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가 XMC 인수하며 2016년 합류
대만 디지타임스 "일신상 사유로 사임"

중국 낸드플래시 제조사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러지)의 사이먼 양 CEO(최고경영자가)가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중국 정부는 그동안 막대한 자금지원을 받고도 성과를 내지 못한 인사들을 걸러내는, 이른바 ‘반도체 숙청’ 작업을 벌이고 있다. 

YMTC는 3D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유의미한 진전을 이뤘으나, 아직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YMTC의 엑스태킹 구조도. 가운데 빨간색 기둥이 두 웨이퍼를 접합한 부위다. /자료=YMTC
YMTC의 엑스태킹 구조도. 가운데 빨간색 기둥이 두 웨이퍼를 접합한 부위다. /자료=YMTC

 

디지타임스 “일신상 사유로 양 CEO 사임”

 

대만 디지타임스는 YMTC의 CEO이자 핵심 기술 개발진인 사이먼 양이 곧 교체될 예정이라고 30일 보도했다. 매체는 일신상의 사유로 양 CEO가 교체될 예정이라고만 밝혔으며, 누가 후임에 오를 건지에 대해서도 부연하지 않았다. 

사이먼 양 YMTC CEO. /사진=YMTC
사이먼 양 YMTC CEO. /사진=YMTC

사이먼 양은 30년 이상 반도체 업계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동안 YMTC의 3D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기여해왔다. 지금은 칭화유니그룹에 합병된 XMC의 CEO를 역임했으며, SMIC의 COO(최고운영책임자), 글로벌파운드리의 CTO(최고기술책임자) 등을 지냈다. 인텔에서도 10년 이상 근무하며 R&D(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IDM(종합반도체회사) 및 파운드리⋅메모리 회사를 두루 섭렵한 셈이다.

YMTC가 낸드플래시 업계 처음으로 양산에 적용한 ‘하이브리드 본딩’, 이른바 ‘엑스태킹(Xtacking)’은 양 CEO가 강력하게 밀어 붙인 기술이다. 

YMTC를 제외한 기존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로직을 담당하는 주변부회로(Peripheral)를 한 장의 웨이퍼 위에 제조한다. YMTC의 엑스태킹은 셀과 주변부회로를 각각 다른 웨이퍼에서 패터닝한 뒤, 이를 아래위로 정밀하게 이어 붙여서 만드는 기술이다. YMTC는 이를 통해 셀 밀도를 높이고, 공정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YMTC는 셀 부분은 직접 만들고, 주변부회로 웨이퍼는 SMIC에서 위탁생산해 받아온다. 이를 자체 공정으로 이어 붙이는 것이다. 

 

반도체 숙청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

 

양 CEO의 갑작스런 사임은 최근 중국 반도체 업계서 벌어지는 대대적인 숙청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당국은 이달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여론 환기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그동안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한 인사들을 교체하거나, 법정에 세우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반도체 산업 투자에 사실상 '올인'했던 광둥성 선전 소재 라이온펀드의 당서기 겸 총책임자인 아오청원이 당국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8년말 3억8000만위안(약 760억원)에 불과했던 라이온 펀드는 2019년 말 66억9700만위안, 2021년 말 327억7600만위안으로 커졌다. 운용 자금 대부분이 중국 국가 반도체 산업에 투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라이온펀드의 당기순이익은 1억2800만위안(약 255억원)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전년 동기대비 42.3% 감소했다.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이먼 양 YMTC CEO는 자오웨이궈 회장 체제 사람이다. /사진=칭화유니그룹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 사이먼 양 YMTC CEO는 자오웨이궈 회장 체제 사람이다. /사진=칭화유니그룹

한때 중국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던 자오웨이궈 전 칭화유니그룹 회장도 지난해 실각 후 지난 7월 당국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칭화유니그룹 지분도 대부분 잃었다. 이번에 사임하는 사이먼 양 CEO는 자오웨이궈 전 회장 체제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 2016년 말 XMC를 인수했는데, 당시 XMC CEO를 맡고 있던 사이먼 양은 칭화유니그룹과 합병 후 YMTC CEO로 올랐다. 

YMTC는 칭화유니그룹 채무불이행 사태를 거치면서 매각돼, 이제는 후베이성 기관과 반도체 정부기금 소유로 이전됐다(참조 : 칭화유니와 관계 청산된 YMTC 지분 구조도).

앞서 자오웨이궈 회장의 ‘반도체 굴기’ 실패 책임을 물어 실각시킨 정부 당국이 사이먼 양 CEO를 오랜 기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중국 산업 전문가는 “사이먼 양 CEO는 자오웨이궈 회장의 사람이라고 보는 게 맞다”며 “YMTC가 기술적인 성과는 몰라도 아직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정부 구미에 맞는 새로운 사람을 앉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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