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소켓 시장은 다양한 국내외 업체가 경쟁하는 쉽지 않은 분야다. 이런 경쟁 와중에도 한 회사가 과점하는 영역은 있다. 실리콘 러버(Silicone Rubber) 테스트 소켓 시장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미세화 되면서 칩 하단에 솔더볼을 붙여 주기판인 인쇄회로기판(PCB)과 접합하는 볼그리드어레이(BGA) 패키지를 주로 사용하는데, 러버 소켓이 더 적합하다. 러버 소켓은 고무처럼 탄성이 있는 실리콘 소재로 전극 접지부를 감싼 제품이다. 포고핀 방식에 비해 불량 검출률이 높고 테스트 속도도 빠르다. 국내 아이에스시(ISC)테크놀러지가 처음 개발해 메모리 테스트 시장에서 각광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14년 러버소켓 원천특허를 보유한 일본 JMT를 인수, 경쟁 업체 진입을 막았다. 덕분에 몇 년만에 국내 테스트소켓 시장의 약 70%를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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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C의 테스트 소켓. /ISC 홈페이지 제공

 

 

 

그 아성을 깨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ISC의 특허를 우회하는 다양한 방식이 개발 돼 양산을 앞두고 있다. 

 

ISC가 개발한 러버 테스트 소켓은 실리콘러버 내에 있는 전도성 입자가 일정한 전기 자극을 받으면 기둥모양으로 배열 돼 전극을 형성하는 기술을 쓴다. 다. 이 전도성 입자를 제어하는 자성배열특허가 핵심이다. 특허를 피하기 어려워 그동안 경쟁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개발에 뛰어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웨이퍼레벨패키지(WLP), 시스템인패키지(SiP) 등 기존 테스트 소켓으로는 대응하기 힘든 기술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시장을 잠식당한 업체들이 러버 소켓 시장으로 속속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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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C 테스트소켓의 검사 원리. /ISC 홈페이지 제공

 

 

 

티에스이(TSE)는 러버 소켓 개발에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입자를 이용한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고리처럼 생긴 평평한 MEMS 입자들이 서로 맞물리면서 전극을 형성, 반도체의 솔더볼과 접합한다. 입자에는 도금처리를 해 수명을 늘리고 검출 신뢰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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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E가 개발한 MEMS 입자. /TSE 홈페이지 제공

 

 

AK그룹 계열사인 AK이노텍 역시 러버 소켓으로 테스트소켓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 회사는 자성배열 특허와는 아예 무관한 기술을 고안했다. 실리콘 내에 주입된 입자를 재배열하는 게 아니라 실리콘에 구멍(홀)을 뚫고 그 사이를 채워넣는 방법을 쓴다. AK이노텍 관계자는 "소켓 양산을 시작했다"며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신규 진출 업체들이 기존 메모리 테스트 시장을 단순히 '나눠먹기' 하려는 건 아니다. 소켓 업계 관계자는 "러버소켓이 구현하지 못한 200㎛ 이하 피치 제품도 시제품이 나오고 있다"며 "앞으로는 러버 소켓이 테스트소켓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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