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수 :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같은 경우, 어느 순간 언론에서 사라진 느낌이 적지 않다. 갑자기 은둔한다는 느낌이다. 동시에 김기남 사장이 메모리사업부장과 시스템LSI를 같이 맡게 됐다. 김기남과 권오현의 롤이 겹치게 된 셈이다. 어느 순간 권오현이 물밑으로 들어가고 김기남이 액션을 많이 하고 있다. 권오현 부회장이 실무에서 손을 땐다고 봤는데, 최근 애플과의 합작 투자 같은 경우 권오현이 직접 가는 걸로 봐서는 그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안석현 : 권오현 부회장이 올 들어 애플을 4번 방문했다고 한다. 애플과의 합작 투자가 그룹 차원의 일이라는 뜻이다. 박동건 사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쿡과 직접 담판을 지었다고 한다. 내부는 김기남 사장이 챙기고 외부의 큰일은 권오현 부회장이 챙기는 스탠스로 굳혀졌을 것 같다. 만약 권 부회장이 정리된다면 굳이 애플 합작건을 진두지휘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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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사진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 윤종식 부사장, 김기남 사장. /삼성전자 제공



오은지 : 권 부회장은 삼성반도체 쪽에서 혼자서 두 개 사업을 이끌어 왔는데, 실적이 나쁘지 않았고 굉장히 잘 했다. 표면적으로보기에는 권 부회장을 일단 물러나게 할 이유가 없다. 아니 빼면 그렇다. 권 부회장에 대해서는 올해 물러날 지 안 물러날 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종기원 사장까지 갔다가 DS쪽에서 이례적으로 부활을 했다. 대내외적으로 대안이 없어서 지금까지 왔다는 평가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남성 사장이 사의를 표하면서 김기남 사장이 맡게 된 것인데 아직까지 본인이 보여준 것은 없다. 포장을 해보자면 3D 반도체를 개발하면서 양산한 게 공이다. 낸드플래시 쪽에서 삼성이 점유율을 지키는 정도라 그걸 김기남의 공으로 돌릴 수 있을지…. AP나 3D 등에서는 다른 일등공신들도 많아서 특별히 주목 받지 못한다. 그게 권오현 스타일과 비슷하다. 


이형수 : 권오현 부회장이 물 밑에 있다가 처음 액션을 취한 게 애플건인데. 3D 낸드는 전동수 사장의 작품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32층 48층 갔지만, 이건 낸드 사업의 결정적인 사건이라기 보다 전임이 해 놓은 것을 잘 이어간다 정도의 성과다. 권 부회장이 애플 합작건까지 성공시킨다고 하면 김기남 사장의 롤이 더 애매해 진다고 봐야 한다.


오은지 : 김기남 사장이 불안한 위치라면 차기에 대해 논의해야 하는데 우남성 사장이 계속 할 수 밖에 없던 게 시스템LSI 안에서 인재가 없다는 말들이 계속 나왔다. 이전에 거쳐 갔던 C급 사장들이 밑에 사람들을 안 키워 준게 가장 이유가 컸다. 미래전략실의 작품인지 정확하지는 않은데, 시스템LSI의 강인엽 부사장을 퀄컴에서 영입을 했다. 베이스밴드의 A부터 Z까지를 다 해 본 인물이다. 강 부사장도 한국에 와서 뭔가를 해보겠다고 하는 의지가 있다. 강 부사장이 2~3년 만에 AP 원칩을 만들어 냈고, 14나노로 가면서는 퀄컴보다 성능이 좋다는 게 큰 성과다. 한편으로는 강 부사장이 너무 뜨니까 대항마로서 키우는 거 같은데 윤종식 부사장이 14나노 팹 파운드리에 엄청난 성과를 내는데 기여를 했다. 윤 부사장은 삼성 펠로 출신이다. 그동안 펠로 중에 사장까지 간 사람이 없는데, 시스템LSI 내부에서는 두 부사장을 경쟁을 시키면서 차기를 점치지 않을까.

강은 토요일마다 있는 임원 회의에 참석을 스스로 결정하고 권오현한테 직보를 한다고 한다. 연구실 찾아 다니면서 연구원 불러서 깬다고 한다. 카리스마에 눌려서 말을 잘 들을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이형수: 마에스트로 같은 사람이다. 실력으로 찍소리 못하게 한다. 


오은지 : 윤은 14나노 핀펫 성공의 공이 있는데 조용하고 튀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맡은 거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성과는 확실히 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 지 이것도 봐야 한다. 

 

이형수 : 시스템LSI는 삼성 차세대 먹을 거리의 핵심인데, 결국 무선사업부장 못지 않게 시선을 끈다. 시스템LSI 쪽은 IoT 혹은 차량용 반도체와 연결 되는 곳이라 향후에 어떻게든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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