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밀도 낮은 대신, 고속충전 가능한 타입으로 개발
충방전 수명도 리튬이온 대비 길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낮은 단가 경쟁력도 고려한 듯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비교.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보고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의 비교. /자료=KDB미래전략연구소 보고서

파나소닉이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오는 2029년부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목표 시장은 전기차가 아닌 소형 드론과 산업용 로봇으로 잡았다. 

오가와 다츠오 파나소닉그룹 CTO(최고기술책임자)는 12일 전고체 전지 생산계획을 발표하며, 첫 용도는 산업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가연성 전해질을 쓰지 않아 안전하고,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본격 양산되면 전기차 시장이 다시 한 번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다만 테슬라에 가장 많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파나소닉은 “향후 자동차에도 전고체 배터리가 적용되기는 할 것”이라면서도, 첫 타깃 시장이 전기차는 아니라고 못박았다. 

2027년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를 내놓겠다는 도요타나, 역시 전기차 시장을 타깃하고 있는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등과는 다소 전략차가 존재한다. 

이는 파나소닉이 개발하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의 개발 방향이 여타 경쟁사들과는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매체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파나소닉의 전고체 배터리는 이 회사가 개발한 종전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오히려 낮다. 대신 충전 속도가 매우 빠르고,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약점이었던 짧은 수명을 극복했다. 

파나소닉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의 충방전 수명은 수만회로, 일반 리튬이온 배터리가 갖는 충방전 수명(수천회) 대비 훨씬 길다. 

충전 속도가 빠른 배터리는 충전 환경만 잘 갖춰져 있다면 굳이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가질 필요는 없다. 대신 이전 대비 훨씬 긴 충방전 수명을 통해 낮은 에너지 밀도를 극복할 수 있다. 파나소닉이 전고체 배터리 1차 목표를 전기차가 아닌 소형 드론과 산업용 로봇으로 잡은 이유다. 공장 내에서 기자재를 옮기는데 쓰이는 AGV⋅AMR(물류로봇)은 배터리가 방전되면 스스로 충전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소형 드론 역시 길어도 20~30분 내 주행을 목표로 하기에 에너지 밀도 높은 배터리가 필요 없다.

여기에 이미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와의 가격 경쟁력 차이를 감안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현재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은 1kwh 당 151달러 정도다. 2020년 이후 전 세계 배터리 회사들이 생산 인프라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향후 10년 내 배터리 가격은 60~90달러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현재의 절반 이하로 가격이 내릴 것이란 뜻이다. 

전고체 배터리가 짧아도 5년 뒤 초기 생산을 시작할 것임을 감안하면, 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와 경쟁하는 게 단가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단가에 민감한 전기차보다 특수 용도 시장을 먼저 포섭하면 이 같은 약점을 최소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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