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계는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중국 업체는 이제 기술적으로도 우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팹리스 업계도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기존 사업과 다른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생산공정 일부를 내재화하는 등 제품 개발에만 매달렸던 이전과는 다른 행보다.  



생산 공정 내재화로 신뢰성·가격 경쟁력 확보 



지난 20일, 아이에이(대표이사 회장 김동진)와 중국 장가항시와 현지에 세운 합작법인 ‘아이에이 쑤저우 세미컨덕터(iA Suzhou Semiconductor Co)’가 공식 출범했다.


▲김동진 아이에이 회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중국 장가항 경제기술개발구 및 대당전신투자유한공사와 합자법인 설립 계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아이에이


이 합작법인은 장가항시가 출자한 현지 반도체 외주생산(Foundry) 팹(Fab) ‘TGMC’의 생산 라인을 재정비, 계열사 트리노테크놀로지가 설계한 전력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지난해 아이에이의 계열사 트리노테크놀로지는 파운드리 업체가 물량이 적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생산을 미뤄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이번 합작법인으로 아이에이는 이런 일을 사전에 막고, 칩 설계부터 생산, 모듈화까지 일원화하게 됐다. 


중국 진출도 쉬워졌다.중국 완성차 업체는 부품이나 소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을 가장 선호해 해외 협력업체에 현지에 생산 거점을 두라고 요구한다. 까다로운 글로벌 자동차 업계보다 현지 중견 완성차 업계에 납품,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범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 주력인 어보브반도체(대표 최원)도 칩 생산 공정 일부를 내재화했다. 회사는 오창 반도체 센터 내에서 칩 테스트용 프로브카드를 자체 생산하고, 오창 본사 건물에는 파이널 테스트 라인을 구축했다. 


어보브반도체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전후공정 중 내재화가 쉬운 편에 속하고, 제품 신뢰성 확보에도 도움이 돼 구축하게 됐다”며 “고객사 중 엄격한 품질 관리를 요구하는 곳이 있었는데, 위탁으로 계속 맡기기엔 비용 부담이 컸고 연구개발(R&D)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신사업 뛰어들어 매출 다변화



반도체가 아닌 다른 사업에 진출한 팹리스도 있다. 터치칩 업체 코아리버(대표 배종홍)는 일찍이 자사의 터치칩을 적용한 발광다이오드(LED) 스탠드와 랜턴 등 세트 사업과 소프트웨어(SW) 및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코아리버는 ‘무한 프린터’용 칩과 잉크, 프린터를 모아 솔루션으로 공급한다./코아리버


최근에는 프린터·복합기의 잉크나 토너의 출력매수를 분석, 출력량을 늘릴 수 있는 ‘무한 프린터’ 사업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의 공식 디자인하우스 업체 알파홀딩스(전 알파칩스, 대표 김동기·구희도)는 방열 소재 사업과 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자회사 알파멀티리얼스를 통해 방열 소재를 개발, 스마트폰용으로 매출을 올리기 시작했다. 


바이오 사업으로는 지난 2016년 바이럴진(Viral Gene)의 지분을 사들였다. 이 회사는 대장암 전이를 막는 ‘GCC백신’을 개발, 임상 2상을 앞뒀다.


알파홀딩스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만으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다각도로 신사업을 모색, 추진했다”며 “국내 팹리스 매출이 대부분 특정 기업이나 제품에만 쏠려있는데, 이를 다변화해 회사가 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금도 줄어들고, 해외 업체들의 경쟁력은 날로 커지고 있어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며 “신제품 투자는커녕 당장 회사의 존속이 불투명한 업체는 주문자생산(ASIC)으로 가상화폐 채굴 칩을 설계해 팔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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