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면허 대역에 낮은 운용비용 매력
5G와 상호보완적으로 발전할 것

올해 초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21’ 시리즈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1 울트라’에는 하위 모델에 없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바로 와이파이6E 규격의 통신 기능이다. 와이파이6E는 기존 와이파이6에 6GHz 주파수 대역을 추가로 활용할 수 있게 확장한 것이다. 원래 사용하던 2.4GHz, 5GHz에 주파수 대역이 하나 더해짐으로써 더 원활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내년에 출하될 와이파이6 지원 기기가 5G 기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딜로이트글로벌
내년에 출하될 와이파이6 지원 기기가 5G 기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딜로이트글로벌

“2022년, 와이파이6 기기 출하량이 5G 능가”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통신사들의 소극적인 기지국 투자 탓에 주춤한 사이, 와이파이6⋅6E 통신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와이파이6는 지난 2014년 1월 배포된 와이파이5를 대체하는 규격이다. 와이파이5가 이론상 최고 6.9Gbps의 속도를 제공하는 반면, 와이파이6의 최고 속도는 9.6Gbps다. 

여기에 와이파이6E는 6GHz 주파수 대역(1200MHz 대역폭)까지 활용할 수 있다. 이미 수많은 와이파이 장치들이 물려 있는 2.4GHz, 5GH 대역과 달리 6GHz는 와이파이6E만 활용하기에 더욱 원활하게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삼성전자는 2019년 초 출시한 갤럭시S10에 와이파이6칩을 처음 내장했으며, 올해 초 나온 갤럭시S21 울트라에 와이파이6E 기술을 첫 도입했다. 애플은 2019년 출시된 ‘아이폰11’ 프로⋅맥스 모델에 와이파이6를, 내년에 나올 ‘아이폰14(가칭)’에 와이파이6E를 도입하는 게 확정적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거의 모든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에 와이파이6E가, 중저가 모델에는 와이파이6가 확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와이파이6 기술이 기존 5G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투자비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은 5G 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조원을 들여 주파수를 대여하고, 전국에 기지국을 동시다발 구축해야 한다. 와이파이6는 종전 와이파이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비면허 대역을 이용해 통신하고, 통신이 필요한 공간에 공유기를 구매함으로써 간편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와이파이6⋅6E를 B2B용 솔루션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딜로이트글로벌은 ‘2022 첨단기술·미디어·통신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 출하될 와이파이6 기기가 5G 기기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구체적으로는 와이파이6기기 출하량이 내년에 25억개, 5G 기기 출하량은 15억개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딜로이트글로벌은 “일부 국가에서는 5G 이동통신을 위한 주파수를 할당받기가 어렵다”며 “반면 와이파이6는 비면허 대역을 활용한 무료 사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용 통신 솔루션으로 어떤 기술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딜로이트글로벌
기업용 통신 솔루션으로 어떤 기술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자료=딜로이트글로벌

딜로이트글로벌이 전 세계 43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0%가 역내(On-campus)용 통신 솔루션으로 와이파이6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같은 질문에 5G라고 답한 곳은 28%에 그쳤다. 실내용 통신 솔루션으로 선호하는 기술에 대한 질문에는 53%가 와이파이6를, 25%가 5G를 꼽았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이 가뜩이나 위축된 5G 커버리지 구축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기에는 섣부르다. 와이파이6가 5G대비 장점이 많지만, 이동성 측면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와이파이6 공유기가 설치된 범위 밖으로 벗어나 빠른 통신을 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5G 기술이 필요하다. 

노학재 베렉스 이사는 “와이파이6와 5G 어느 한 통신만 가지고는 반쪽짜리 서비스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두 통신 규격이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저변은 미미한 편

 

다만 이처럼 촉망받는 기술임에도 국내 산업계가 받을 수혜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관련 칩 시장에서 스카이웍스⋅퀄컴⋅NXP⋅쿼보 등 미국⋅유럽 업체들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자사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와이파이6 칩을 이들 업체들로부터 구매한다. NXP반도체는 삼성전자 ‘갤럭시Z 플립3’에 자사 FEM(프런트엔드모듈)이 장착, 와이파이6 연결을 지원한다고 16일 밝혔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용 와이파이6E 모듈. /사진=LG이노텍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용 와이파이6E 모듈. /사진=LG이노텍

현재 국내 팹리스들 중 와이파이6용 칩을 양산하거나 개발 중인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LG이노텍 정도가 차량용 와이파이6E 모듈을 올해 초 개발했다. 차량용 와이파이 모듈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내부 스마트 기기를 연결하는 데 사용하는 부품이다. 이를 통해 무선으로 스마트폰에 연결하거나 미러링 연결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LG이노텍이 공급하는 와이파이6E 모듈용 칩셋은 독일 인피니언이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팹리스 임원은 “와이파이6 칩 시장도 수십년간 통신칩 사업을 해온 업체들의 영역”이라며 “차라리 와이파이6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나 킬러앱을 개발하는 편이 생태계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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