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의 법정 진술에 반박
"업계 관행상 현실화 되기 힘들 것"

최근 퀄컴의 법정 진술이 촉발한 Arm의 CPU 라이선스 정책 전환과 관련해 Arm이 자사 생태계에 공식 부인하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Arm이 2024년부터 CPU에 GPU(그래픽처리장치)⋅NPU(신경망처리장치) IP를 묶어 판매할 계획이라고 진술했으나, Arm이 이를 부인한 것이다. 

18일 한 반도체 설계업계 전문가는 “Arm이 최근 제기된 라이선스 정책 변경과 관련해 CPU IP에 GPU⋅NPU IP 등을 묶어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공식 회신했다”며 “단순히 퀄컴측의 여론전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설계업체 관계자도 “CPU에 다른 IP를 묶어 판매한다면 역으로 탈(說) Arm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며 “Arm이 자살골에 가까운 정책을 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자료=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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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퀄컴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 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Arm이 자사 CPU IP를 독립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중단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를 설계할 때 Arm CPU에 AMD의 GPU, 자체개발한 NPU를 각각 적용하는데 앞으로는 3개 모두를 Arm으로부터 구매하게 강제할 것이란 뜻이다. 

이와 관련해 Arm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최근 일부 고객사⋅협력사에는 해당 내용을 부인하는 회신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지난달 말 퀄컴의 법정 진술이 공개된 직후부터 반도체 업계는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그동안 개방적 혁신을 통해 성장해 온 모바일 칩 업계 관행을 감안하면, 폐쇄적 라이선스 정책은 산업 경쟁력 전체를 퇴보시킬 수 있어서다. CPU IP 분야에서 Arm 성능이 최고라고는 하지만, GPU는 AMD⋅이메지네이션, NPU는 베리실리콘⋅케이던스⋅시높시스 등 강력한 경쟁사가 많다. 

삼성전자⋅퀄컴⋅미디어텍 등 SoC(시스템온칩) 회사들은 칩 개성에 맞게 이들 IP를 취사선택 하면서 성능을 최적화했는데, Arm IP만 써야 한다면 더 이상 차별화가 불가능해진다. 업계 전반의 혁신 속도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Arm의 IP 시장 독식 시도는 팹리스 일부가 추진하고 있는 RISC-V로의 생태계 이전에도 힘을 실어주게 된다. RISC-V는 2010년 미국 UC버클리가 개발하기 시작한 오픈소스 코어 아키텍처다. Arm이 라이선스 피(Fee)와 로열티를 내며 써야 하는 유료 IP인 것과 달리 RISC-V는 무료다. 구글, 나사 등 칩리스들은 물론 르네사스, 마이크로칩 등 기존 반도체 회사들도 RISC-V를 이용해 양산칩을 설계하기도 했다. 중국 내 반도체 회사들은 영국 정부 및 Arm과의 사이가 소원해질 때를 대비해 RISC-V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편이다.

/자료=사이파이브
/자료=사이파이브

RISC-V는 아직 칩 설계를 위한 소프트웨어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핵심 칩 설계에 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 일부 컴퓨팅 파워가 크지 않은 프로세서 설계에는 RISC-V를 이용한 설계 사례가 늘고 있다.

Arm으로써도 대체제인 RISC-V의 존재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생태계 이탈을 부채질 할 라이선스 정책 변경은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퀄컴은 Arm이 향후 반도체 회사가 아닌 세트 메이커들에게만 라이선스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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