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본 궤도에 올리지 못하고 끝내 핵심 기술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통신칩 개발을 중단했다.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구조조정과 맞물려 관련 칩을 개발하던 부서까지 정리 된 셈이다.


LG그룹은 향후 스마트폰 핵심 기술 확보보다는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다품종 소량 생산 모델 중심으로 반도체 개발을 진행하고, 자회사 실리콘웍스 등 아날로그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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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적용한 AP '뉴클런'. /LG전자 제공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 초 최고개발책임자(CTO) 산하 SIC센터에서 개발하던 AP 프로젝트를 모두 중단했다. 지금까지 개발하던 제품 설계가 완료 되면 앞으로 AP 개발은 없다. 프로세서와 통신칩을 개발하던 직원들은 최근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퇴직하고 일부는 실리콘웍스로 자리를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7000명 가량이던 MC 사업본부 인력은 약 3600명으로 줄었고, 추가 감원이 예상된다. CTO 조직은 MC사업본부와 조직이 다르지만 개발실이 사라지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초기 대응 미흡, 5년간 성과 못내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개발을 중단했다는 건 내부적으로도 스마트폰 사업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 16일 주주총회에서 조준호 MC사업본부장(사장)이 이사진에서 제외 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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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실적 및 각 사업부 비중. /LG전자, KTB투자증권 제공

 


애플·삼성·화웨이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는 직접 또는 자회사를 통해 개발한 자체 AP를 보유하고 있다. 운영체제(OS)와 주변 부품들을 총괄 제어하기 위해서는 최적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조기에 따라잡을 수 있었던 이유도 자체 AP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다수다. 

 

LG전자도 지난 다소 늦었지만 2012년 시스템IC(SIC)센터를 SIC연구소로 바꾸고 센터장인 손보익 상무를 전무로 승진 시키면서 AP, 통신칩 개발에 힘을 실었다. 자체 AP 및 통신 기술을 확보해 스마트폰 사업을 드라이브 하는 것과 퀄컴과 협상력을 갖는다는 목표였는데, 두 목표 모두 스마트폰 판매량이 중하위권에 머물면서 달성하지 못하게 됐다. 공급망을 이원화 할만큼의 생산 물량이 없었다. MC사업부 매출액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AP 테스트 지원이 줄고, AP 개발·검증 기간이 지연되는 악순환 구조가 됐다.


업계에서는 계속 AP 개발을 지원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차세대 사업에 투자하는 게 더욱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LG그룹 IoT·차량용 반도체 현황은

 

SIC센터는 손보익 전무 후임으로 최승종 DTV SoC 개발실장이 이끈다. 디지털TV 칩, IoT용 프로세서 개발은 계속 진행하지만 앞으로 실리콘웍스로 반도체 개발 기능을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양사는 서울 서초 R&D연구소, 경기도 분당 연구소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실리콘웍스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과 타이밍컨트롤러(T-Con)가 주력이지만 차량용 브레이크 센서 등도 개발하고 있다. 전력관리반도체(PMIC), 터치센서 등 LG전자 TV와 스마트폰에 주로 공급하는 제품들인데, 최근 현대자동차에 브레이크 센서 공급을 시작하면서 고객사를 다변화 하고 있다. 

 

IoT 제품은 스마트폰과 달리 소량 다품종 성격이 강하다.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반도체 분야에서 맞춤형반도체(ASIC)로 개발해 수익을 올리기 쉽지 않은 시장이다. 특히 대기업은 IoT는 플랫폼 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다. 삼성전자 '아틱(ARTIK)', 인텔 '에디슨(Edison)', 엔비디아 '젯슨(Jetson)' 외에 ST마이크로와 TI 등도 마이크로컨트롤러(MCU) 기반 플랫폼을 출시하고,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가 이들과 경쟁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차량용 반도체는 폭스바겐 등에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핵심칩을 주로 NXP(구 프리스케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아직까지 자체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AVN) 칩이나 엔진컨트롤러유닛(ECU)를 개발하기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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