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원가상승 요인 최소 33달러...완제품 가격은 동결
애플, 판매량에서 처음 삼성전자에 앞설수도

12일(현지시간) 출시된 애플 ‘아이폰15’ 시리즈는 상위 ‘프로' 모델에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서) 최초로 3nm(나노미터) 공정이 도입됐다. 그럼에도 출시 가격을 이전 ‘아이폰14 프로' 시리즈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폰 신모델 가격이 동결되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출시될 타사 플래그십 출시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아이폰15 시리즈. /사진=애플
아이폰15 시리즈. /사진=애플

 

3nm 적용된 A17 프로, 프로⋅프로맥스에 탑재

 

아이폰15 시리즈가 하드웨어 측면에서 바뀐 건 ▲A17 프로 AP(프로⋅프로맥스) ▲USB-C 도입(전 모델) ▲잠망경 카메라(프로맥스) ▲다이내믹 아일랜드 확대 적용(기본⋅플러스) 등이다. 

이 중에 A17 프로⋅프로맥스는 스마트폰 AP 역사상 처음 3nm 공정으로 생산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전 4nm 공정으로 생산한 A16까지는 NPU(신경망처리장치)가 내장됐다는 의미에서 ‘바이오닉'이라는 이름이 뒤에 붙었지만, A17은 프로라는 명칭을 더했다. 

A17 프로 CPU는 이전 세대 대비 10% 더 빨라지고, GPU는 새로운 6코어 디자인을 적용해 최대 20% 더 빨라졌다. 소프트웨어 기반 레이 트레이싱보다 4배 더 빠른 하드웨어 가속형 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한다.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 레지던트 이블4, 데스 스탠딩, 어쌔신 그리드 미라지 등 콘솔이나 데스크톱에서 동작하는 게임을 스마크폰에서도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성능 척도가 되는 AP는 BOM(부품원가)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다. 작년 출시된 아이폰14 프로맥스를 기준으로 하면 A16 바이오닉의 원가는 110달러다(닛케이 추정). 전체 BOM(501달러)의 22%를 차지한다. 원래 아이폰 BOM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은 OLED 디스플레이(약 20%)였으나, 지난해를 기준으로 AP가 OLED를 따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반도체 미세공정 수준이 높아질수록 생산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특성 탓이다. 

이 때문에 올해 애플이 처음 3nm 공정을 도입하면서 종전 A16 바이오닉 대비 A17 프로 원가가 최소 30%는 높아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BOM 측면에서는 6%, 금액으로 최소 33달러 정도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애플은 매년 시행해오던 출고가 인상을 올해는 건너 뛰었다. 아이폰15는 프로 모델 기준으로 999달러부터 판매된다. 결국 33달러 이상의 원가 상승분은 애플이나 TSMC가 나눠서 흡수해야 한다. 

아이폰14 프로맥스를 분해한 모습. AP는 아이폰 부품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사진=iFixit
아이폰14 프로맥스를 분해한 모습. AP는 아이폰 부품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사진=iFixit

애플이 이처럼 보수적인 가격 정책으로 회귀한 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애플 역시 소비자들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6% 줄어든 11억50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 10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애플은 다른 브랜드들 대비 판매량을 잘 방어하고 있지만, 애플 역시도 한자릿수 초중반 정도의 출하량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한 스마트폰 업계 전문가는 “아이폰15 출고가가 동결되면서 올해 애플이 출하량 측면에서 처음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플래그십 시장에서 애플의 장악력이 더 견고해질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애플은 매출 및 수익성 측면에서 삼성전자 MX사업부를 추월한 지 오래지만, 절대 출하량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1위를수성해 왔다. 

 

내년 상반기까지 타사 스마트폰 가격 압박

 

애플이 파격적으로 신모델 가격을 동결함에 따라 안드로이드 진영의 심경도 복잡해졌다. 퀄컴이 내년 안드로이드 플래그십 모델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스냅드래곤8 젠3’는 3nm 공정은 아니다. TSMC의 기존 4nm 공정 중 성능을 높인 N4P 공정을 활용한다. 비록 공정 노드가 진보하지는 않았지만 성능이 개선되는 만큼 적지 않은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애플이 신모델 출시와 함께 가격을 묶어버리면서 경쟁사 역시 가격을 인상할 수 없게 됐다. 안드로이드 진영이 그동안 아이폰 대비 다양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승부해왔는데, 그 격차가 줄어들면 애플로의 고객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

퀄컴이 내년에 내놓을 스냅드래곤8 젠3는 3nm가 아닌 4nm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사진=퀄컴
퀄컴이 내년에 내놓을 스냅드래곤8 젠3는 3nm가 아닌 4nm 공정으로 만들어진다. /사진=퀄컴

 

안드로이드 경쟁사들은 수익을 포기하고 가격을 동결하거나, 가격을 유지하면서 소비자 이탈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플래그십 모델 출고가가 고정되면 중저가 라인업 제품 출고가 역시 인상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스마트폰 산업 전문가는 “내년 안드로이드 브랜드 진영은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가운데 출고가는 높일 수 없는 ‘마진 스퀴즈(Margin Squeeze)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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