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립4용 1200만화소 카메라 자체생산
재고 쌓이는 카메라모듈 업계서 빈축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여전히 플래그십 모델용 카메라 일부를 자체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마트폰 전후방 산업을 가리지 않고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가 꼭 부품까지 내작해야 하느냐는 협력사 원성도 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후면 1200만화소 자체조달

 

삼성전자는 8월 출시할 ‘갤럭시Z’ 폴더블 시리즈 중 ‘갤럭시Z 플립4’용 후면카메라(1200만화소) 물량 일부를 자체 생산해 조달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Z 폴드3’와 ‘갤럭시Z 플립3’에도 총 3종(후면 1200만⋅1300만화소 및 1200만화소 광각)의 카메라모듈을 자체 생산해 탑재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자체 조달하는 규모가 크지는 않다. 소재⋅부품 양산 시작과 함께 참여하는 선도 물량이 아닌 이원화 물량에 속하기 때문이다. 

통상 선도 공급사가 한해 생산 계획의 60% 이상을 담당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공급하는 비중은 30%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Z폴드4, 갤럭시Z플립4 생산에는 총 7종의 카메라모듈이 필요한데, 그 중에 한 개 모듈 물량의 30% 정도를 담당하는 것이다.

카메라모듈. /사진=해성옵틱스
카메라모듈. /사진=해성옵틱스

비록 자체 조달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협력사들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대부분의 카메라모듈 업체 실적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탓이다. 더욱이 금년 들어서는 스마트폰 업계 전반적으로 재고가 누적되는 중이다. 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 대비 역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카메라모듈 전문업체들과의 경쟁만으로도 실적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고객사(삼성전자) 자체 물량까지 가세한 형국이다.

한 카메라모듈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이미 기존 전문업체만으로도 경쟁 포화상태”라며 “삼성전자가 꼭 부품까지 생산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부품 내작, 산업 성장기 유산

 

삼성전자 MX사업부의 내작(자체조달)은 스마트폰 사업 초창기 부품 조달 안정을 위해 도입됐다. 2013년 카메라모듈⋅터치스크린패널⋅플라스틱케이스⋅메탈케이스 라인을 깔고 부품을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하루가 다르게 스마트폰 폼팩터가 진화할 때였지만, 상대적으로 협력사들의 개발⋅투자 역량은 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선제적 투자를 통해 업계 하드웨어 트렌드를 이끌어야 할 필요성이 컸다. 특히 2014년 전후로 확산한 메탈케이스처럼 조단위 투자비용이 필요한 품목의 경우, 내작을 통해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다. 

일본 화낙의 공작기계. 2014년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공작기계 투자가 필수였다. 이 때문에 당시는 삼성전자의 부품 내작 당위성이 컸다. /사진=화낙
일본 화낙의 공작기계. 2014년 스마트폰 메탈케이스 생산을 위해서는 대규모 공작기계 투자가 필수였다. 이 때문에 당시는 삼성전자의 부품 내작 당위성이 컸다. /사진=화낙

그러나 스마트폰 폼팩터가 안정화되고 협력사들 역량도 수준급으로 올라온 지금은 내작에 대한 당위성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이에 삼성전자도 대부분의 내작 라인을 전문 업체에 매각하거나 생산능력을 크게 줄인 상태다. 그럼에도 카메라모듈 만큼은 여전히 플래그십 라인에 공급하고 있다. 

또 다른 카메라모듈 협력사 대표는 “내작 목적에는 조달 안정화도 있지만 단가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는 목적도 강하다”며 “이 때문에 BOM(부품원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카메라모듈은 일부나마 내작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급의 스마트폰 BOM 추정치는 대략 550달러 정도다. 여기서 카메라모듈이 차지하는 비중은 100달러를 넘는다. 부품원가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마진 확보를 위해서라도 일부 내작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OS(운영체제) 혁신과 구독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어온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부문에 경도된 측면이 크다”며 “사업 초창기에는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됐겠으나 이제는 협력사 마진만 축내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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