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동 중단 후 중고 매각 모색
비워질 공간 활용 여부에 관심

국내 디스플레이업계가 운영을 중단한 4.5세대(730㎜ X 920㎜)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라인이 결국 스크랩 처리된다. 중고 장비를 인수할 상대를 찾지 못해 고철로 폐기 처리한다는 뜻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5세대 라인 가동을 중단한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자를 물색해왔다.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 클러스터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13일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는 두달여 전 한 고철처리 업체와 4.5세대 장비 매각에 합의했고,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입찰을 진행 중”이라며 “LG디스플레이 역시 스크랩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수 회사가 장비를 다시 가동할 수 있게 신중하게 옮겨가는 ‘이설(移設)’과 달리, 스크랩은 그야말로 클린룸에서 장비들을 뜯어내는 과정이다. 

원 주인인 삼성⋅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이설로 매각해야 대금을 높게 받을 수 있지만, 사고 싶은 곳이 없다면 스크랩 처리 말고는 방법이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천안 A1에서,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AP2-E2에서 4.5세대 OLED를 생산했다. 작은 기판 사이즈 탓에 채산성이 떨어지자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이미 가동을 정지한 상태다. 이후 1년 이상 두 회사는 4.5세대 중고 장비를 인수할 회사를 찾아왔다.

다만 두 회사의 중고 장비 매각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임은 이미 예견됐다(KIPOST 2022년 3월 11일자 <디스플레이 업계, 4.5세대 OLED 팹 처리 방안 고민> 참조). 

디스플레이 업계는 IT용 OLED 생산을 위해 6세대를 넘어 8.5세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사진=ASUS
디스플레이 업계는 IT용 OLED 생산을 위해 6세대를 넘어 8.5세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OLED가 적용된 노트북 'ASUS 젠북'. /사진=ASUS

중소형 OLED 기술이 6세대(1500㎜ X 1850㎜)를 넘어 8.5세대(2200㎜ X 2500㎜)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구형인 4.5세대 기술로 투자할 회사는 없기 때문이다. 업계 선두권 두 회사조차 채산성 문제로 가동을 중단하는데, 신생 업체가 이를 인수해 사업을 영위하기는 불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중고 장비는 반도체 중고 장비와 달리, 노광⋅증착⋅식각 등 공정별로 분리해 판매하는 시장도 활성화 돼 있지 않다. 반도체는 200㎜⋅300㎜로 기판 사이즈가 통일됐지만, 디스플레이는 회사별로 차별화된 탓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가 4.5세대 중고 장비를 고철처리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비워질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게 될지도 관심사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A1 공간 일부를 할애해 ALD(원자층증착) 공정 검증에 사용할 예정이며 나머지 공간은 어떻게 활용할 지 알려지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AP2-E2 공간 활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디스플레이 설비 업계 전문가는 “4.5세대 라인은 층고가 낮아서 선단 생산설비를 넣는 게 불가능하다”며 “R&D 시설이나 반도체 패키지 생산설비를 운용하는 정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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