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LG화학, 10년간 공동 연구 끝에 독자 기술로 개발
작년 917억원 순이익 거둔 노발레드(삼성SDI 자회사)에는 악재

LG디스플레이가 삼성SDI(노발레드)에서 100% 공급받던 OLED용 p도판트를 자체 자체 기술로 대체하는데 성공했다(KIPOST 2021년 1월 7일자 <LG디스플레이, 삼성SDI서 OLED용 p도판트 독립 추진> 참조).

p도판트는 OLED 발광효율을 크게 높여주는 소재로, 독점 특허를 보유한 독일 노발레드를 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2013년 인수했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OLED 패널 회사들이 삼성SDI에 p도판트 수급을 의존할 수 밖에 없던 이유다.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연구원이 p도판트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사진=LG디스플레이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연구원이 p도판트를 분석하고 있는 모습./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LG화학과 공동으로 p도판트 개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양사는 지난 10년간 p도판트 대체 재료를 개발해왔다. 이번에 기존 삼성SDI에서 수급하던 재료와 동일한 성능을 구현했고, TV용 대형 OLED와 스마트폰⋅IT용 중소형 OLED에 순차 양산 적용할 계획이다. 

윤수영 LG디스플레이 CTO(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 패널 양산에 성공한 이후 10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결집해 핵심 소재까지 독자적으로 개발함으로써 OLED 기술 리더십을 한 층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p도판트는 OLED 내 HTL(정공수송층)에 소량 섞어 쓰는 재료다. HTL 증착량의 0.1% 정도를 쓰는데 그치지만 p도판트를 씀으로써 OLED 전자이동도를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전자이동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OLED가 적은 에너지로도 밝은 빛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SDI는 p도판트가 적용된 OLED 구조를 ‘PIN(P-doped, Intrinsic, N-doped) OLED’로 명명한다.  

LG디스플레이⋅LG화학이 p도판트 개발에 10년간 시간을 투입한 건 노발레드가 관련 특허 장벽을 워낙 꼼꼼하게 세워뒀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노발레드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p도판트를 HTL에 섞지 않고 ‘싱글레이어(단일층)’로 증착하는 방식 등도 고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종적으로는 노발레드처럼 HTL에 p도판트를 혼합하되 다른 방식으로 특허를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가 p도판트를 내재화함에 따라 삼성SDI의 OLED 재료사업 점유율 감소는 불가피하다. OLED 재료 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의 구매 점유율은 24%(유비리서치 집계) 정도인데, 장기적으로 p도판트 내재화 비중을 점차 높여갈 것으로 보여서다. 특히 OLED 재료 구매 점유율 10%대 중반을 차지하는 BOE와 여타 패널 업체들도 LG화학으로부터의 p도판트 구매를 타진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삼성SDI 외에는 대안이 없던 탓에 p도판트는 ‘금보다 비싼 재료'로 꼽혔으나, 앞으로는 LG화학과의 경쟁을 통해 단가 인하를 유도할 수도 있다. 

삼성SDI는 지난 2013년 노발레드를 3455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인수전 막판에 두산그룹과 경쟁이 붙으면서 인수가가 높아졌다. 그러나 노발레드가 이후 매년 5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두면서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M&A로 기록됐다. 지난해 노발레드의 순이익만 917억원에 이른다. 다만 앞으로는 이처럼 높은 수준의 순이익을 지속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디스플레이 산업 전문가는 “노발레드를 인수함으로써 재무적인 이득도 컸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사업에서 리더십을 유지하는 전략적 효용이 더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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