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의 자동초점(AF) 기능을 제어하는 액추에이터 칩 전세계 1위 업체 동운아나텍이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입성에 성공했다. 또 올해 햅틱칩(Haptic Driver IC), 클로즈드 루프 칩(Closed Loop IC) 등 고부가 사업도 본격화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기반을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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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갤럭시S9 시리즈 출시 전 마련한 ‘갤럭시 스튜디오’를 찾은 사람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갤럭시S9 시리즈에는 듀얼카메라와 함께 조리개 기능이 적용됐다./삼성전자


AF칩으로 구축한 영업망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 성장 정체기를 벗어나겠다는 목표다. 



1. 기업 및 시장 특징 - 스마트폰, 발전은 끝나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동운아나텍(대표 김동철)은 16일 공식 출시되는 삼성전자 ‘갤럭시S9’에 카메라용 AF 엑츄에이터 구동칩을 공급한다. 지난해 이 회사가 출시한 클로즈드 루프 칩을 승인 받았다. 


동운아나텍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기 전인 2000년대 초 모바일용 AF칩 사업을 시작했다. AF칩은 전류의 흐름을 조절, 렌즈를 움직여 카메라의 초점을 자동으로 맞춘다. 


일본 소니를 시작으로 국내외 휴대폰 부품업체에 납품을 성공, 로옴(ROHM)이나 아나로그디바이스(ADI) 등 쟁쟁한 해외 기업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랐다. 특히 중국에서는 전체 AF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올해 집중하는 제품은 클로즈드 루프 칩과 햅틱 칩이다. 클로즈드 루프 칩은 듀얼카메라에서 손떨림보정(OIS)과 AF 기능을 모두 지원한다. 


카메라 외 또 하나의 기술로 주목받는 게 ‘포스터치’다. 애플이 포문을 연 이 기술은 누르는 힘의 압력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구현한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디지털 계기판(Cluster)이나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등 자동차나 혼합현실(MR) 게임기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햅틱 칩은 바로 이 포스터치를 구현하는 필수 요소로, 동운아나텍의 제품은 고전압에도 작동하고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이머전(Immersion)으로부터 인증도 받았다.



2. 강점 - 영업력, 그리고 시장을 보는 안목



동운아나텍은 모바일 칩에 주력한 팹리스 중 유일하게 꾸준한 매출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고객사를 다변화하고 밀착 영업을 강화한 덕이다. 


대부분의 IT기업들은 엔지니어 출신 대표가 이끌고 있다. 반면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문과(서울대 독문학과) 출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상품 기획을 하다 퇴사 후 반도체 유통업체인 ‘동운상사(현 동운인터내셔널)’를 세웠다. 


이 사업을 통해 고객사가 어떤 기능과 성능의 반도체를 얼마 정도에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시장’을 보는 안목을 갖추게 된 셈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AF칩을 개발한 것도 이 경험이 바탕이 됐다.


영업력도 탁월하다. AF칩은 성능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납품해본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공급 계약 성패가 갈린다. 


동운아나텍은 AF칩 출시 초 2년간 일본 소니에 공을 들였고, 그린파트너로 선정돼 납품 자격을 획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세트 업체가 아닌 여러 부품 업체에서 레퍼런스를 쌓았다.


특히 라이벌인 세계 대기업과 달리 고객사가 원하는 사양에 따라 제품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과 빠른 대응력을 갖췄다는 점을 앞세웠다. 


대부분의 고객사가 해외에 있다는 점을 반영해 중국 상해, 심천, 대만 타이페이, 일본 동경,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점을 마련, 24시간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고객사가 제품에 이상이 생겼다고 하면 24시간 이내에 불량의 원인과 대책에 대한 1차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자사 제품이 문제일 경우 5일 이내 이를 처리한다.



3. 약점 - ‘독보적 제품’ 필요



하지만 AF칩이나 OIS칩 등 카메라 관련 솔루션이나 햅틱칩 모두 기술적 장벽은 물론 시장에 이미 진출한 다른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 


보이스코일모터(VCM) 기반 AF칩 시장에는 중국 업체들이 진입하고 있고, 화소와 상관 없이 이익률이 낮다.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는 OIS칩과 클로즈드루프 칩은 뒤늦게 진출, 세트 업체들이 신뢰성이 높은 해외 업체들의 제품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햅틱 칩 시장은 해외 업체들 뿐 아니라 라온텍, 이미지스테크놀로지, 지니틱스 등 다른 국내 팹리스도 상당수 진출했다. 특히 햅틱 칩은 부품 업체가 아닌 세트 업체에 바로 영업을 해야 해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



4. 전략 - 신뢰성, 그리고 협업



동운아나텍은 보급형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이 상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력이 높아진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고화소의 카메라를 적용하고, 발빠르게 듀얼 카메라를 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전보다 더뎌졌지만, 카메라는 예외다. 싱글 카메라에는 AF 이후 OIS 기술이 적용됐고, 화소 수도 천만 이상으로 늘어났다. 두 개의 카메라를 내장, 각 카메라가 찍은 이미지를 하나로 합치는 듀얼카메라도 프리미엄급 제품에 이어 보급형 제품에 적용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TSR)는 2021년 전체 스마트폰의 37.2%가 후면에 듀얼카메라를 탑재할 것으로 내다봤다. 


▲듀얼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 및 전체 스마트폰 대비 비중./TSR, KIPOST


햅틱 칩은 일본 니덱과 협업한다. 세트 업체에 영업할 때 서로의 제품을 추천해주기로 했다. 니덱은 세계 액추에이터 1위 업체로, 애플에 포스터치용 탭틱 엔진을 공급했다. 이 업체는 지난 1월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에서 부스 일부에 동운아나텍과 개발한 햅틱 솔루션을 전시했다. 


또 동운아나텍은 다년간 AF칩을 공급해오면서 최종 고객사인 세트업체 다수에 코드가 등록돼있다. 그만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는 “햅틱칩은 스마트폰 외 게임기, 자동차 등 신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을 모색하고 있다”며 “AF칩이 캐시카우라면, 신규 사업은 회사 성장을 이끌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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