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폴크스바겐의 헛발질
아우디, SAIC 전기차 플랫폼 도입하나

전장⋅전동화 전환에 진통을 겪고 있는 독일 고급차 브랜드 아우디가 중국 SAIC(상하이자동차)와의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중국 이사이글로벌은 아우디가 SAIC와의 기술 협력을 심화해 ECU(전자제어장치),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기술까지 아우를 예정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이번 협력은 ‘A7L’, ‘Q5 e트론’ 등 특정 모델을 중국 현지 생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설립한 합작사 차원을 넘어선, 포괄적 교류다. 

유럽 브랜드 중에서도 고급차 생산을 담당하는 아우디는 모회사 폴크스바겐이 전장⋅전동화가 난관에 빠지면서 덩달아 기술 진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새로 출시하기로 한 전기차 전용 모델들의 론칭 시기가 잇따라 연기되기도 했다. 

폴크스바겐은 당초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미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 주주로 참여했다. 지난 2020년 26억달러(약 3조3500억원)를 투자하며 아르고AI를 지원했다. 그러나 아르고AI는 지난해 10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했다. 기술 개발이 순조로웠다면 후속 투자로 불씨를 살렸겠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아르고AI에 의존하던 폴크스바겐은 같은달 호라이즌로보틱스에 24억유로(약 3조4400억원)를 투자하며 다시금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이처럼 전략적 부침을 겪는 와중에 그룹 전장⋅전동화 전환을 이끌던 헤르베르트 디스 CEO(최고경영자)는 이사회에서 쫒겨났다. 지금 폴크스바겐의 전장⋅전동화 전략은 후임인 올리버 블룸 CEO가 이끌고 있다. 

이번에 아우디가 SAIC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건 모회사 폴크스바겐에 의존하는 전략으로는 전장⋅전동화 전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로이터통신은 아우디가 SAIC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전격 도입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모터⋅ECU 및 구동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한 개념이다. 아우디가 이를 받아들이면 디자인을 제외한 모든 요소를 SAIC로부터 차용하게 된다. 이는 지난 1909년 설립돼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아우디가 창사 30년도 안 된 SAIC에 의존할 만큼 코너에 몰려 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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