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래 최대 규모 투자
지난해 매출 1570억원, 영업익 729억원

반도체용 하이케이(고유전율, High-K) 전구체 공급사 SK트리켐이 생산시설에 대규모 증설 투자를 추진한다. 하이케이 전구체는 반도체 누설전류를 막기 위한 절연막 형성에 쓰이는 재료다. 

최근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이 극한에 도달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하이케이 재료를 통한 D램 성능 개선을 병행한다. 덕분에 지르코늄⋅하프늄 등 유전율이 높은 재료를 기반으로 한 전구체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SK트리켐 세종 본사 전경. /사진=SK트리켐
SK트리켐 세종 본사 전경. /사진=SK트리켐

전구체 증설에 319억원 투자, 창사 이래 최대

 

SK트리켐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전구체 생산 라인 증설에 319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투자 금액은 지난 2016년 이 회사가 설립된 이래 최대 규모다. SK트리켐은 지난 2017년 초 두 번에 걸쳐 각각 173억원과 83억원을 시설투자에 사용한 바 있다. 회사는 연말까지 지르코늄⋅하프늄을 비롯해 반도체 생산공정에 사용되는 전구체 생산 설비를 확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구체 업체의 생산 라인은 재료 합성을 위한 반응기와 순도를 높이기 위한 정제기로 이뤄진다. 생산능력이란 곧 반응기의 용량에 비례한다. 반도체용 전구체 업계가 사용하는 반응기 크기는 보통 3㎥다. 이 반응기를 한 달 가동하면 약 1톤의 전구체를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반응기 1개를 증설하는데 따르는 비용은 약 10억~15억원 정도다. SK트리켐이 증설투자하기로 한 319억원을 전체 반응기 확보에 사용한다면 최소 21개 라인, 최대 32개 라인까지 증설할 수 있는 금액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전구체 양은 월 21~32톤 정도가 된다. 

한 반도체용 전구체 회사 임원은 “319억원이면 반응기 시설투자에 모두 투자하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금액”이라며 “고객사 상황도 봐 가면서 증설해야 하기에 투자금 전체를 반응기 확충에 쓰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만약 SK트리켐이 투자금의 절반을 반응기, 절반을 건물 등 인프라 투자에 사용하면 10~16개 라인, 월 생산량 10~16톤 수준을 증설할 수 있다. 현재 이 회사 전구체 생산능력(하이케이, 로케이 합산)은 연 66톤, 월간으로는 5톤을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생산능력 증설 투자가 얼마나 큰 지 가늠할 수 있다.

기존 D램 구조(왼쪽)와 하이케이 재료를 이용한 HKMG(하이케이메탈게이트) 기술이 적용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기존 D램 구조(왼쪽)와 하이케이 재료를 이용한 HKMG(하이케이메탈게이트) 기술이 적용된 모습. /자료=삼성전자

SK트리켐이 전구체 생산시설에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건 최근 D램 업계의 하이케이 전구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대표적인 하이케이 전구체 중 하나인 하프늄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구매액은 도합 2000억원 정도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최소 2500억원어치 이상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제품군은 세대가 진화하면서 옛날 모델은 단종되고, 신모델 생산량은 늘어나는 구조다. 과거 하이케이 재료가 전혀 사용되지 않던 모델들은 단종 추세라 향후 하이케이 전구체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덕분에 SK하이닉스의 전구체 메인 공급사인 SK트리켐의 매출⋅영업이익도 제조업계서 보기 드물게 호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570억원, 영업이익은 72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익률 50%에 육박한다.

SK트리켐은 SK머티리얼즈와 하프늄 전구체 원천 특허를 보유한 일본 트리케미칼래버토리(TCLC)가 합작 투자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SK머티리얼즈 지주부문이 (주)SK에 흡수합병되면서 현재는 (주)SK의 자회사가 됐다. 지분율은 (주)SK가 65%, TCLC가 35%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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