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시는 CHJS 채무 분리작업 착수
새로운 경영진 찾거나 매각 추진할 듯

우리나라 D램 기술 유출 논란이 벌어지며 대표자가 구속된 중국 CHJS(청두가오전, 成都高真科技)가 일반 직원 대상 퇴직신청을 받는다. 기존 대주주인 청두시는 회사 자산에 대해 채무 분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미 최진석 대표측 진세미의 CHJS에 대한 경영권은 상당부분 약화된 상태여서 국내 D램 기술과 함께 회사 전체가 중국측으로 넘어가는 수순이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CHJS, 직원 대상 퇴직 신청

 

CHJS는 지난 12일부터 일반 직원들 대상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CHJS는 최근 3개월여 임금이 체불되자 직원들이 파업에 돌입하는 등 내홍에 휩싸였다. 5월 말 한국 검찰에 대표까지 구속되며 내부 분위기가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이에 회사측이 조직 정비 차원에서 퇴직 신청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반도체 산업 전문가는 “위로금을 얹어주는 희망퇴직 형태는 아니고 동요하는 직원들을 정리하는 취지의 퇴직 신청”이라며 “대략 한국인 직원의 20% 정도를 정리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퇴직 신청과는 별도로 기존 대주주인 청두시는 CHJS 재산에 대해 채무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채무 분리는 회사가 금융권에 진 빚에 대해 기존 주주들 간 귀속을 정하는 절차다. 

CHJS는 그동안 파일럿 라인을 구축⋅운영하는 과정에서 건설비와 설비 구매비, 운영비 등을 차입을 통해 조달했다. 청두시는 이 중에 건설비와 설비 구매비에 대한 채무를 책임지는 대신 이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다. 진세미측은 운영비에 해당하는 급여와 원자재 대금 지불에 쓴 채무를 책임지게 된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CHJS의 D램 생산라인은 삼성전자 화성 16라인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CHJS의 D램 생산라인은 삼성전자 화성 16라인을 그대로 복제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사진=삼성전자

채무 분리가 완료되면 CHJS 자산에 대한 소유권은 청두시로 완전히 넘어간다. 당초 경영 주체였던 진세미는 운영비 채무만을 떠안은 채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된다. 진세미가 떠안게 되는 채무 규모만 2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정부 합작 프로젝트는 건설⋅설비 투자비 부담이 거의 없는 대신, 프로젝트가 좌초됐을 때는 한푼도 건지지 못하고 쫒겨나게 된다”며 “다소 불공평해 보이지만 사업 초기 자금 부담이 없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에는 유리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CHJS, 어디에 붙일까

 

따라서 채무 분리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CHJS는 청두시 소관으로 이전된다. 다만 시정부 스스로 D램 생산업체를 운영할 수는 없으므로 청두시는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거나 자국 내 테크 기업으로의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방향으로 풀리든 국내서 한번 유출된 D램 생산기술을 회수할 방법은 없다.

CHJS는 지난해에도 중국 내 일부 기업들의 인수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중국 내에서 새 주인을 찾는다면 CXMT(창신메모리)⋅YMTC(창장메모리) 등이 후보가 될 수 있다. CXMT는 D램 생산업체로, 18nm(나노미터)급 D램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올해 '과창판(科創板⋅스타마켓)' 상장을 추진 중인데, CHJS를 인수를 통해 밸류(기업가치) 제고를 노려볼 수 있다. 같은 D램 생산업체여서 사업적인 시너지도 가장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YMTC가 생산한 3D 낸드플래시. /사진=YMTC

YMTC는 3D 낸드플래시 생산 업체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라도 D램과는 용도가 다른데, 고객사는 겹치므로 일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YMTC는 현재 3D 낸드플래시 투자에도 여념이 없고, 미국 상무부 제재를 받으면서 미국⋅일본산 반도체 설비 도입도 여의치 않다. CXMT에 비하면 CHJS 인수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이외에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인 칭화유니(즈광)그룹도 CHJS 인수를 타진해 볼만 하다. 중국 정부로서는 D램 생산기술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과제인데, 그동안 이 작업을 진두지휘했던 칭화유니그룹이 CHJS 인수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칭화유니그룹에는 데이터센터용 서버 공급사인 칭화유니스플렌더라는 계열사도 있다는 점에서 D램 내부 수요도 창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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