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모터 드라이버용 반도체 수급난도 원인
국산 및 중국산 대체품은 신뢰도 낮아

장비 제작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서보모터 품귀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분야에서 경쟁적 투자 수요가 몰리는데다 과거와 달리 설비 자동화 비율은 더 높아진 탓이다.

글로벌 서보모터 산업은 일본 3사가 하이엔드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시간에 물량 부족이 해소되기 힘든 구조다.

서보모터.  /사진=KEBA
서보모터. /사진=KEBA

드라이버 칩 수급난에 사재기까지...서보모터 품귀 부채질

 

서보모터는 첨단 제조설비 내에서 동작이 이뤄지는 모든 부위에 필요한 부품이다. 일반 모터가 단순히 기계적인 위치 변화만을 위해 동작한다면, 서보모터는 빈번하게 변화하는 사물의 위치와 속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는데 쓴다.

정밀한 제품은 360도를 40만분의 1의 각도로 제어해 움직이기도 한다. 따라서 회전력을 일으키는 모터와 함께 모터를 구동하는 드라이버가 합쳐서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한 대에는 최소 수십개의 서보모터가 들어간다. 웨이퍼나 기판을 들고 이동하고, 회전시키는데 다양한 각도의 움직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엔드급 서보모터 시장은 1강 1중 1약 체제다. 미쓰비시가 신뢰도나 성능면에서 가장 앞서며, 그 다음으로 야스카와전기⋅파나소닉이 뒤를 잇는다. 공교롭게 셋 다 일본 회사다.

서보모터 품귀 현상이 일어난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보류됐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투자가 재개되고, 전 세계적인 자동차용 배터리 설비투자가 붐을 일으키면서다. 과거에는 사람 손으로 수행했던 작업들에 대한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같은 공정이라도 서보모터 수요는 더 늘었다.

중국 제조사 문스의 서보모터. 모터와 드라이브가 한 세트다. /사진=문스
중국 제조사 문스의 서보모터. 모터와 드라이브가 한 세트다. /사진=문스

여기에 로직반도체 공급 부족도 서보모터 수급 불균형을 부채질했다. 앞선 설명처럼 서보모터는 실제 동작을 하는 모터와 이를 구동하는 드라이버가 하나의 세트다. 이 드라이버는 동작 제어용 반도체로 구성되는데, 이 칩들을 구매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일본 3사가 호황을 등에 업고 서보모터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드라이버용 로직반도체 없이는 서버모터를 만들 수 없다. 공장자동화 컨설팅업체 엘피텍의 박형순 대표는 “지난해 연말부터 품귀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 유통선에서 사재기를 하기도 했다”며 “이 때문에 시장에 서보모터가 더욱 귀한 대접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납기 평균 6개월, 국산은 한달여지만 신뢰도 낮아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보모터의 납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만 해도 일본 3사 제품의 납기는 두달여 정도였다. 올해 초 이 기간이 3~4개월로 늘더니 현재는 평균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특정 제품은 1년까지 납기를 설정하기도 하며, 미쓰비시는 구매력이 큰 전략 고객사 외에는 아예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가격도 올랐다. 소형 서보모터에 속하는 100W(와트)급 제품은 평소라면 1개당 50만원 정도에 거래되지만, 현재는 100만원을 호가한다. 그나마도 물량이 많지 않다. 

이에 장비 업체들은 고객사에 국산이나 중국산 서보모터로 교체할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예컨대 동일한 증착(CVD) 장비를 만들어 공급한다고 했을 때, 국산⋅중국산 서보모터를 쓸 경우 납기를 단축시켜주는 것이다. 

국산⋅중국산 서보모터는 지금도 한달여면 공급을 받을 수 있다. 국산 서보모터 제조사로는 LS메카피온⋅하이젠모터⋅RS오토메이션⋅코모텍 등이 있다. 중국산은 문스가 대표적인 서보모터 전문업체다. 

첨단 장비 1대에는 최고 수십대의 서보모터가 탑재된다. 사진은 EUV 노광장비 내의 웨이퍼 이송 시스템. /사진=ASML
첨단 장비 1대에는 최고 수십대의 서보모터가 탑재된다. 사진은 EUV 노광장비 내의 웨이퍼 이송 시스템. /사진=ASML

그러나 이 같은 대체품들은 성능과 신뢰도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 한 PCB(인쇄회로기판) 장비업체 임원은 “수억원짜리 장비가 수백만원어치 모터 몇 개 때문에 불량이 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뜻 국산이나 중국산 서보모터를 채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산, 특히 중국산 제품은 일본 3사 대비 가격이 낮은 편이지만 서보모터가 장비 안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중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큰 장점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장비 업계 평가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대표는 “국산 제품이 일본산의 절반 가격 정도가 아니라면 굳이 선택하고 싶지 않다”며 “고객사들도 납기가 길어지더라도 국산 제품을 적용하기를 잘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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