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무라타제작소
/사진=무라타제작소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 현지화를 위해 투자한 태국 공장이 11월 가동에 들어간다. 2028년까지 장기 투자를 목표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최근 침체된 스마트폰 수요 탓에 가동률 유지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무라타제작소는 25일 태국 람푼주 공장에서 준공식을 열고, 오는 11월부터 현지 공장이 양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람푼 공장은 스마트폰용 MLCC를 양산할 계획이며,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려나간다. 무라타제작소는 이 공장에서만 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는 최근 스마트폰 업황을 감안하면 무라타제작소 태국 공장 가동률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했다. 무라타제작소 순이익은 지난 2022년 3월 종료된 회계연도에 3141억엔(약 2조8442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당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전자기기 수요가 폭발하던 시기라 연간 14억대의 스마트폰이 출하됐다. 

그러나 지난해 무라타제작소 순이익은 2536억엔으로 크게 빠졌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출하량이 11억대 수준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올해 순이익은 이보다 더 줄어든 1640억엔에 그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스마트폰 출하량은 오는 2027년은 되어야 다시 13억5000만대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2021년과 유사한 볼륨이다. 매출의 40%를 MLCC에 의존하고 있는 무라타제작소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환경이다. 

더욱이 2015년 이후 중국⋅필리핀 등에 잇따라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수요 약세는 더욱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삼성전기⋅다이요유덴 등 MLCC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다른 회사들에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최근 회사측은 스마트폰 시장을 벗어나 전기차⋅VR(가상현실)⋅AI 데이터센터 쪽으로 공급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1대에는 1000개의 MLCC가 들어가지만, 전기차 1대에는 최소 1만개가 필요하다. 공급 단가도 스마트폰용 MLCC 대비 높다. 현재 무라타제작소의 전기차용 MLCC 시장점유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다. 

닛케이아시아는 “무라타제작소의 동남아시아 공장은 미중 무역갈등 상황에서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처럼 생산지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생산능력 확장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MLCC 업계 가동률 약세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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