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 1세대는 삼성전자 14nm
NPU 성능 2배, 메모리 대역폭 3배 이상

테슬라가 올해 상반기 자사 전기차에 탑재하기 시작한 ‘FSD2’가 삼성전자 파운드리 5nm 공정에서 생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FSD는 ADAS(첨단운전자보조)용 반도체로, 테슬라는 지난 2019년 3세대 EE(전기전자) 아키텍처부터 자체 설계한 FSD를 자사 전기차에 탑재했다. 

FSD2는 지난해까지 사용된 FSD 1세대 제품을 계승하는 칩으로,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이 크게 개선된 게 특징이다. 

테슬라 '모델S'. /사진=테슬라
테슬라 '모델S'. /사진=테슬라

 

테슬라, 삼성전자 14nm에서 5nm로 갈아타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은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중심으로 EE 아키텍처를 발전시키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테슬라의 EE아키텍처는 지난 2014년 9월 선보인 1세대(HW1)를 시작으로, 올해 초부터 적용되고 있는 4세대(HW4)까지 진화해 왔다. 

이 EE아키텍처를 구성하는 핵심인 ECU(전자제어장치) 반도체는 1세대에는 모빌아이 ‘EyeQ3’, 2세대는 엔비디아 ‘드라이버 PX2’가 적용되며 외부의 힘을 빌렸다. 그러다 2019년 3세대부터는 커스텀 칩(FSD)으로 바꿨으며, 올해 상반기 나온 FSD2는 그 두 번째 작품이다. 

FSD 1세대는 앞서 삼성전자 14nm 공정에서 생산됐으며, 2세대는 테슬라가 TSMC로 파운드리를 교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최종 선택은 삼성전자 5nm 공정이었다. 

FSD 1세대와 2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NPU와 메모리의 성능이다. 1세대 FSD는 2개의 NPU가 각각 36.86TOPS(1초당 1조번 연산)씩의 연산 속도를 가지는 반면, 2세대는 3개의 NPU가 40.55TOPS의 성능을 가진다. SoC(시스템온칩) 전체로 보면 1세대가 73TOPS, 2세대가 121TOPS씩 NPU 연산능력을 갖는 것이다. 

테슬라는 비전 중심의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이를 실시간 처리하기 위해서는 MAC(Multiply and Accumulation) 연산 속도가 중요하다. 이에 MAC 연산에 특화된 NPU 성능에 집중하는 것이다. 

메모리는 기존 LPDDR4에서 GDDR6로 바뀌면서 용량도 8GB에서 16GB로 늘었다. 특히 메모리 대역폭이 68.3GB/s에서 224GB/s로 크게 개선돼 시스템 전체의 연산 속도를 더욱 원활하게 뒷받침한다. 

테슬라의 EE아키텍처 'HW4'. /사진=세미애널리시스
테슬라의 EE아키텍처 'HW4'. /사진=세미애널리시스

한편, FSD2가 적용된 HW4는 12개(기존 9개)의 전장 카메라를 지원한다. 1개의 카메라는 비상용으로 달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시 가동되는 카메라는 총 11개다. 종전에는 전면 카메라로 120만화소의 비교적 저화소급 카메라가 3개 탑재됐다. HW4에는 이 중 하나가 500만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 

해상도가 개선됐다는 건, 시간당 FSD2 칩이 처리해야 하는 시각정보의 연산량이 늘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테슬라가 라이다⋅레이더 등 복잡한 하드웨어를 쓰지 않는 건, 카메라가 발생시키는 정보만으로도 연산량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모델3’에 라이다⋅레이더가 적용됐다면 EE아키텍처가 더 무거워지고 비용도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아직까지는 파운드리 ‘투 트랙’ 전략

 

테슬라가 FSD 1세대에 이어 2세대 제품까지 삼성전자에 생산을 맡긴 것과 달리, AI(인공지능) 서버용 ‘D1’은 대만 TSMC가 생산을 담당한다. 반도체 사용 목적에 따라 파운드리를 이원화 한 것이다. 

D1 역시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로, 테슬라가 지난 2021년 ‘AI데이’ 행사 당시 공개했다. TSMC 7nm 공정으로 생산돼 테슬라의 슈퍼컴퓨터 ‘도조’에 장착된다. 

이 같은 테슬라의 파운드리 투 트랙 전략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FSD는 1세대칩에 이어 2세대 칩도 삼성전자 ‘엑시노스’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전문 반도체 설계 회사가 아닌 테슬라로서는 맨땅에서부터 칩을 설계하기보다 이미 설계된 칩에 약간의 변형을 주는 ‘세미 커스텀(Semi-custom)’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테슬라 D1 칩. /사진=테슬라
테슬라 D1 칩. /사진=테슬라

이를 통해 칩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손쉽게 시스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구글 역시 스마트폰 ‘픽셀’에 들어가는 ‘텐서’ 칩 개발에 동일한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향후 칩 개발 경험치가 쌓이고, 반도체를 처음부터 자체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생기면 테슬라 역시 구글처럼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떠날 수도 있다. 한 반도체 설계 전문가는 “테슬라는 전기차용 반도체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가볍게 만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성능이 최우선인 AI 서버용 칩과 달리 전기차는 B2C 시장에서 단가 경쟁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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