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이 제안한 CAMM의 LPDDR 버전
온 보드 방식의 성능과 So-DIMM의 확장성 모두 확보
LPCAMM 생산하는 PCB 업계에도 변화

삼성전자가 노트북PC용 D램을 마더보드에 체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했다. D램을 마더보드에 직접 실장한 것 만큼의 속도와 공간 활용성을 가지면서 기존 So-DIMM(Small Outline Dual In-line Memory Module)처럼 탈부착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를 통해 애플 ‘맥북'처럼 얇은 폼팩터의 노트북PC 디자인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So-DIMM을 적용했을 때(위)와 CAMM을 적용했을 때의 노트북PC 내부 공간. 아래 그림에서 연보라색 부분이 절감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자료=델
So-DIMM을 적용했을 때(위)와 CAMM을 적용했을 때의 노트북PC 내부 공간. 아래 그림에서 연보라색 부분이 절감되는 공간을 의미한다. /자료=델

 

삼성전자, LPDDR 적용한 LPCAMM 개발

 

삼성전자는 LPDDR D램 기반 7.5Gbps LPCAMM(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LPCAMM은 노트북PC와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는 LPDDR D램 여러개를 하나로 묶은 모듈이다. 연초 PC 제조사 델이 일반 DDR5 D램을 적용한 CAMM(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을 먼저 들고 나왔고, 삼성전자가 이번에 저전력 LPDDR D램 타입으로 진일보시켰다. 

LPCAMM이 종전 노트북PC에서 D램 장착에 사용하던 So-DIMM과 가장 큰 차이점은 두께다. 마더보드 앞⋅뒷면에 각각 배치되던 So-DIMM과 달리 LPCAMM은 마더보드 한 쪽면에 장착한다. 이론상 두께가 절반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LPCAMM 탑재 면적이 So-DIMM의 40% 이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같은 LPDDR5를 적용했을 때 성능은 50%, 전력효율은 70%까지 향상시켜준다고 덧붙였다.  

탑재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은 CPU에서 각 D램에 도달하는 배선의 길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배선 길이가 줄면 그만큼 전송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사용량은 감소한다. 

이러한 이점을 극대화 한 제품이 애플 맥북이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CPU ‘M 시리즈' 칩에 LPDDR을 2.5D 패키지 형식으로 이어 붙인다. 그리고 이를 마더보드에 통째로 실장한다. D램을 장착하기 위한 PCB(인쇄회로기판) 자체를 생략하고, CPU에 직접 이어 붙임으로써 전송속도를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다.

애플은 CPU와 D램이 아예 처음부터 연결되어 패키지된다. 성능을 극대화 하는 반면, 확장성은 크게 떨어지는 방식이다. /사진=애플
애플은 CPU와 D램이 아예 처음부터 연결되어 패키지된다. 성능을 극대화 하는 반면, 확장성은 크게 떨어지는 방식이다. /사진=애플

그러나 애플의 이 같은 ‘온 보드(On board)’ 실장은 성능과 디자인을 극대화 하는 대신 확장성이 크게 떨어진다. 제품 출고 이전에 D램이 마더보드에 붙어서 나오는 탓에, 사용자가 임의로 D램 용량을 늘릴 수 없다. D램에 불량이 나도 고치기 힘들다. 애플은 단일 브랜드로 연간 2500만대씩 판매되고, 특정 작업(동영상⋅사진 편집)에 특화된 사용층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다양한 스펙에 대한 요구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비해 윈도 진영은 CPU 제조사가 복수로 존재하고, 각사 플랫폼을 활용한 노트북PC 제조사는 수십개다. 처음부터 온 보드 방식으로 노트북PC를 출시하기가 어렵다. 사용자도 그 만큼 파편화 되어 있어 각자의 업무 스타일에 따른 D램 확장 필요성도 높다. 윈도 진영 노트북들이 대부분 So-DIMM을 활용한 D램 장착 방식을 택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So-DIMM은 지난 25년간 노트북PC 시장에서 사용된 규격인 만큼, 최근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슬림한 노트북PC를 구현하는데는 다소 부족하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LPCAMM이 상용화하면 애플이 맥북을 통해 구현하는 초슬림 디자인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So-DIMM 처럼 탈부착이 쉬워 D램 확장성도 높다.

삼성전자는 인텔 플랫폼에서 7.5Gbps LPCAMM 동작 검증을 마쳤으며, 2024년 상용화를 위해 연내 인텔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와 차세대 시스템에서 검증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내년 목표로 준비

 

사실 LPCAMM은 삼성전자가 먼저 상용화를 발표했지만 SK하이닉스도 2~3년 전부터 양산을 추진하던 규격이다.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노트북PC 제조사들과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델이 상용화에 불을 붙인 CAMM 역시 PCB 위에 올라가는 D램의 종류만 다를 뿐, So-DIMM을 대체한다는 점에서 같은 컨셉트다. 반도체 규격 표준화를 위한 업계 단체인 JEDEC(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은 So-DIMM을 대체하는 기술로서 CAMM 방식을 채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 PCB 산업 전문가는 “DDR5까지는 CAMM과 So-DIMM이 공존할 수 있겠으나 DDR6 규격부터는 So-DIMM으로 제대로된 성능을 내지 못하는 게 확연하다”며 “시간의 문제일 뿐 CAMM 혹은 LPCAMM으로의 전이는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LPCAMM.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개발한 LPCAMM. /사진=삼성전자

CAMM은 기존 So-DIMM과 비교하면 최종 신호 전달을 담당하는 핀(Pin)이 ‘컴프레션 커넥터’로 변경된 형태다. 삼성전자는 물론 델도 이 컴프레션 커넥터의 역할을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각 D램과 CPU 간에 원활하게 신호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인터포저 역할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컴프레션 커넥터 덕분에 D램과 CPU 사이의 배선 길이가 줄고, 신호 전달 속도도 빨리 지는 것이다. 

또 다른 PCB 산업 전문가는 “현재 논의되는 CAMM용 PCB 단가는 So-DIMM PCB의 세 배 수준”이라며 “내년에 정식 표준으로 선정되면 PCB 업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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