이하까지 가공할 수 있다. 압연은 두 개의 롤러 사이를 금속이 반복해 통과하면서 두께를 점차 얇게 만드는 기술이다.

풍원정밀의 FMM 생산라인. /사진=풍원정밀
풍원정밀의 FMM 생산라인. /사진=풍원정밀

이러한 방식을 시도한 회사가 풍원정밀과 현대비앤지스틸이다. 히타치메탈이 생산한 OMM용 인바 시트를 현대비앤지스틸이 재압연해 20μm 이하로 만든 뒤 풍원정밀에 공급한다. 풍원정밀은 여기에 홀을 패터닝해 삼성디스플레이에 양산 공급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DNP가 히타치메탈로 하여금 재압연하는 회사에는 더 이상 인바 시트를 공급하지 말 것을 요청함에 따라 이 같은 서플라이체인은 유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인바 사업에서 DNP와 히타치메탈이 맺어온 끈끈한 관계를 감안하면 DNP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풍원정밀은 올해 2월 코스닥 시장 상장 당시 상반기 내 삼성디스플레이에 FMM을 양산 공급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양산 수준의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풍원정밀은 지난 3분기 4억35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 개발비가 44억원으로 1년 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FMM 양산 시도에 따른 손실 비용이 그 만큼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국내 신생 FMM 업체들 중 풍원정밀이 삼성디스플레이 향 양산 공급에 가장 근접한 회사인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양산이라 할 만큼의 물량이 들어가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FMM 스틱. FMM 스틱이 여러개 모여 한 장의 FMM을 이룬다. /사진=도판프린팅
FMM 스틱. FMM 스틱이 여러개 모여 한 장의 FMM을 이룬다. /사진=도판프린팅

 

대안 인바 공급사 택해야 할 듯

 

히타치메탈이 더 이상 FMM 회사에 두꺼운 인바 시트조차 공급하길 거부한다면, 앞으로는 신일철주금⋅잽 두 회사 제품을 써야 한다. 다만 FMM 한 품목 품질 승인을 득하는 것도 어려운데, 여기에 인바 시트까지 승인 대상이 추가되면 양산 공급 성사가 훨씬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이를 구매해 쓰는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도 두 개의 관리 포인트(인바, FMM)가 한 번에 추가되는 것은 부담스럽다.

OLED 증착 공정에 쓰이는 인바 시트에 대한 데이터는 히타치메탈-DNP가 10년 이상 누적해왔다는 점에서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혹은 한화솔루션이 인수한 웨이브일렉트로닉스처럼 전주도금 방식으로 얇은 인바 시트부터 제작할 수 있지만, 이는 또 다른 난관이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DNP는 과거에도 FMM 독점 공급권이 위협받을 때 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신생 업체들을 견제해 왔다”며 “이 상태라면 향후 8세대 FMM 시장 역시 DNP 천하가 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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